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확실한 해결책은 '바람'...기후변화 해결 플랫폼 역할 주문

이낙연 국무총리가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범사회적 기구 위원장직을 맡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미세먼지 대응 등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사진=이 총리 페이스북)
이낙연 국무총리가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범사회적기구 위원장직을 맡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미세먼지 대응 등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사진=이 총리 페이스북)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소희 기자] 정부는 국민들이 수긍하는 미세먼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범국가기구‘를 지난 1일 발족했다. 2017년 대선 공약이었던 대통령 직속 미세먼지 기구가 이제야 만들어진 배경에는 정부 조직 비대화 우려가 있었다. 한 발 물러서 2017년 환경부 산하 미세먼지대책위원회를 만들었지만 1년 넘는 활동기간에도 별다른 성과를 내놓지 못했다. 이후 국무총리실 산하 미세먼지특별대책위원회, 지방자치단체별 미세먼지 위원회 등이 잇따라 만들어졌지만 겉핥기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왔다. 반기문 위원장이 이끄는 범국가기구는 산발적으로 포진해 있는 미세먼지 관련 기구들의 구심역할을 할 수 있을까. 범국가기구가 해결해야 할 숙제는 무엇일까.

◇맑은 호흡권 위해 응급처치 먼저

가령 꽉 막힌 실린더에 열 사람이 갇혔다고 하자. 열 사람 중 한 사람이 담배를 피운다. 두 사람은 꽉 막힌 실린더에 갇혔지만 담배를 끊을 생각이 없다. 이 예시에서 시급하게 풀어야 할 숙제는 뭘까. 크게 두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실린더 안에서는 담배를 못피우게 하는 것이다. 국내외 먼지가 한반도에 갇힌 상태(대기정체)에서 국내 발생원인 석탄발전, 제철소, 경유차 운행 등이 계속된다. 실린더 안에서 담배를 계속 피우는 꼴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미세먼지로 인한 국내 경제손실이 약 4조원, 조기 사망한 사람은 2015년 기준 1만 1924명(환경부 발표)이다. 

노후 석탄발전소 셧다운,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제한, 공사장 공사시간 단축 등 비상저감조치가 바로 이 응급처치다. 국민의 '호흡권'과 사회의 경제적 손실을 막기 위해서도 국내 배출원 규제는 필수다. 일각에서는 비상저감조치의 실효성을 의심하며 △탈경유 △탈석탄 △모든 버스 전기차 도입 △경유세 인상 △동북아의 협력 공조 등 더욱 강력한 규제를 요구하고 있다. 

중국을 비롯해 북한, 러시아, 일본, 인도 등과의 협력을 강조하는 이유는 대기는 국경 없이 이동하기 때문이다. 미세먼지는 '호흡공동체'로서 책임의식을 갖고 각국이 배출원 규제를 해야 한다.    

◇ 근본적인 해결책은 바람 뿐

또 다른 숙제는 실린더를 치우는 일이다. 눈 앞의 미세먼지가 중국발이든 국내발이든 바람만 잘 불면 쌓이지 않을 텐데, 꼼짝을 못 하니 농도가 짙어진다. 

온갖 원인 분석과 대책은 난무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고동도 미세먼지는 대기정체 영향이 크다. 서울시 대기환경정보에 따르면 지난 5년(2014년 12월~2019년 2월)간 겨울철 풍속과 초미세 먼지 발생량은 정확히 반비례했다. 다시 말해 대기정체 현상을 해결하지 않으면 한반도는 수시로 실린더에 갇히게 된다.

미세먼지는 국외 영향만 있는 것도, 국내 영향만 있는 것도 아니다. 박훈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연구위원 말에 따르면 서풍에 따른 이동속도가 250-750㎞/일 이면 중국발 영향이 크고, 일간 이동 속도가 250㎞ 미만이면 국내 영향이 더 컸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바람만 잘 불면 된다. 정원호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겨레 신문 칼럼에서 “제일 확실한 대책은 북동풍이든 동남풍이든 그저 바람뿐”이라고 밝혔다.

이론상 간단할 뿐 바람은 인간이 어찌해 볼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각국 배출원 규제는 그나마 '마음만 먹으면' 실행할 수 있는 대응이지만 이 대기정체 현상을 푸는 해결책 마련은 쉽지 않다. 

◇ 범국가기구가 해야 할 일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등 여야 5당은 2017년 대선 당시 화석연료 사용 증가와 중국 미세먼지 유입을 국내 미세먼지 원인으로 진단하고 각각 측정기준, 감축 계획, 해결책, 컨트롤 타워, 재원 마련 공약을 내놨다. 5당 모두 측정기준을 국제기준 혹은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하고, 한중을 넘어 동북아의 협력 채널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일부에서 정부의 다중이용시설 공기청정기 설치 추진과 미세먼지 경보 문자 서비스에 대해 "근본적 대책 없는 미세먼지 쇼"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사실은 자유한국당의 대선 공약이었다.    

5당 모두 국내 배출원 규제와 국제협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지만, 미세먼지 해결 고리로의 기후변화 대응은 없다. 지구온난화로 극지방의 빙하가 녹으면 극지방과 유라시아 대륙의 온도차가 감소, 유라시아 대륙의 풍속 감소와 대기정체를 유발한다. 기후변화 대책이 곧 미세먼지 대책이지만 당시만 해도 미세먼지와 지구온난화의 상관관계에 대한 정치권의 이해가 부족했다.

사실상 민주당 대선공약이었던 대통령 직속 미세먼지 범국가기구가 4월 말 출범한다. 소득 없이 임기를 마치지 않으려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50년까지 0으로 줄여야 한다"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의 권고를 실행 할 로드맵이 마련돼야 한다. 유럽연합은 2050년까지 탄소제로 사회를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구체적인 로드맵을 내놓고 있다. 아이폰, 구글, 페이스북 등 세계 주요 기업들은 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하겠다는 RE 선언을 하고 있지만 국내는 주요 산업계의 반발로 탄소제로 사회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최동진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은 "국내 현재 정책 수준으로는 2050 탄소제로 사회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며 더 과감한 에너지전환과 온실가스 배출량 저감 정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저탄소 사회 실현을 위해 △배출권거래제 활성화 △탄소세 도입 △기후에너지부 신설 △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 및 법제화 △탄소포집 및 저장 등의 기후기술 발전(BECCS, SRM 등)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피라협정 이행을 위한 국제공조 강화 △동아시아 환경협력을 통한 대기오염 감축 △남북 기후 환경 협력을 통한 온실가스 저감 등 국제 협력을 통한 2050 행동계획 마련도 강조했다.

최 소장은 "미세먼지 범사회적기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후변화 대응에 앞장서는 플랫폼이 돼어야 하며 산업계와 시민사회의 적극적 참여가 관건"이라고 했다.      

 

ya9ball@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