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홍콩에서 상어 지느러미를 말리는 모습. (CNN 제공)
중국 홍콩에서 상어 지느러미를 말리는 모습. (CNN 제공)

[그린포스트코리아 황인솔 기자] 중국 최대 명절 춘절 기간에 샥스핀(상어 지느러미) 수프를 한 그릇 먹으면 한해 내내 여유가 생긴다는 속설이 있다. 이에 그동안 많은 레스토랑이 상어 지느러미 요리를 새해 특선 메뉴로 내놨지만, 최근에는 샥스핀 판매를 중단하는 움직임이 생겨나고 있다. 환경보호와 생태계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미국 CNN은 최근 중국 홍콩에서 샥스핀 소비량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70%에 육박했던 샥스핀 소비량이 45%로 줄었고, 결혼식 접대 음식 메뉴에서도 사라지고 있다.

홍콩 레스토랑 맥심은 이날 샥스핀 요리의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서약했다. 포시즌스 호텔도 샥스핀을 햄, 닭고기 등 다른 식재료로 대체하며 채식주의자를 위한 비건 수프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샥스핀은 상어의 지느러미를 말린 것으로 제비집, 전복과 함께 중국의 3대 진미로 불린다. 귀한 손님이 오면 빼놓지 않고 사용할 정도로 고급 식재료로 취급되며 특히 결혼식 연회에서 '지위의 상징'으로 오랫동안 자리 잡은 음식이기도 하다.

샥스핀은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등 아시아뿐만 아니라 유럽 등에서도 찾는 식품이지만 전 세계 물량의 절반 이상이 중국 홍콩에서 유통된다. 세계자연보호기금(WWF)의 통계에 따르면 홍콩은 2000년대 초반부터 매년 1만톤의 샥스핀을 수입해올 정도로 소비량이 많은 지역이다.

그동안 샥스핀 요리는 환경보호단체와 해양생태학자의 비판의 대상이 되어왔다. 상어 지느러미 절취 과정을 보면 붙잡힌 상어의 지느러미를 잘라낸 다음 몸통은 그대로 바다에 던진다. 상어가 아직 살아 있는 상태일 때도 많다. 상어 지느러미 절취행위는 국내법과 국제법을 통해 금지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이 높아 불법으로 행해지는 경우가 많다. 어장이 주로 법의 감시망이 잘 닿지 않는 먼바다에 위치하는 것도 큰 몫을 했다.

이런 식으로 죽는 상어 수가 연간 1억마리로 추정된다. 이대로 불법 어획이 계속된다면 머지않아 대다수의 상어종이 지구상에서 자취를 감출지 모른다는 지적도 나왔다.

홍콩대학교 생물과학대 이본 사도비 교수는 "상어에게 지느러미는 바다를 움직이는 도구이자 호흡을 할 수 있는 숨구멍인데 이를 끊어내면 더 이상 살 수 없다. 샥스핀을 채취한다는 이유로 상어를 멸종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행동은 너무나 잔인하고 비도덕적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대부분의 상어는 먹이사슬의 상위에 있기 때문에 개체 수가 줄면 생태계가 유지되지 않는다. 또 상어의 지느러미에는 수은, 납, 비소 등 해양 독소가 축적되어 있어 건강에도 좋지 않다. 고급 식재료로 취급되는 것도 아이러니한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breezy@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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