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업계 반발에 사실상 예외조항?
라벨 때문에 재활용 불가능하다지만
맥주회사는 라벨 교체해 판매할 분위기

[그린포스트코리아 서창완 기자] 환경부는 2021년까지 '재활용 애물단지'인 맥주 페트병을 점차 병이나 캔 등으로 전환해 사실상 퇴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환경부 고시 개정안을 보면 맥주 페트병이 빠져나갈 구멍이 보인다.

환경부가 지난달 17일 발표한 ‘포장재 재질·구조개선 등에 관한 기준’을 보면 재활용 용이성이 3등급으로 나뉜다. ‘재활용이 용이한 우수 재질·구조’가 1·2순위로 분류된다. ‘재활용이 어려운 재질·구조’가 3등급이다.

서울 한 편의점에 진열돼 있는 맥주 페트병. (서창완 기자) 2019.2.18/그린포스트코리아
서울 한 편의점에 진열돼 있는 맥주 페트병. (서창완 기자) 2019.2.18/그린포스트코리아

그런데 맥주 페트병은 이 기준 안에 들어가지 않는다. 개정안은 1~3등급에 속하지 않으면 ‘재활용이 가능한 재질·구조’로 분류했다. 지난 12일 맥주 페트병을 2021년까지 '사실상 퇴출'한다는 계획을 밝힌 환경부가 예외 조항을 마련해 둔 셈이다.

고시안을 보면 페트병 포장재 중 ‘재활용이 용이한 우수 재질·구조’는 단일재질 무색 제품이다. 

‘재활용이 어려운 재질·구조’ 중에는 단일재질 페트병에서 녹색 이외의 색상(생수·음료는 녹색도 제외)과 복합재질 페트병에서 '갈색 이외의 색상' 등이 포함됐다. 이는 갈색인 맥주 페트병에 대한 특혜로 해석될 수 있다. 

맥주 페트병은 투과를 막아 내용물 변질을 막기 위해 갈색으로 만든다. 또한 페트와 나일론이 층층이 쌓인 복합재질이다. 나일론은 외부에서 산소가 들어오지 못하고 안에서는 탄산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벽 역할을 한다. 사실상 무색 전환이 불가능한 맥주 업계 사정을 환경부가 눈감아 줬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에 환경부 관계자는 “맥주 페트병 '몸체'는 재활용 가능 등급이지만 라벨 기준에 따르면 재활용 어려움 등급(3등급)이기 때문에 결론적으로는 재활용이 가능하지 않다”고 밝혔다. ‘포장재 재질·구조개선 등에 관한 기준’은 몸체, 라벨, 마개 및 잡자재로 각각 나뉜다. 맥주페트병은 몸체 기준에서는 재활용 가능이지만 라벨 기준에서는 재활용이 불가능한 등급이라는 말이다.  

그러면서 “라벨지를 2등급으로 바꾸면 맥주 페트병이 재활용 등급이 되는 건 맞지만 업계 라벨 교체에 수십억원이 들 것으로 전망돼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병이나 캔으로 교체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맥주 제조사가 맥주 페트병의 종이라벨만 재활용이 용이한 기준으로 바꾸면 재활용 가능한 재질로 구분될 수 있지만, 비용 문제로 힘들 거라는 뜻이다. 하지만 맥주 제조업체는 라벨만 바꿔 재활용 가능 수준으로 판매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환경부의 이번 계획에 대해 “환경부가 맥주 페트병을 퇴출하겠다는 방향을 밝혔지만,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선택권 제한이 우려된다”면서 “대체제 개발과 소비자 성향 변화 분석 등 검토가 있어야 해 단시간에 결정하기 힘들다”며 난색을 표했다.

수용성 라벨 전환에 대해서는 “현재 기술 부서에서 검토 중인 사안이나 페트병 퇴출 이슈와 맞물려 환경부에 지침을 요청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역시 “현재 3등급 수준인 맥주 페트병 라벨을 1등급 기준에 맞춰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eotive@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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