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지현 숲과나눔 사무처장
국내 오염원 줄이는데 예산·인력 써야

[그린포스트코리아 서창완 기자] 미세먼지는 산업이 됐다. 초점은 '회피'다. 내 코로 미세먼지가 들어오는 걸 막고, 내 공간의 공기를 정화하는 데 힘을 쏟는다. 이렇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문제 원인을 ‘중국’에서 찾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환경부가 시민들의 미세먼지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중국 등 국외유입을 미세먼지 발생 원인으로 꼽은 비율이 51.7%였다.

진짜 국내 미세먼지 문제가 중국 탓이냐는 물음에 이지현 '숲과나눔' 사무처장은 "초점이 틀렸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시민들이 중국을 미세먼지의 가장 큰 적으로 생각하게끔 정부가 유도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 처장은 서울환경연합과 환경재단, 에코맘코리아를 거쳐 지난해부터 숲과나눔에 합류했다. 숲과나눔은 환경·안전·건강 분야의 합리적 대안을 마련하고, 미래 인재를 육성할 목적으로 SK하이닉스가 출연해 만든 재단법인이다. 

“미세먼지 문제의 원인을 중국으로 놓고 보면 마음은 편해져요. 내가 자동차 안 줄여도 되고, 소비습관 안 바꿔도 되고, 친환경 에너지 안 써도 되는 거죠. 중국발 미세먼지 논리 확산의 가장 큰 문제는 이로 인해 국내 저감 쪽에 인력 등이 쓰이지 않는 역효과가 생긴다는 겁니다.”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이던 지난 1월 23일 서울 남산타워가 보이지 않는다. (서창완 기자) 2019.1.23/그린포스트코리아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이던 지난 1월 23일 서울 남산타워가 보이지 않는다. (서창완 기자) 2019.1.23/그린포스트코리아

진단은 원인 분석에 따라 이루어지는 법. 미세먼지 원인을 ‘중국발’로 보기 때문에 대책도 그에 맞춰 세워졌다. 서해를 넘어오는 미세먼지를 분석하려 항공기를 띄우고, 선박에 중국발 원인 분석 장치도 달았다.

시민들 역시 국내 미세먼지 문제의 원인 제공을 중국이 많이 했다고 생각할수록 스스로 저감 노력보다는 회피에 치중하게 된다.

쉽게 뒤집기 어려운 논리다. ‘중국발 미세먼지 공습’ 프레임이 6년 넘게 계속돼왔기 때문이다. 2013년 국립환경과학원 자료를 보면 수도권 미세먼지 고농도 발생 원인으로 ‘중국의 오염공기 유입과 국내 대기의 정체’를 꼽고 있다. 정부 발표는 언론이 옮기고, 시민단체까지 나서 '미세먼지=중국'이란 공식을 외쳤다.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중국발 영향이 60~80%라는 발표를 해왔는데, 최근에 보니 중국을 포함한 국외 영향을 40%라고 해놨어요. 이번에는 최근 중국의 미세먼지 저감량을 반영한 자료를 썼다고 해요. 정부가 지금까지 2010년 중국의 오염물질 배출량 자료를 써서 국내 미세먼지를 분석해 왔거든요.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처장도 물론 중국 요인이 없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동안 정부가 제대로 된 입력 값 없이 결과를 정해놓고 미세먼지의 중국 요인을 판단해 왔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꾸준히 중국의 책임을 60~80%라고 주장하면서도 국제학술지 등에 발표한 논문조차 없다고 꼬집었다. 연구 보고서는 공개하지 않고 결과 값만 제공해 국민들의 공포감만 조장했다는 얘기다.

마스크와 공기청정기에 몰리는 국민적 관심도 이런 공포감에서 나왔다는 게 이 처장의 진단이다. 건강을 해치는 미세먼지가 몰려온다고 하니 시민들은 자신의 건강을 스스로 지키겠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식약처 조사 결과, 효과가 없다고 밝혀진 수소수나 미세먼지 차단 화장품 등이 생겨난 이유도 다 이런 불안감에서 기인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27일 '수소수' 제품들의 과대·허위 광고 유형을 발표했다. (식약처 제공)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27일 '수소수' 제품들의 과대·허위 광고 유형을 발표했다. (식약처 제공)

정부도 국민들의 불안감을 막는 데만 치중했다. 정부는 지난달 말 ‘학교보건법 개정안’을 의결하고 오는 7월부터 유치원과 초·중·고 교실에 의무적으로 공기정화설비와 미세먼지 측정기기를 설치하도록 했다. 국가와 지자체가 비용도 지원한다. 미세먼지 취약계층을 위해서 실내 공기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밀집한 공간에 공기청정기를 하나 놓는 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에요. 그런 우려가 있어서 상업용 공기청정기를 넣었더니 소음이 수업을 방해해 꺼놨다는 얘기도 들려요. 무엇보다 실내에는 라돈, 휘발성유기화합물 등 다양한 유해물질이 있잖아요. 한 학부모는 라돈에는 환기, 미세먼지에는 문 닫고 청정기 돌리라는데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호소하더라고요.”

이 처장은 정책을 좀 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효과 검증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기청정기를 들여놓고 나중에 문제가 되면 철거하는 식의 정책은 그만둬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영세사업자 저감 장치, 생업용 노후경유차 지원 등 예산의 우선순위를 따져 보고 좀 더 설득력 있게 써야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미세먼지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려면 시민들을 설득할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민원에 휘둘리는 게 아니라 사안을 정확하게 확인하고 판단해 반대 의견까지 설득할 수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지현 숲과나눔 사무처장. (숲과나눔 제공)
이지현 숲과나눔 사무처장. (숲과나눔 제공)

이 처장은 산업화 과정에서 대기오염이 심해진 선진국들이 문제를 해결한 방법도 결국 배출 저감이었다고 설명했다. 오염원을 줄이는 게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쉽고, 확실하며, 저렴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저에너지 고효율 사회로 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내 재생에너지 비중은 지난 2016년 기준 1.7%로 세계 평균치인 13.4%와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이 처장은 현재 한국의 에너지 구조로는 미세먼지나 온실가스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또 탈원전은 '시대의 대세'라고도 했다. 그 이유로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과 원자력 폐기물 문제를 꼽았다.

환경 문제는 정부나 산업계만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고, 시민들의 동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비가 많아지면 쓰레기가 생기고, 그렇게 생긴 쓰레기를 소각하면 미세먼지가 배출되게 됩니다. 우리 모두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로 이동하지 않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요. 근데 보통 노력으로는 안 됩니다. 불편함을 받아들일 수 있으려면 엄청나게 많은 설득이 필요해요. 아이들 교육도 중요하고요. 회피보다는 저감과 전환이 답입니다.”

seotive@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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