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포스트코리아 권오경 기자] 국토교통부는 시세가 급등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토지의 공시가격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감정평가사에 전달한 바 있다고 4일 시인했다. 그러나 표준지 공시지가 산정과 관련,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해 정책 방향을 제시한 것일 뿐 인상률을 정해주는 구체적인 지침을 준 사실은 없다고 했다.

최근 2019년도 표준지 공시지가 산정안이 공개된 가운데 일부 최상위 고가 토지의 공시가격이 작년의 2배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 국토부가 행정권을 이용해 고가토지의 공시가격을 올리라는 지침을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당시 고가 토지의 공시지가가 비현실적으로 낮게 책정돼 있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번에는 형평성을 개선하도록 정책 내용을 설명해줬지만 일률적으로 얼마만큼 올리라는 식의 가이드라인을 준 적은 없다"며 "100% 이야기도 일례를 들어서 얘기한 것일 뿐, 모든 고가 토지에 대한 인상 지침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 3일 감정평가 업계 등에 따르면 국토부 관계자가 지난해 12월 중순 한국감정원의 지가공시협의회 회의에 참석해 감정평가사들에게 고가 토지에 대해 지가를 작년의 2배까지 올리도록 지시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표준지 공시지가를 수년간 시세의 70% 수준까지 끌어올릴 예정인데, 시세가 ㎡당 3000만원이 넘어 평당가가 1억원 이상인 고가 토지에 대해서는 한꺼번에 인상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날 감정평가 업계는 정부가 행정권을 남용해 고가 토지의 공시지가를 올리라는 지침을 내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국토부 관계자가 감정원 지가공시협의회 회의에 참석해 해당 지침을 내린 뒤 이를 따르지 않은 평가사는 후에 집중 점검까지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국토부는 '부동산가격공시에 관한 법률'에 따라 표준지 공시지가 조사·평가 및 최종 공시 주체로서, 표준지 공시지가 조사 업무를 감정평가사에 의뢰하면서 공시가격에 대한 정부 정책방향을 설명하고 공시가격 조사·평가 보고서 심사 과정에서도 공시가격의 적정성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토부는 "지난해 12월 중순 회의는 표준지 공시지가 안을 심사하는 자리였고, 국토부 실무자가 감정평가사 등에게 그동안 시세가 급등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토지에 대해 공시가격의 형평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취지를 전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공교롭게도 서울 명동의 초고가 토지 중 네이처리퍼블릭 부지의 ㎡당 공시가격이 작년 9130만원에서 올해 1억8300만원으로 100.4%, 우리은행 부지는 8860만원에서 1억7750만원으로 100.3%, 유니클로는 8720만원에서 1억7450만원으로 100.1%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표준지 공시지가는 소유자 의견청취 절차를 밟고 있으며,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다음달 13일 최종 공시된다.

roma2017@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