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절반 탈수 상태로 지내다 우기시 ‘폭음’

폭풍과 함께 비가 내리고 있는 코스타리카 앞바다에 형성된 물주머니는 근처 바다뱀의 수원지 역할을 한다. (사진=플로스 원)
폭풍과 함께 비가 내리고 있는 코스타리카 앞바다에 형성된 물주머니는 근처 바다뱀의 수원지 역할을 한다. (사진=플로스 원)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오경 기자] 몸의 수분 균형을 잘 유지해야 생존할 수 있는 바다뱀(학명 Hydrophis platurus)이 ‘빗물’에 의지해 수분섭취를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국제학술지 ‘플로스원’은 6개월 이상의 건기를 보내며 탈수 상태가 된 바다뱀이 우기 동안 물을 ‘폭음’한다는 미국·오스트레일리아 연구팀의 실험결과를 최근 게재했다.

1974년 바다뱀의 소금 배출기관이 미미한 구실만 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후 그동안 건기 동안 몸속 수분을 80%가량 잃은 바다뱀이 어떻게 담수를 구해 수분 균형을 유지하는지는 수수께끼로 남아있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바다뱀이 우기 동안 형성된 담수 렌즈에서 짧은 시간 내 많은 양의 물을 섭취해 갈증을 해소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하비 릴리화이트 미국 플로리다대 교수 등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 연구팀은 실험실에서 바다뱀의 물 마시는 행동을 관찰했다. 이들은 건기가 끝날 무렵부터 매일 코스타리카 해안에서 잡은 바다뱀을 실험실로 데려와 민물 수조에 담그고 20시간 뒤 물을 얼마나 마셨는지 측정했다.

그 결과, 처음 실험한 바다뱀의 80%가 물을 ‘폭음’해 체중을 15%까지 불렸다. 그러나 우기가 시작된 직후 그 비율은 13%로 떨어졌다. 우기 초반에 충분한 물을 마신 후 우기 중간에는 물을 거의 마시지 않은 것이다.

연구를 이끈 릴리화이트 교수는 “담수 렌즈는 비가 오더라도 충분한 시간 동안 내려 강수량이 넉넉하고 바닷물이 덜 뒤섞여야 형성된다”면서 “담수렌즈가 생겼다고 해도 이를 이용할 수 있는 바다뱀은 극히 일부인 데다가 기후변화가 초래할 이상 가뭄까지 더해지면 바다뱀의 수분 확보는 녹록지 않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벌어지는 바다뱀 무리의 멸종과 개체 수 감소도 이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들은 바다뱀 이외에도 담수에 의존하는 바다 생물이 더 있는지 추가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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