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호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 공동위원장 사퇴 의사

4대강 조사ㆍ평가 기획위원회 공동위원장인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사진=홍 교수 페이스북)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 공동위원장인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사진=홍 교수 페이스북)

[그린포스트코리아 채석원 기자]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 공동위원장인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결정을 정면 비판하며 공동위원장에서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홍 교수는 정부가 예타 면제 대상 사업을 확정하기 하루 전인 28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천문학적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국책사업의 절차적 정당성과 사회적 합리성을 최대한 담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인 예타를 건너뛰어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소식 앞에 망연자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 시절 강행한 4대강사업에 대해 나는 왜 예타를 명시한 국가재정법을 위반하느냐고 비판했으며, 당시 야당이었던 현 정부 여당은 예타 면제라는 방식을 동원한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을 격렬히 성토했다”면서 “그때 야당이었던 현 정권이 수십조원에 달하는 사업에 대해 예타 면제를 추진한다는 보도에 말문이 막힌다”고 밝혔다.

홍 교수는 “나는 현재 이 정부 주요 정책과제 중 하나인 4대강에 설치된 보의 처리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하는 4대강 사업 조사평가단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곳에 40여 분의 각 분야 전문가들과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모여 합리적인 보처리 방안 도출을 위해 밤잠 못 자며 토론하고 연구하고 있다”면서 “그런데 보처리 방안도출 과제를 우리에게 던져준 문재인 정부는 경제성분석과 예타를 무시하겠다고 한다. 시급을 요하고 지역발전에 필요한 사업이니 예타를 면제하겠다고 한다. 이것이 정말 사실인가? 이런 이중적인 잣대로 국정을 운영해 온 것인가? 내년 총선이라는 정치적 일정에 꿰맞춘 것이라는 비판에서 진정 자유롭다고 할 수 있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4대강 보 처리 조사평가단 위원들께 얼굴을 들 수 없다. 위원장으로서 너무 죄송하다. 정부가 가차 없이 휴지통에 던져 버린 평가방법을 사용하여 국민들께 4대강의 미래를 설명하고 설득한다는 것이 얼마나 모순된 일인가?”라면서 “나는 마음이 괴롭고 국민들께 죄송해서 도저히 이렇게 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홍 교수는 “언론의 보도대로 수십조원에 달하는 SOC 사업들이 예타 면제로 확정된다면 나는 더 이상 대통령 훈령으로 만든 위원회의 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없을 것이다. 해서도 안 되고 할 자격도 없다”면서 “그 동안 너무 열심히 함께 해 준 조사평가단의 활동가, 연구자, 일선 공무원들께 죄송할 따름이다”고 말했다. 위원장직에서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셈이다.

<홍 교수의 글 전문>

지역 SOC 사업을 추천받아 선별하여 일괄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해 주는 정부 발표가 있을 거라는 기사를 접했다. 설마 했지만 사실로 드러나는 분위기다. 나는 이 정부의 사회경제 정책이 개혁을 염원하는 많은 사람들의 바람과 엇박자를 보일 때마다 나 스스로 조금 더 참고 조금 더 노력하자고 다짐했다. 기본정책방향에 있어 내 평소 소신과 맞는 부분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천문학적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국책사업의 절차적 정당성과 사회적 합리성을 최대한 담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인 예비타당성조사를 건너뛰어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소식 앞에 망연자실하다. 돈 있는 곳에 마음 있다는 말이 거의 진리에 가깝다고 할 때 이 정부가 국민으로부터 거둬들인 세금을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무엇을 위해 쓰겠다는 것이 이만큼 분명히 드러나는 사안은 없다고 본다. 내일 공식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사실이 아니기만 바랄 뿐이다.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강행한 4대강사업에 대해 나는 왜 예타조사를 명시한 국가재정법을 위반하느냐고 비판했다. 내 비판의 근거는 500억원 이상의 사업비와 300억원 이상의 국가예산이 소요되는 사업에 대해 예타 면제를 덧씌운 것은 꼼수이자 불법이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내가 증인으로 출석한 법정에서 부산고등법원은 낙동강 사업에 대해 정부가 비용편익분석에 기초한 예비타당성조사를 수행하지 않은 것은 불법이라는 판단을 했다. 사실상 사업이 종료됐기 때문에 실효성 없는 판결이었고, 결국 사정판결이라는 결론을 내리긴 했지만 말이다. 당시 야당이었던 현 정부 여당은 예타 면제라는 방식을 동원한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을 격렬히 성토했다. 그때 야당이었던 현 정권이 수십조원에 달하는 사업에 대해 예타 면제를 추진한다는 보도에 말문이 막힌다.

