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에서 발견된 '붉은여우'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에서 발견된 '붉은여우'
  • 황인솔 기자
  • 승인 2019.02.14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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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 (영국 자연사박물관 제공)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내에서 발견된 붉은여우. (사진 아드리안 블리스 제공)

[그린포스트코리아 황인솔 기자] '죽음의 땅' 체르노빌에 진정한 봄은 언제쯤 찾아올까.

1986년 우크라이나 키예프주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에서 '20세기 최악의 사고'라 불리는 원자력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약 1200명이 사망하고 495만명이 피폭됐으며, 5만명 이상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

지역 전체는 폐허가 됐다. 높은 수준의 방사능을 소나무들이 흡수해 죽어 산림이 붉게 물들었고, 전문가들은 이 지역에 생명체가 살기 위해서 적어도 90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람들은 체르노빌 일대를 '죽음의 땅'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사고 이후 30여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여전히 체르노빌은 사고지역 반경 30㎞ 이내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그런데 이곳에서도 '생명'이 살아 숨 쉬고 있는 것이 목격됐다. 바로 늑대, 여우, 멧돼지, 노루 등 야생동물이다.

영국 자연사박물관이 '올해의 야생동물 사진'으로 선정한 작품 중 하나는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내에 서식하고 있는 붉은여우의 모습을 담고 있다. 폭발사고로 인해 건물 내부는 폐허가 됐고 바닥도 잿빛으로 뒤덮여있지만, 여우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이 사진을 촬영한 아드리안 블리스는 "작품 촬영을 위해 체르노빌 발전소 내부를 방문했다가 먹이를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붉은여우를 발견한 뒤 사진에 담았다"라며 "황폐화된 환경 속에서도 생명력을 잃지 않고 활발히 움직이는 그 모습은 경이로웠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붉은여우가 적응력이 뛰어나고 기회주의적인 면이 있어 이러한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내에서 붉은여우와 함께 걷고 있는 모습. (아드리안 블리스 제공)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내에서 붉은여우와 함께 걷고 있는 모습. (사진 아드리안 블리스 제공)

영국 포츠머스대학 연구팀이 2015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체르노빌지역에 서식하는 늑대 수는 일반 자연 서식지보다 7배 가량 더 많다. 포유동물의 수도 원전사고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고, 일부 종은 오히려 사고 이전보다 개체 수가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체르노빌지역의 생태계가 스스로 회복해 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영국 자연사박물관 포유동물 담당 큐레이터는 "체르노빌의 동물이 번성하고 있는 것과 원전사고와의 연관관계는 아직 확정 지을 수 없지만 사냥, 개발 등 인재가 오히려 동물과 자연에 더 해로웠던 것이 아닐까 싶다"라고 말했다.

breezy@green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