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9일 오전 11시 서울정부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있다. (사진=YTN 캡처)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9일 오전 11시 서울정부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있다. (사진=YTN 캡처)

 

[그린포스트코리아 채석원 기자] 심석희(22·한국체대) 선수의 성폭행 피해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한 노태강 문체부 제2차관에게 네티즌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순실 사태’에 휘말려 공직을 그만둬야 했던 아픈 개인사를 갖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노 차관은 9일 오전 11시 서울정부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심석희가 조재범 코치에게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당한 데 대해 정책 담당자로서 심석희 선수와 가족, 국민에게 사과한 뒤 체육계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모든 제도와 대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노 차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 ‘나쁜 사람’으로 지목해 찍어낸 인사로 잘 알려져 있다.

2013년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전국 승마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에 불만을 품은 최씨가 이의를 제기하자 승마협회에 대해 감사가 진행됐다. 문체부 체육국 국장으로 재직하던 노 차관은 감사 과정에서 최씨와 반대파가 파벌 싸움을 벌이자 양측에 모두 잘못이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했다. 보고서를 읽은 박 전 대통령은 노 차관을 “나쁜 사람”이라고 지목하며 인사 조치를 지시했고, 노 차관은 국립중앙박물관 교육문화교류단장으로 좌천됐다. 박 전 대통령은 3년 뒤인 2016년 3월에 노 차관이 공직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그 사람이 아직까지 (공직에) 있느냐”며 또 다시 질책했다. 결국 노 차관은 사직서를 제출하고 공직을 떠나야 했다.

이 같은 사실을 폭로한 사람은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다. 유 전 장관은 2017년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재판에 모습을 증인으로 나와 문체부 장관으로 재직할 때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노 차관에 대한 인사 조치를 지시받았다면서 “박 전 대통령이 ‘나쁜 사람이더라’는 표현보다는 ‘나쁜 사람이라더라’는 표현을 써 기억에 남았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이 최씨 말을 듣고 노 차관에 대한 인사 조치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당시 증언에서 유 전 장관은 노 차관에 대해 “문체부 직원들에게 최상의 평가를 받는 사람”이라고 했다. 유 전 장관은 노 차관이 ‘저를 징계 안 하면 부처가 큰일 나니 제발 징계하는 모양을 갖춰달라’고 해 할 수 없이 한 달간 노 차관의 직무를 정지했다고 말했다.

노 차관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게이트의 전말이 조금씩 드러나고, 특검팀 조사를 받으면서 조금씩 퍼즐이 맞춰졌다”며 자신이 영문도 모른 채 사직서를 제출해야 했던 이유를 뒤늦게 알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최고권력자의 지시로 공직을 떠난 노 차관은 2017년 6월 문체부로 돌아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2차관으로 발탁한 덕분이다. 당시 청와대는 “체육 분야에 정통한 관료”로 노 차관을 설명하고 “평창 동계올림픽을 차질 없이 준비할 적임자”라고 선임 이유를 밝혔다.

jdtimes@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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