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바깥’ 시선으로 보는 석포제련소
[기고] ‘바깥’ 시선으로 보는 석포제련소
  • 그린포스트뉴스팀
  • 승인 2019.02.13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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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석 번역가
박종석 번역가

이제 본격적인 기해년(己亥年)이다. 환경운동가들에게는 겨울이 일종의 휴면기이자 재충전기다. 겨울에는 환경 감시 활동을 현장에서 진행하기 어려운 탓이다. 특히 강 유역의 환경오염을 고발하는 활동가들은 양력으로 2월이 되고 나서야 현장 감시를 위한 단체 행동에 나선다.

올해는 아마 환경운동가들에게 상당히 어려운 한 해가 될 듯 하다. 그 어떤 정권보다 가장 환경운동에 친화적이었던 문재인 정부가 전국 방방곡곡의 SOC사업 예타(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어느 진보 성향의 정치평론가는 ‘문명박(문재인+이명박) 정부’라고 부를 정도로 그 파급효과가 크다. 터널을 뚫고, 고속철도의 라인을 확장하는 공사과정에서 숱한 생태보전구역들이 파괴될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자신들의 이념적 정체성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환경운동가들과 조금씩 손을 끊을 수 밖에 없는 처지다.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어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재정을 집행해 예산을 푸는 것 외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환경운동가들의 보다 조직적이고 강렬한 저항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정부의 관심을 얼마나 끌지는 미지수다. 

과거 자신들의 환경운동 논조와 전혀 다른 방향을 취하는 활동가들도 있다. 노무현 정부 당시 새만금 간척에 반대했던 활동가들 중에는 “새만금 태양광 단지에 찬성한다”고 공개 강연을 하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다. 지난 정권까지 흑산도 공항에 대해 강렬하게 반대했던 문인(文人)이 문재인 정부가 되고 나서부터 “지역 소외를 막기 위해 흑산공항을 전격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환경운동보다 더 강력하게 조직화되어 있는 것이 바로 호남의 정치경제적 소외에 대한 돌봄 촉구다. 여기서도 환경운동가들은 2선으로부터 후퇴할 수밖에 없는 처지일까.

◇집단 감성으로 몰고 온 석포제련소 문제, 어떻게 할 것인가

환경운동가들이 수 년간 지속적인 투쟁 끝에 사회적 이슈로 승화시킨 사안이 낙동강 상류에 있는 석포제련소 문제다. 연간 아연 36만톤을 생산하는 이 제련소는 꽤 오랫동안 안동댐과 낙동강 오염의 주범으로 비판받아 왔다. 환경운동가들은 자신들이 동원할 수 있는 최대한의 비난 수위를 적용해 석포제련소를 낙동강 전체 오염의 상징인 것처럼 비화했고, 어떤 교수는 “평양 이전에 석포”라는 식의 ‘신박한 드립’까지 쳤다. 

도대체 낙동강 오염과 석포제련소가 무슨 관련이 있다는 것일까. 환경부와 관계 당국이 수 차례 안동호 오염원에 대한 조사를 내놔도 환경운동가들은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그들에게 석포는 거슬리는 대상이다. '돈 좀 벌자고 낙동강 유역 주민 전체를 거북하게 만드는' 매판 자본에 불과하다. 녹색 무정부주의와 자연을 정치적 토템으로 삼는 샤머니즘이 결부되어 영풍 석포제련소는 거대한 굿판의 제물이 된다.

철학자 미셸 푸코는 ‘바깥’이라는 개념을 이야기한다. 모든 인간은 세상을 규율하는 지성과 텍스트로부터 바깥에 놓여 있다. 텍스트와 자신을 동일시 하며 남을 재단하는 것이 바로 종교다. 자신의 바깥에 존재하는 진실을 똑바로 목도하지 않고, 자신의 경험과 믿음에 입각해 문제를 바라보는 독선적인 시선이야말로 폭력이고 숱한 개혁가들의 타파 대상이었다.

환경운동가들은 석포제련소와 관련해 다른 기관이 생산한 어떤 데이터도 믿지 않는다. 안동댐 상류 환경관리협의회가 논의하고 환경부가 결정해 안동댐 바닥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했지만 “속임수가 있을 것”이라는 게 환경단체측 입장이다. 그들이 원하는 집단 감성의 관점에 맞지 않는 리얼리티이기 때문에 과감하게 거부되는 것이다. 석포제련소가 없어져야만 그들의 삶이 나아질 것이라는 주장도 서슴지 않는다. 

◇환경부는 국민이 제대로 된 데이터 읽을 수 있도록 중재자 역할 해야

환경부는 환경단체가 사실상 자신들의 바이블처럼 읊고 있는 석포제련소 폐쇄 문제를 매우 객관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우리 나라의 환경 관련된 지식과 정보를 가장 불편부당하게 제공해 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관이 환경부다. 영풍 석포제련소가 지상파의 교양다큐에 한번 나오면 그 이후 각종 행정기관과 사법기관의 재량적 행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게 사실이다. 환경부가 규제기관으로서 영풍측에 대해 명확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알 권리를 가진 국민들이 똑바로 현실을 직시할 수 있도록 중재하는 기능도 매우 중요하다. 

그동안 환경부는 거센 목소리로 "영풍 폐쇄"를 외치는 환경 단체들을 부담스러워 하거나, 회피하는데 급급해 왔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부터라도 환경부는 행정당국이 해야 할 본연의 역할로 돌아가 이해관계자들이 석포 문제를 조금이라도 ‘바깥’의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공론장을 만들어야 한다.

(*본 기고의 내용은 본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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