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여성·비정규직 근로자위원 "최저임금 제도개편 문제 많아"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 "의사결정 구조, 법 개정 해 바꿀 필요"
청와대 "대단히 유감… 계층위원 3인 위원회 조속한 참석 요구"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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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포스트코리아 주현웅 기자] 7일 청와대에서 열리기로 한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정족수 미달로 무산됐다. 청년·여성·비정규직 근로자위원들이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에 반대하며 불참했다.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과 한국노총 등은 노동계 설득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노동계가 워낙 완강한 입장이어서 향후 어떤 상황이 펼쳐질 지 관심이 모인다.

이날 예정됐던 경사노위 제2차 본위원회에는 문재인 대통령도 참석할 예정이었다. 앞서 노사정은 지난달 19일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6개월 연장 등에 합의했다. 따라서 이날 회의를 계기로 노사정의 사회적 합의는 비교적 원만히 이뤄질 것으로 관측됐다. 주요쟁점이자 노동계의 반발을 샀던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를 한국노총이 찬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이날 회의에 청년·여성·비정규직을 대표하는 이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병철 청년유니온 위원장, 나지현 전국여성노동조합 위원장,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지난 6일 오후 공동입장문을 내고 “탄력근로제 확대 합의와 같은 일이 또 다시 반복되어선 안 된다”며 불참을 통보했다.

이들은 “탄력근로제 확대뿐만 아니라 최저임금 결정구조가 이원화됐고,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마지막 단계인 민간위탁 분야 정규직화를 포기하는 정책이 나왔다”며 “경사노위에서 가장 힘이 센 정부가 사회적 합의의 디딤돌이 되느냐 걸림돌이 되느냐에 따라 경사노위의 성패가 달렸다”고 밝혔다.

청년·여성·비정규직 근로자위원들이 다음 회의에 참석할 가능성은 미지수다. 전국여성노동조합의 한 관계자는 “사회적 양극화 해소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로 참여한 경사노위인 만큼 이번 회의 불참은 무거운 마음으로 결정하게 됐다”면서 “일단 현재로서는 입장문에서 밝힌 내용 외에는 전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6일 민주노총 집회당시 성진CS 소속 여성노동자들.(주현웅 기자)2019.3.7/그린포스트코리아
지난 6일 민주노총 집회당시 성진CS 소속 여성노동자들.(주현웅 기자)2019.3.7/그린포스트코리아

이로써 경사노위를 주축으로 한 사회적 합의는 불투명해졌다. 문 위원장 등이 노동계 설득에 나선다지만, 이번 회의에 불참한 근로자위원들과 함께 회의장 밖에 있는 민주노총도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에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국회가 지난달 경사노위 합의 취지에 따라 입법절차를 밟는 것 역시 ‘반쪽짜리’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 같은 상황 전개에 가장 난처한 쪽은 정부다. 민주노총과 청년·여성·비정규직 근로자위원들은 “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협약 비준을 빌미로 노동기본권 문제를 경사노위에 떠맡긴다”고 비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당장 ILO 핵심협약 비준을 서둘러야 할 처지다.

앞서 유럽연합은 지난 6일 한국 정부에 ILO핵심협약 비준을 압박했다. 세실리아 말스트롬 EU통상장관은 한국 기재부 장관과 국회의장을 참고인으로 명기한 서면을 보내 “한국-EU FTA에서 약속한 ILO핵심협약 비준을 내달 9일까지 마무리지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해당 사항이 이뤄지지 않으면 EU는 전문가 패널 회부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다음 달까지 비준이 안 될 경우 우리나라를 전문가 패널에 회부하겠다는 EU의 입장은 한국이 노동규범을 이행할 때까지 앞으로도 계속 문제제기를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면서 “자칫 무역분쟁으로도 이어질 수 있어 상당히 시급한 문제”라고 말했다.

결국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다면 사회적 합의는 물론 EU와의 FTA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EU와 무역분쟁이 발생하면 산업계도 커다란 손해를 입을 수 있어, 경사노위 재계 대표들의 속내도 착잡할 수밖에 없다. 이들 입장에서는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도 못한 채 노동계측 요구인 ILO핵심협약 비준만 이뤄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문 위원장은 경사노위 의사결정 구조 개선을 위한 법개정을 주장했다. 그는 이날 경사노위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의사결정 구조는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번 사태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까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현행 경사노위법은 노사정 위원이 절반 이상씩 참여해야 의결이 가능하다. 전체 구성은 6명씩 총 18명이지만 민주노총이 참여하지 않아 17명인 상태로 운영 중이다. 문 위원장은 “우선 오는 11일 본회의를 다시 열겠다”며 “그 외에도 비공식적인 미팅을 통해 각종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경사노위 의결이 무산된 데 대해 청와대는 유감의 뜻을 밝혔다.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은 브리핑을 갖고 “지난 3개월 동안 혼신의 힘을 다해 합의 도출에 노력했지만 빛을 보지 못해 대단히 유감”이라면서 “계층위원 3인의 경사노위 본 위원회 조속한 참석을 요구한다”고 전했다.

chesco12@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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