현재 언론을 통해 보도된 예타면제 후보인 SOC 사업의 대부분은 도로, 철도, 항만, 공항 등 예타사업이 시작된 이래 가장 연구와 분석 노하우를 많은 쌓은 정형사업이다. 20년 가까운 조사사업 수행에 따라 매뉴얼이 잘 갖춰져 있고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도 대체로 드러나 있다. 일각에서는 예타를 수행하면 어차피 경제성 없게 나올 것인데 그렇다면 사람 없고 여건 열악한 지역 사업은 영영 할 수 없는 것이냐는 항변을 한다고 한다. 그렇지 않다. 예타에는 비용편익분석 결과에 기초한 경제성 평가 외에도 정책적 분석을 통해 지역 낙후도, 지역균형발전, 환경 및 사회적 가치 등 다양한 중요한 기준과 지표를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틀이 갖춰져 있다. 그 동안에도 경제성은 부족하나 지역 상황과 여건을 감안하여 사업을 추진한 사례들이 적지 않고 이는 정당화될 여지가 많다. 경제성 분석은 사업 추진 여부를 가리는 유일한 리트머스 시험지가 아니다.

경제성 분석은 사업 추진 여부 판단을 넘어 많은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먼저 경제성 분석을 통해 어떤 부분에서 해당 사업이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 가능성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창출되는 편익보다 소요되는 비용이 현저히 많을 것으로 나온다면 어떤 방식으로 사업을 변경하는 것이 바람직할지, 다른 보다 바람직한 사업은 없을지 찾아보는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다. 무엇보다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잘못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책임 있는 정부라면 마땅히 가져야 할 자세다. 시간이 없다고? 핑계다. 1, 2년 늦더라도 제대로 된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어떤 이유로든 사업의 시급성을 구실로 사업을 강행하는 것보다 사회적으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바람직하다. 바로 그것이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이 주는 가장 큰 역사적 교훈 아니었던가?

나는 현재 이 정부 주요 정책과제 중 하나인 4대강에 설치된 보처리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하는 4대강 사업 조사평가단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곳에 40여 분의 각 분야 전문가들과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모여 합리적인 보처리 방안 도출을 위해 밤잠 못 자며 토론하고 연구하고 있다. 처리기준에 대해 그간 많은 다양한 의견들이 있었으나 나는 이분들에게 절차적 정당성과 사회적 합리성이라는 대의를 충족하기 위해 비용편익분석 방법을 통해 보 처리방안을 도출해 보자고 설득했고, 이미 언론에 공개된 대로 이 방법을 활용해 연구가 진행 중이다. 그것이 국민들께 보일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접근방법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명박 정권은 법과 절차를 무시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사업을 강행해 버렸지만, 우리는 전문 지식과 학자적 양심, 그리고 시민 책임성을 바탕으로 최선의 평가결과를 만들어 내자고 말했다.

그런데 보처리 방안도출 과제를 우리에게 던져준 문재인 정부는 경제성분석과 예비타당성을 무시하겠다고 한다. 시급을 요하고 지역발전에 필요한 사업이니 예타를 면제하겠다고 한다. 이것이 정말 사실인가? 이런 이중적인 잣대로 국정을 운영해 온 것인가? 내년 총선이라는 정치적 일정에 꿰맞춘 것이라는 비판에서 진정 자유롭다고 할 수 있는가?

나는 4대강 보처리 조사평가단 위원들께 얼굴을 들 수 없다. 위원장으로서 너무 죄송하다. 정부가 가차 없이 휴지통에 던져 버린 평가방법을 사용하여 국민들께 4대강의 미래를 설명하고 설득한다는 것이 얼마나 모순된 일인가? 나는 마음이 괴롭고 국민들께 죄송해서 도저히 이렇게 하지 못하겠다. 언론의 보도대로 수십조원에 달하는 SOC 사업들이 예타 면제로 확정된다면 나는 더 이상 대통령 훈령으로 만든 위원회의 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없을 것이다. 해서도 안 되고 할 자격도 없다. 그 동안 너무 열심히 함께 해 준 조사평가단의 활동가, 연구자, 일선 공무원들께 죄송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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