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 디폴트옵션 도입 이후 시장 확대
퇴직연금 특화 서비스 출시·세미나 개최

<편집자주> 이자이익에 의존하던 은행들이 자산관리(WM) 조직을 대대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비이자이익 확대를 통해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은행마다 WM 조직을 확대 개편하고 새로운 자산관리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자산관리 시장 선점에 힘을 쏟고 있다. 최대 역점시장은 갈수록 커지는 퇴직연금시장. 금융당국에 투자일임업 전면허용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증권사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이다. WM시장 선점을 위한 은행들의 총성 없는 전쟁을 4대 은행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사진=pixabay)/그린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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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은행이 중장기적으로 자산관리(WM)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퇴직연금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오는 7월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도입 이후 퇴직연금 시장이 대변화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장 선점을 위한 은행들의 모객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 ‘338조원’ 퇴직연금 시장, 디폴트옵션 도입 초읽기

단위=억원.(자료=금융감독원 퇴직연금포털)/그린포스트코리아
단위=억원.(자료=금융감독원 퇴직연금포털)/그린포스트코리아

19일 금융권과 금융감독원 퇴직연금포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체 퇴직연금시장 규모는 338조원으로, 은행권은 약 51%(174조9013억원)을 차지했다. 1분기 은행권 퇴직연금(DB·DC·개인형IRP) 적립금 규모는 전분기(170조8255억원) 대비 4조758억원 증가했다.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신한은행이다. 1분기 신한은행은 퇴직연금 적립금이 35조7739억원으로 전분기(35조176억원) 대비 7563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KB국민은행이 32조5797억원으로 전분기(31조5149억원) 대비 1조648억원 늘며 2위를 차지했다.

하나은행은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 면에서 가장 큰 증가 폭을 기록했다. 1분기 하나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28조3493억원으로 전분기(27조2638억원) 대비 1조855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은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20조8755억원으로 전분기(20조4155억원) 대비 4600억원 늘었다.

은행권에서 퇴직연금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오는 7월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지정 의무화가 시행되면서 시장 경쟁이 더 가열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디폴트옵션은 근로자가 운용할 금융상품을 결정하지 않았을 때, 운용사가 사전에 정해 둔 운용방법으로 적립금을 자동 운용하도록 하는 제도다.

현재 퇴직연금 시장에서 은행권 점유율이 과반을 넘어서지만, 최근 증권사들이 은행보다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며 점유율을 갉아먹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권은 퇴직연금 시장에서 더 나은 서비스로 기존 고객을 고정하는 한편, 신규 고객 유치 경쟁에도 적극 나서 WM 부문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에 따르면 올해 퇴직연금 시장은 4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 특화 WM 서비스로 퇴직연금 고객 모시기

(사진=pixabay)/그린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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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은 보유한 WM 역량을 토대로 규모가 커지는 퇴직연금 시장에서 승부수를 던졌다. 기업 고객에게 새로 도입되는 디폴트옵션에 대해 쉽게 설명하거나, 개인 고객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며 모객에 힘을 싣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3월 은행권 최초로 퇴직연금 고객관리센터를 출범한데 이어, 최근 퇴직연금 특화서비스 ‘신한 연금케어’를 내놨다. 신한 연금케어는 은행권 최초로 퇴직연금에 특화된 목표 기반 투자 엔진을 적용해 ▲개인별 수익률 목표 설정 ▲맞춤형 상품 포트폴리오 ▲자산건강도 및 투자 가이던스 제공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전문적인 사후관리를 통해 고객별 퇴직연금 운용 목표액, 목표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하나은행은 서울·대전·부산에서 퇴직연금 도입 기업의 대표와 실무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퇴직연금 세미나를 열고 서비스에 대한 고객 의문 해소에 주력했다. 최근에는 DC·IRP형 가입 고객의 목표 연금자산 형성을 위해 진단·설계·컨설팅·사후관리 서비스를 지원하는 ‘AI 연금투자 솔루션’ 서비스를 개시했다. AI 연금투자 솔루션은 퇴직연금 가입 고객이 설정한 연금자산 목표에 맞춰 은퇴시점까지 개인의 투자계획을 설계해주는 GBI 기반 초개인화 자산관리 서비스다.

특히 하나은행은 퇴직연금 전문 컨설턴트가 직접 찾아가는 방문상담 서비스의 경우 퇴직연금뿐만 아니라 자산관리, 세무 등 재테크에 대한 전반적인 상담을 함께 진행해 높은 만족도를 제공하고 있다. 비대면의 경우에도 모바일 앱 하나원큐를 통해 연금닥터 서비스 등 자기주도형 연금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우리은행은 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입자들의 편의성을 제고하기 위해 은행권 최초로 ‘은행 내 계약 이전’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대면 계좌에서 운용 중인 상품을 해지없이 바로 비대면 계좌로 전환이 가능하며, 비대면 IRP로 이전한 고객은 수수료 전액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KB국민은행도 최근 부산에서 고용노동부와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 세미나를 열고, 디폴트옵션 도입에 따른 기업 담당자들의 의문점 해소에 초점을 맞췄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오는 7월 디폴트옵션 도입 등으로 퇴직연금 시장이 변화를 맞이한다”며 “이에 따라 은행들은 온·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퇴직연금 고객들을 유지하고, 확대하는 등 WM 사업 부문 역량 강화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son90@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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