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경유화물차에서 수소차로의 전환 방안 논의
택배업자 대부분 트럭 한 대… 규제 속도는 빨라
수소공급가격·충전 인프라·기술력 3박자 갖춰야

[그린포스트코리아 서창완 기자] 정부의 친환경차(수소·전기) 정책이 성공하려면 상용차 중심으로 정책이 진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선행 조건으로는 충전소 등 인프라 구축 문제가 꼽혔다.

노후화물경유차에서 친환경차로 전환하는 과정에 택배 업계 등 최종 소비자들의 현실적 문제가 고려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 수소·전기차의 부족한 기술력을 향상해야 하는 점도 과제다.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이젠 수소경제다 시리즈 4차 토론회’가 열렸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이날 토론회는 노후경유화물차에서 수소차로의 전환 방향을 논의했다.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노후경유화물차에서 수소차로의 전환 방향을 논의했다. (서창완 기자) 2019.4.3/그린포스트코리아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노후경유화물차에서 수소차로의 전환 방향을 논의했다. (서창완 기자) 2019.4.3/그린포스트코리아

◇경유차 사라더니… 영세사업자 죄인 됐다

토론에서는 정부 친환경차 정책이 최종 소비자인 화물업계 현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개인차주 비중이 높은 물류업계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대기관리권역의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 제정으로 2023년부터 어린이 통학 차량 신규 운영, 택배운송 사업 실시, 통학·택배 차량 교체 등을 할 때 경유차를 신규로 등록할 수 없게 됐다.

화물업계는 특성상 화물운송사업자로 등록돼 있어도 트럭 한 대만 가진 용달업자 비중이 높다. 때문에 영세사업자에게 보다 세밀한 정책 집행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은 꾸준히 제기됐다.

환경부의 배출가스 저감사업. 이종영 중앙대학교 교수 주제 발표 자료에서 발췌.
환경부의 배출가스 저감사업. 이종영 중앙대학교 교수 주제 발표 자료에서 발췌.

실제 차량을 구매하고 생계를 꾸려야 하는 입장에서 수소·전기차의 더딘 개발 속도는 우려스러운 지점이다. 현재 현대차가 개발 중인 1톤 전기차는 내년 초에나 출시될 전망이다. 5톤 수소차도 올해 안에 개발한다는 계획 단계다.

이용감 롯데글로벌로지스 택배기획팀장은 “전기차가 짐을 싣고 이동 가능한 게 현재 기술 수준으로 80㎞인데, 현재 택배 운송업자들은 그보다 많이 돌아다닌다”면서 “실질적 검증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한정 도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지난 정부에서 경유 가격을 낮추고 화물자동차용으로 차량을 출시해 놓고 이제와 천덕꾸러기 죄인이 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주현 환경부 대기환경과 사무관은 “택배 업계 우려를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지난 2015년때만 해도 전기버스 도입 회사가 하나도 없었지만, 현재는 업계에서 요구하고 있는 것처럼 2023년까지 어려움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수소차 전환, 가격·인프라·기술력 3박자 갖춰야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세계 에너지 수요가 전년비 2.3% 증가해 2010년대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위원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세계 공해배출량도 연료 사용 급증에 따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석탄 발전 증가분이 10기가톤보다 높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은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2035년부터 전기동력차 보급이 1억대를 넘어 석유 수요가 감소세로 전환된다”면서 “수소전기자동차 전환의 동력은 날로 커지는 환경문제에 따른 규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 참석자들. 왼쪽부터 양병내 산업부 자동차항공과장, 이주현 환경부 대기환경과 사무관, 김완국 국토교통부 물류산업과장, 이윤 현대차 상용상품실 상무. (서창완 기자) 2019.4.3/그린포스트코리아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 참석자들. 왼쪽부터 양병내 산업부 자동차항공과장, 이주현 환경부 대기환경과 사무관, 김완국 국토교통부 물류산업과장, 이윤 현대차 상용상품실 상무. (서창완 기자) 2019.4.3/그린포스트코리아

이윤 현대차 상용상품실 상무는 수소차로 전환하려면 대량의 수소를 생산하고 공급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수소공급가격은 울산 버스공급가 기준으로 킬로그램(kg)당 7000원 수준이다. 1㎞ 주행시 609원 정도로 디젤의 352원에 비해 높다. 이 상무는 보급 초기 단계에 수소가격을 kg당 4000원 정도로 조정해 주는 방안을 제안했다.

수소차가 상용차 위주로 전환하려면 충전소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에 토론 참가자들은 공감했다. 승용차 충전소에서는 시간당 상용차 1대밖에 충전할 수 없다. 이 상무는 양산 보급을 위해 부생, 개질, 수전해 등 대량의 수소 생산과 공급 방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월 규제 샌드박스 1호로 선정된 국회 수소충전소 설치를 성공적으로 이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양병내 산업부 자동차항공과장은 “국회 수소충전소는 에펠탑 옆, 도쿄타워 옆만큼 역사적 기념물이 될 것”이라며 “300평 정도 공간의 40년 된 나무들을 살리면서 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미세먼지 저감 목적으로 수소 시내버스 보급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서울 7대, 부산 5대, 광주 6대 등 총 35대를 공급할 계획이다. 2021년에는 경찰수송과 광역버스에 수소차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 2022년까지는 누적 2000대를 보급한다는 목표다. 올해부터는 서울시에서 수소 택시도 운영한다. 정부는 차량 개발 속도에 따라 화물차나 쓰레기 차도 적용을 검토중이다.

전기버스와 수소버스를 특성에 따라 배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전기차는 가격경쟁력과 충전시설 보급이 쉬워 마을버스나 중단거리용, 1회 충전 이동거리가 긴 수소차는 장거리용으로 쓰는 방안이 제시됐다.

친환경차 정책이 상용차 중심으로 재편되기에는 현재 기술적인 측면이 뒷받침하지 못하는 점도 있었다.

이 사무관은 “경유차 조기폐차 뒤 신차를 구입할 때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며 “아쉽게도 대형차는 수소차가 출시돼 있지 않아 구매 경우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정책을 수립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seotive@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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