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다방]미세먼지 대책, 경제원론대로 풀어라
[녹색다방]미세먼지 대책, 경제원론대로 풀어라
  • 그린포스트코리아
  • 승인 2019.02.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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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항 한국환경공단 비상임이사
 
임항 한국환경공단 비상임이사
임항 한국환경공단 비상임이사

한 언론인은 지난해 10월초 이제 4계절의 명칭을 바꿔야 한다고 한탄했다. ‘봄-여름-가을-겨울’이 아니라 ‘미세먼지-폭염-가을-혹한’으로. 즉 가을만이 높고 푸른 하늘이라는 계절적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올 겨울만 보면 '혹한'도 '초미세먼지'로 다시 개명해야 할 듯하다. 특히 지난 1월 15일 오전 7시 서울 지역 초미세먼지 농도는 ㎥당 131㎍으로 공식 관측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날씨가 따뜻해져도 엄마들은 아기를 데리고 외출할 수 없다고 하소연한다. 초미세먼지가 호흡기질환과 폐암, 심지어 심혈관계 질환까지 증폭시켜 국민들의 수명을 단축시키고 있다는 것이 이제는 상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인구당 (초)미세먼지로 인한 조기사망자가 가장 많을 나라로 한국을 지목했다. 실제 우리나라의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그런데도 미세먼지를 대하는 정부의 시각과 정책은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문재인 정부는 미세먼지 종합대책을 벌써 네 차례나 발표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자동차 운행 제한의 확대와 경유의 상대가격 인상은 계속 외면하거나 미뤄 놓고 있다. 가장 신속하고, 확실하게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정책을 선택지에서 제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문 대통령과 조명래 환경부장관이 스스로 정부대책이 미흡하다고 인정하기까지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국무회의에서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개선됐지만(...) 기상 상황에 따라 초미세먼지 농도가 기록적으로 높아지면서 국민들 체감은 오히려 더 심각해지고 있다"면서 "정부가 손 놓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정부가 헛바퀴만 돌리고 있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다. 규제를 해야 할 대상에 규제 대신 지원책을 우선적으로 동원하기 때문이다. 현재 수도권 초미세먼지의 국내발생 요인 가운데 가장 큰 것은 경유차로 그 비중이 29%에 이른다. 경유차의 배출가스는 그 비중도 그렇지만, 사람의 코 높이에 가장 가까운 데서 생성된다. 즉 같은 배출량이라도 인체 위해성이 그만큼 더 크다. 게다가 경유차 배출가스는 다른 배출원에서 나온 같은 농도의 초미세먼지들과 비교할 때 산화독성, 세포독성, 및 세포독성이 압도적으로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경유승용차는 무엇보다도 다른 배출원에 비해 가장 적은 비용과 부작용만 감수하고도 운행을 규제하거나 가격정책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따라서 경유의 휘발유에 대한 상대가격을 높이고, 경유에 대한 LPG의 상대가격을 낮춰서 경유차 운행과 구입을 줄이는 게 시급하다.  

그러나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환경부가 추진 중인 이 정책을 계속 반대하고 있다. 경유의 상대가격이 높아지면 정유업계와 자동차제작사들의 제품별 판매 비중이 달라져서 설비투자비용에서 다소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업계도 어차피 세계시장의 추이에 맞춰 경유차 퇴출과 친환경차 개발경쟁에 서둘러 뛰어들어야 한다. 부담이 늘어나는 화물운송업계나 자영업자들에게는 더 거두는 세금으로 유류세 환급을 확대하면 된다. 그런데도 3년 전 범 부처별로 경유의 상대가격 인상이 논의되던 당시 기재부 차관은 "경유가격 인상은 없다"고 일방적인 언론플레이를 하기까지 했다. 재정당국 관계자는 “일개 미세먼지 대책 때문에 유가를 건드릴 수 없다”고도 말했다. 경유가격 인상 시도 불발을 둘러싼 이런 에피소드는 우리나라 정부에서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보다 자동차와 경유 수요라는 산업의 이익이 여전히 더 우선함을 시사한다.  

