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배출 줄었는데 대기정체로 고농도 미세먼지 되레 늘어
대기정체는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 때문… 사실상 ‘지구촌 문제’
최악의 경우 급진적 미세먼지대책 내놓더라도 고농도 발생할수도

5일 서울 광화문 거리가 초미세먼지 때문에 뿌옇게 보인다. (채석원 기자)
5일 서울 광화문 거리가 초미세먼지 때문에 뿌옇게 보인다. (채석원 기자)

[그린포스트코리아 채석원 기자] 초미세먼지(PM-2.5)가 한국 전역을 뒤덮었다. ‘미세먼지 청정지역’인 제주에까지 사상 처음으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졌다. 1급 발암 물질인 초미세먼지의 농도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국민이 공포에 떨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미세먼지를 ‘신종 담배’라고 표현한다. 미세먼지는 각종 호흡기질환은 물론이고 피부질환, 심뇌혈관질환, 안질환을 유발해 사망률을 높이는 독성물질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WHO는 미세먼지로 인해 느닷없이 죽음을 맞이하는 인구가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보다 많다고 말한다. 문제는 이렇게 심각한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대부분 미봉책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한국이란 나라의 노력만으론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가 발표한 ‘고농도 미세먼지 7가지 대응요령’에 따르면 미세먼지 피해를 예방하는 첫 번째 방법은 외출을 자제하는 것이다. 야외모임이나 캠프, 스포츠 등 실외활동을 최소화해 미세먼지 노출을 줄여야 한다.

부득이하게 외출을 한다면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다만 마스크를 착용할 때 호흡이 불편하면 사용을 중지하고 전문가로부터 상담을 받아야 한다.

외출할 땐 도로변이나 공사장 등 대기오염이 심한 곳을 피하고 활동량을 가능한 한 줄여 호흡량을 줄여야 한다. 미세먼지를 덜 들이마셔야 한다는 얘기다.

바깥활동을 하다 돌아오면 온 몸을 구석구석 깨끗이 씻어야 한다. 손과 발, 눈, 코를 흐르는 물에 씻고 꼭 양치질을 해야 한다.

체내 노폐물을 배출하는 효과가 있는 물을 충분히 마시고 항산화 효과가 있는 비타민C가 풍부하게 함유된 과일이나 야채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실내 공기질도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 미세먼지가 치솟았다고 해서 모든 문을 꼭 닫는 게 능사는 아니다. 실내·외 공기 오염도를 고려해 적절하게 환기한 뒤 물걸레질 등 물청소를 실시하고 공기청정기를 가동해야 한다. 물을 분무해 미세먼지를 가라앉힌 뒤 바닥을 닦으면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할 때도 최소한의 환기는 필요하다.

문제는 이런 대책들이 국민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데 있다. ‘고농도 미세먼지 7가지 대응요령’의 첫 번째 방법인 외출 자제는 실제로 일자리에 나가야 하는 회사원이나 공부하러 학교에 나가야 하는 학생들에게 ‘말장난’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네티즌 ‘yan1****’는 “기껏 한다는 소리가 외출자제? 학교 안 가나? 회사 안 가? 아이들 학교에 공기청정기는 있나? 수십명 있는 교실의 환기는 하나? 이산화탄소 농도 측정은 하고? 밖으로 나가기 싫어도 나가야 하는 사람이 있는데 기껏 내놓은 대응법이 외출 자제라니. 아이들 학교 때려치우고 직장인들도 회사 때려치우고 백수 돼서 집에 박혀 있을까”라고 말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외출 자제가 미세먼지를 피하는 데 별반 도움이 안 되는 것도 문제다. 실제로 일부 학교의 경우 교실 미세먼지가 운동장보다 높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충격을 안겼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자 미세먼지 대응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이야기가 교사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서울 송파구에 있는 한 고등학교의 수학교사인 K씨는 “교실 안 공기질이 실외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언론 보도를 봤다”면서 “학생들에게 운동장으로 나가지 말라고 말하는 게 맞는 것인지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아직 우리 학교는 휴교령을 실시하진 않고 있지만 휴교령을 내린다 한들 무슨 효과가 있나 싶다”고 말했다.

불안한 국민은 정부를 원망하고 있다. 그리고 이 원망의 감정 기저에는 중국이란 나라에 대한 불만이 자리 잡고 있다.

환경과학원과 환경부에 따르면 중국의 미세먼지 영향은 평시엔 30~50%, 고농도일 땐 60~80% 정도다. 요즘처럼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할 땐 최대 80%까지 중국발 미세먼지가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국민 상당수는 고농도 미세먼지에 영향을 미치는 중국에 한국 정부가 제대로 항의하지 못한다고 여기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발 미세먼지를 해결할 수 있는 외교적 방안이나 국제법적 방안을 지금부터라도 모색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정부도 이런 분위기를 파악하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 열린 한·중 환경장관회의에 참석하고 돌아온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중국발 미세먼지가 한국에 유입된다는 사실을 중국도 시인했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중국발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전문가, 산업계 등이 함께 참여하는 ‘한·중 미세먼지 전문가 전담반’을 지난해 말 구성했다. 이 전담반엔 대기과학, 정치·외교, 산업, 국제법, 기후 등 4개 분야의 전문가 23명과 환경부·외교부 관계자가 참여하고 있다. 조 장관과 각 분야 전문가 8명이 지혜를 모으는 정책 대화 형식으로 중국발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즉각 효과를 발휘하긴 어렵다. 단기 노력만으론 미세먼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순 없기 때문이다. 그럴 가능성이 높지도 않지만 중국이 한국의 입장을 전면 수용한 파격적인 미세먼지 대책을 내놓는다 한들, 이 정책이 실제 효과로 이어지려면 또 상당 시간이 필요하다.

미세먼지 문제의 단기 해결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미세먼지가 기후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데 있다. 실제로 미세먼지 절대 배출량은 줄고 있지만 고농도 미세먼지는 되레 늘고 있다. 바로 기후변화 때문이다.

조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미세먼지가 정량적으로 줄고 있으며 특히 비상저감조치 기간엔 최소 4, 5%가량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하는 이유는 ‘대기정체’ 때문이라고 조 장관은 밝혔다. 바람이 불지 않아 먼지가 확산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비까지 내리지 않아서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조 장관은 이 같은 현상이 동북아시아 전반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기후변화’를 해결하지 않으면 미세먼지 해결이 요원하다고 밝혔다. 그는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후변화 정책으로 가야 한다면서 하루아침에 대응할 순 없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전 지구촌이 힘을 합쳐도 될까 말까 한 문제”라는 이야기까지 내놨다. 

그러면서 조 장관은 ‘경제활동’이나 ‘차량운행 제한’ 등 국민 기본권을 제한해서라도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농도 미세먼지는 1급 발암물질이기 때문에 지금처럼 계속되면 국민 생명 안전에 지대한 위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 장관의 언급이 분노한 국민을 달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조 장관 말대로 기후변화는 지구촌 문제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더라도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엔 한국 정부가 미세먼지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전향적이고 급진적인 대책을 내놓더라도 고농도 미세먼지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2019년의 한국인들은 기후변화가 인간의 삶에 어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가장 극적으로 목격하고 있다.

jdtimes@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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