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스톤 호에서 발견된 외래종, 먹이 사슬 전반에 영향
토착종 송어 개체 수 급감·물벼룩 증가로 호숫물은 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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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옐로스톤 호에 유입된 외래종 곤들매기의 일종(사진=옐로스톤 국립공원 제공)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오경 기자] 옐로스톤 호에 침입한 외래종 물고기가 생태계에 변화를 일으켰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물은 맑아졌지만, 토착종 개체 수가 급감했다.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스’는 1872년 세계 최초로 지정된 국립공원인 옐로스톤 내 호수에 외래종 물고기가 침입해 연쇄 파급효과를 일으켰다는 미국 연구팀의 연구결과를 최근 게재했다.

토드 코엘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 박사 등 연구팀에 따르면 1994년 옐로스톤 호에서 발견된 침입종은 북아메리카 북부에 서식하는 연어과의 곤들매기 일종(레이크 트라우트)이다. 이 외래종은 크기 130㎝, 무게 46㎏까지 자라는 대형 포식자로, 손때 묻지 않은 고산 호수생태계뿐 아니라 육상 생태계에까지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연구팀은 지난 40여년 동안 이 외래종이 호수생태계에 초래한 변화를 추적했다. 코엘 박사는 “한 종의 외래 포식 물고기의 침입으로 호수 내 먹이사슬은 물론 숲 속에 서식하며 어류를 먹고 사는 육상 생물들의 먹이사슬까지 바꿔놨다”고 밝혔다.

외래종 곤들매기가 들어오기 전 호수 안에서의 최상위 포식자는 컷스로트 송어였다. 1970년대에 이 호수의 토종 송어는 350만마리에 이르렀다.

토종 송어는 호수 안에선 최상위 포식자였으나 육상에선 포유류와 맹금류의 먹이였다. 낚시꾼의 주요 표적이되기도 했다. 호수의 얕은 곳에 살며 물벼룩을 주로 잡아먹던 이 토착종은 주로 흰머리수리와 물수리, 수달 등의 먹잇감이었다. 회색곰과 아메리카흑곰 등도 산란하러 강을 거슬러 오르는 송어를 노렸다.

그런데 외래종 곤들매기의 등장으로 이 모든 생태계가 흔들렸다. 토종 송어는 이 대형 포식자의 주요 식량이 됐다. 곤돌매기는 송어와 달리 호수 깊은 곳에 서식해 물수리나 곰, 수달의 표적이 되지 않았다. 이에 송어의 개체 수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외래종 포식자 개체 수는 1998년 12만5000마리로 늘었다. 그 해에만 300만∼400만마리의 토종 송어를 먹어치웠을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했다.

외래종 곤들매기를 확인한 공원 당국은 즉각 자망을 이용한 제거작업에 나섰으나 호수 면적이 너무 거대해 특정 어류 종을 제거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공원 당국이 외래 곤들매기 수백만 마리를 잡아냈음에도 2012년 외래종 개체 수는 오히려 100만마리로 늘어났다. 반대로 토종 송어는 계속해서 개체 수가 줄었다. 남아 있는 송어는 대형(40∼60㎝) 송어가 대부분이었다. 과거엔 대부분이 소형(10∼28㎝) 개체였으나 곤들매기가 들어온 후 잡아먹히기 힘든 대형 송어가 많아졌다.

외래종 포식자의 영향은 토종 송어에만 머물지 않았다. 먹이 사슬을 타고 호수 주변의 생태계로 번져 연쇄 파급효과가 나타났다. 토착종 송어의 주요 먹이는 물벼룩이었다. 송어가 줄자 물벼룩은 늘어났고, 물벼룩의 먹이인 식물플랑크톤은 줄었다. 식물플랑크톤이 줄어들자 호숫물은 더 맑아졌다. 당국이 외래 곤들매기 제거작업을 강화할수록 호숫물은 불투명해졌다.

해마다 호수로 흘러드는 개울 상류로 산란하러 올라가는 송어는 국립공원에 살던 곰들의 주요 표적이었으나 외래종이 들어온 뒤 토종 곰의 송어 사냥은 확연히 줄었다. 1980년대 말까진 지류의 46%에서 곰의 송어 사냥이 관찰됐으나 2008년, 2009년, 2011년에는 단 한 건도 목격된 바가 없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곰이 사냥한 송어의 수도 1980년대까진 연간 2만마리 이상이었지만 1990년대 말에 들어선 2000마리로 줄었다. 2000년대 말에는 300마리로 곤두박질쳤다.

회색곰은 다른 먹이를 찾아 대형 사슴인 엘크 새끼에게 눈을 돌렸다. 연구팀은 “2007∼2009년 회색곰이 송어를 잡아먹는 비율은 0%였지만 엘크는 84%에 육박했다”고 밝혔다. 송어를 주식으로 잡아먹던 수달도 다른 어종이나 개구리로 먹이를 바꿀 수밖에 없었다.

외래종 침입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건 오로지 물고기만 사냥하는 물수리다. 물수리는 1980년대 말까지 해마다 평균 38개의 둥지를 틀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에 들어선 평균 둥지 수가 11개로, 2013∼2017년엔 3개로 줄었다. 부화 성공률도 떨어졌다. 2008∼2011년엔 새끼가 전혀 태어나지 않았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인위적 환경 교란이 거의 없는 지역이기에 이 같은 변화는 주로 외래종 포식자 때문에 빚어진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이제까지 외래종의 영향은 물에서 육지 등 경계를 넘어서면 현저히 약해진다고 알려져 있었는데 옐로스톤의 사례를 통해 그렇지 않단 것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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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입종 곤들매기 뱃속에서 나온 토종 송어(사진=옐로스톤 국립공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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