중국발 미세먼지의 비중이 평균 절반에 가깝다고 하지만, 계절별, 경우별 비중과 위해성을 제대로 분석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 영향의 증거를 찾아 제시하더라도 외교를 통해 개선책을 마련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급한 대로 수송부문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설기계, 대형화물차 등의 배기가스저감장치 장착과 친환경연료 전환에 우선적으로 재원을 투입해야 한다. 그러나 올해 미세 먼지 예산 8800억 원은 전기차 보급(4500억 원)과 수소차 보급(800억 원)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이 모두가 전체 경유차 대수에 비하면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 친환경 전환에 막대한 돈이 드는 대형 경유차와는 별도로 전체 소형화물차 90만여 대 가운데 절반인 45만대를 LPG차(36만대)와 전기차(9만대)로 전환하는 데만 해도 4조원이 든다. (이규진 아주대 교수, '소형화물차 미세먼지 배출특성 및 관리방안', 2018년 12월 19일 국회 토론회 발제자료)

따라서 당장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서는 자동차 운행 수요관리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최근의 추세는 봄과 겨울에 인체에 위해성이 더 큰 초미세먼지 평균농도가 높아졌고, 주의보 발령 횟수도 증가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두 계절에 초미세먼지 경보, 그리고 경우에 따라 초미세먼지주의보가 오래 갈 때 의무적 승용차 2부제를 민간부문에도 확대 적용해야 한다. 자가운전자들의 반발을 우려할지 모르지만,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서울대 보건대학원과 함께 지난해 말 '리서치 뷰'에 의뢰한 국민여론조사결과 국민 3명 중 2명(66.3%)은 민간 차량2부제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외국에 주재하거나 장기 여행을 한 사람들은 대도시에서 비상시 차량2부제는 물론 비싼 주차비와 도심통행료, 많은 보행자 전용도로, 그리고 생계를 위협할 정도로 높은 교통 및 주차위반 벌금에 질겁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동시에 서울은 상대적으로 운전자 천국이라고 느꼈을 것이다. 개인 승용차 이용을 부추기는 제도가 자동차 남용을 초래한다. 우리나라 운전자들은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에 비해 훨씬 더 큰 승용차를, 같은 기간에 1.5배나 더 긴 거리를 운행하고 있다. 이는 서울의 승용차 한 대가 내뿜는 미세먼지 등의 오염물질이 평균 주행거리와 차량크기를 감안하면 파리, 로마나 도쿄의 한 대에 비해 2배 이상에 이른다는 말이다. 

깨끗한 대기는 거대한 공유자산이다. 대기를 사용하는 전제인 청정성을 해치는 행위, 즉 대기오염행위가 불가피한 경우 그 행위에 비용을 물리거나(오염자부담원칙), 횟수(배출량)을 제한하는 것이 경제정의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가장 효율적으로 오염물질을 줄일 수 있다. UNEP 소속 환경경제학자 거노트 와그너는 2011년 저서 ‘지구가 알아차리기나 할까’(국역본, 누가 마지막 나무를 쓰러뜨렸나)에서 알래스카의 넙치 어업을 예로 든다. 알래스카의 대형 넙치는 관광객에게 고가의 인기상품이어서 남획으로 인한 고갈문제가 대두됐다. 당국은 어부 수 감축, 조업제한 예고, 금어기 확대 등 온갖 수단을 동원했으나 넙치 고갈 속도를 늦추지 못했다. 그러나 1995년 총 어획량을 정해놓고 어부들에게 지분을 배분한 이후 큰 변화가 일어났다. 오늘 못 잡아도 내일 잡으면 되니 어부들은 느긋해졌다. 기술과 장비전쟁에 뛰어들 이유가 사라졌고, 어장에는 자연스럽게 적정 수의 어선이 떠다녔다. 넙치조업기간은 이틀에서 200일로 늘었지만 넙치는 여전히 잘 잡혔다. 이후 5년간 어부들의 수입은 2배, 이윤은 4배로 뛰었다.

역시 경제적 부담과 이익, 즉 돈이 사람의 생각과 세상을 효율적으로 바꾼다. 거노트 와그너 전 환경보호기금(EDF) 수석경제학자는 "시장은 언제나 완벽하게 효율적으로 돌아가는것은 아니다"라며 "규제(쿼터제)와 세금(배출부과금, 유류세 등), 둘 중 하나면 안 된다. 둘 다여야 한다"고 말했다. "얼마나 운전하고, 오염시키고 싶은지 알아서 결정하라. 대신 비용은 한 푼도 빠짐없이 부담할 준비를 하라"는 것이다. 결국 돈이 세상을 돌아가게 한다. 또한 돈이 세상을 바꿀 수 있지만, 그것을 뒷받침하는 것은 시스템, 즉 잘 기능하는 정부다.

janis@green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