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타는 구시대 유물?..."예산 편성권 사업부처에 돌려줘야"
예타는 구시대 유물?..."예산 편성권 사업부처에 돌려줘야"
  • 박소희 기자
  • 승인 2019.04.18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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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타제도 도입 20년, 올바른 제도개선 방안은' 토론회서
국회입법조사처와 정성호 국회 기획재정위원장, 박명재 국회 윤리특별위원장은 18일 ‘예타제도 도입 20년, 올바른 제도개선 방안은’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박소희 기자)/2019.04.18/그린포스트코리아
국회입법조사처와 정성호 국회 기획재정위원장, 박명재 국회 윤리특별위원장은 18일 ‘예타제도 도입 20년, 올바른 제도개선 방안은’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박소희 기자)/2019.04.18/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소희 기자] 최근 문재인 정부가 단행한 대규모 예비타당성조사(이하 예타) 면제를 두고 “선심성 혈세 낭비”라는 비판이 거센 가운데 예타 자체가 곧 폐기될 제도라는 파격적인 의견이 나왔다. 기획재정부에 집중된 국내 기이한 예산 편성 방식을 뒷받침하는 방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정도영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18일 ‘예타제도 도입 20년, 올바른 제도개선 방안은’이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국회에서 예타 업무를 담당하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단기적으로 예타가 가지고 있는 부작용을 줄이는 개선 방안이 모색돼야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기재부가 막강하게 쥐고 있는 예산권을 분산시켜야 한다”고 했다. 사업부처에 예산 편성 자율성을 넘기고 사업별 타당성 기준을 부처별로 마련해야 객관성과 유연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20년 전 도입된 예타 제도는 경제성 비중이 높아 지역 균형발전과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정부는 지난 3일 ‘예비타당성조사 제도 개편방안’을 내놨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평가항목 비중을 달리하고, 지역균형발전 비중을 확대한다는 것이 골자다. 특히 위원회 구성의 예타평가 거버넌스 개편, 조사기관 다원화, 조사 기간 단축 등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크게 환영 받았다.  

국회입법조사처와 정성호 국회 기획재정위원장, 박명재 국회 윤리특별위원장은 정부가 마련한 제도개편 방안을 점검하고, 향후 합리적인 운영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공동으로 이날 토론회를 열었다. "객관성을 담보하면서도 유연성을 잃지 않을 판단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며 재정 건전성 확보에 크게 기여한 예타제도의 순기능은 강화하면서도 공약성 사업으로 왜곡될 수 역기능을 최소화할 방안들이 오갔다. 

그러나 이는 방법론에 한정될 뿐, 예타 제도의 필요성에 대한 의심은 아니다. 예타는 공공사업(사업비 500억원 이상)에 들어가기 앞서 경제성을 따지는 절차로 ‘선심성 혈세 낭비’를 막기 위해 1999년 도입됐다. 다만 현행 국가재정법은 ‘긴급한 경제·사회적 상황이나 국가정책적으로 필요한 사업’은 예외적으로 예타를 면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1월 국가균형발전 등을 이유로 전국 23개 지역 사업(총 사업비 24조1000억원)에 대해 예타를 면제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왜 예타를 도입했을까. 20년 전 등장한 예타제도의 핵심은 사업 결정권을 사업부처가 아닌 예산부처가 쥐도록 하는데 있었다. 당시 대규모 재정사업에 대해 부처별 자체 타당성 조사를 했는데, 거의 모든 사업이 타당성이 있다고 간주돼 사업비는 치솟고, 완성된 시설들은 수요부족으로 재정난에 허덕였다. 예타 도입 당시 IMF 경제위기가 한창이었다. 예산부처는 500억원 이상의 신규사업에 대해 반드시 예타를 거치도록 하고, 투입되는 비용보다 편익이 크지 않으면 사업을 불허했다. 예타가 예산부처에 무소불위 권력을 쥐여준 셈이다. 혈세 낭비를 방지한다는 도입 목적도 예외 조항을 두고 있어 사실상 무색해졌다. 수요부족으로 허덕이는 청주공항 등은 예타 도입 후 만들어진 시설이다. 

정도영 입법조사관은 이날 예타 개편 방안이 방법론적 측면에서만 논의되고 있다며 예산 편성권을 본래의 자리로 돌려놓는 방안도 긴 호흡으로 생각해볼 문제라고 제안했다. 그는 “과거를 반면교사 삼아 면밀한 가치 평가 기준을 부처별로 마련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며 “문화 사업에 대한 가치는 문화부가 더 잘 안다”고 설명했다. 모든 사업에 획일적으로 적용되는 예타를 부처별로 자체평가 기준을 도입해 제도가 가진 비효율적인 점을 개선하자는 취지다. 이는 선진국들이 취하고 있는 방식이기도 하다. 

한편 정부는 정책성 평가를 내실화하기 위해 개편방안에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정책성 평가의 중요 항목으로 분석하기로 했다. 구체적 정책효과 항목을 신설해 주민 삶의 질에 기여하는 △일자리 △주민 생활여건 영향 △환경성 △안전성 평가 비중을 늘린다는 취지다. 다만 정성적 평가인 만큼 명확한 평가 지표를 제시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기재부를 비롯한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ya9ball@green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