울대와 부리 사이의 긴 기도 '공명통' 역할
“작은 힘으로도 큰 소리 낼 수 있도록 해”

» 작은 새라도 우렁차게 노래할 수 있는 것은 후두에 이은 울대라는 추가 기관 덕분이다. 나타샤 베르츠비츠키 제공.
새의 후두 아래에 있는 울대(syrinx)의 진화이유가 밝혀졌다.(사진=나타샤 베르츠비츠키 제공)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오경 기자] 새의 후두 아래에 있는 울대(syrinx)의 진화이유가 밝혀졌다.

국제학술지 ‘플로스 바이올로지’는 울대로 인해 새가 적은 에너지로도 큰 소리를 낼 수 있어 이 기관의 진화가 일어났다는 미국 연구팀의 연구결과를 최근 게재했다.

새의 후두 아래에 있는 장치는 ‘아래 후두’ 또는 울대라고 불린다. 이는 놀라운 발성 기관이지만 그동안 학계에선 후두가 있는데 굳이 울대가 진화한 이유는 무엇인지, 이 기관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등의 질문이 수수께끼로 남아있었다.

그러나 프란스 골러 미국 유타대 생물학자, 토비어스 리드 미국 미드웨스턴대 교수 등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이에 대해 "소형화된 새가 멀리서도 소리를 잘 낼 수 있도록 진화한 것"이라고 밝혔다. 소리를 증폭해 많은 힘을 들이지 않고도 쉽게, 멀리까지 소리를 낼 수 있는 위치가 따로 있다는 것이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새들은 공룡으로부터 분화해 진화하면서 소형화됐는데, 이는 울대 덕분에 일어난 진화다. 새는 척추동물 가운데 가장 목이 길다. 울대는 긴 목과 긴 기도를 소리 공명에 활용해 소형화의 길을 열어준 셈이다.

연구논문의 주 저자인 리드 교수는 “작은 새라면 크고 멀리 들리는 소리를 내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쓸 수 없다”며 “단지 발성기관의 위치를 바꿈으로써 훨씬 큰 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새의 울대가 자리 잡은 위치에서 발성 효율이 가장 높았다”며 “이는 울대와 부리 사이의 긴 기도가 소리를 증폭하는 공명통 구실을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에 참여한 잉고 틸츠 유타대 국립 음성 및 언어 연구센터 소장은 “흔히 잘 들리는 소리를 내려면 입이나 부리 바로 옆에서 발성하면 좋을 것 같지만 우리 연구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컴퓨터 모델링을 이용해 기도에서 울대가 어느 곳에 자리 잡을 때 가장 소리가 잘 나는지 실험했다. 그 결과, 소리가 잘 증폭돼 소리를 쉽게 낼 수 있는 위치는 새들의 울대가 자리한 곳과 일치했다. 새가 놀라운 노래 실력을 자랑하게 된 비밀도 울대가 기도 깊숙한 위치에 자리 잡았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새의 몸 형태가 어떻게 진화했는지도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울대의 위치를 확보하려면 몸의 자세가 달라져야 했을 것”이라며 “포식자에게 들키지 않고 짝짓기 상대에게 신호를 보내는 ‘지향성’ 노래를 부르기 위해서라도 머리와 몸, 목의 형태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한편, 연구에 따르면 공기 호흡을 하는 대부분의 척추동물은 후두를 갖는다. 후두는 공기 흐름을 조절해 소리를 내는 데 이용되기도 하지만, 음식이나 물이 기도로 넘어가지 못하도록 막는 밸브기능도 한다. 새들은 기도 들머리에 있는 이 후두와 함께 기도 끝 양쪽 기관지로 갈라지는 부위에 울대를 갖고 있다. 울대는 새들이 소리를 낼 때만 쓰는 기관으로, 울대를 마비시키더라도 호흡엔 지장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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