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보호보다 콘텐츠 저작권 기준 정립” 대의에 초점

리니지2M(사진=엔씨소프트)/그린포스트코리아
리니지2M(사진=엔씨소프트)/그린포스트코리아

엔씨소프트가 자사의 ‘리니지2M’ IP(지적재산권)을 무단 도용했다는 이유로 ‘아키에이지 워’ 개발사 엑스엘게임즈와 퍼블리셔 카카오게임즈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돌입했다. 통상적으로 이와 유사한 분쟁에서는 게임 서비스 중지 가처분 신청이 병행되지만, 엔씨소프트는 대의에 집중하기 위해 이같은 절차를 밟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엔씨소프트는 5일 서울지방법원에 카카오게임즈와 엑스엘게임즈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행위에 대한 소장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엔씨소프트는 이들이 최근 출시한 ‘아키에이지 워’가 장르적 유사성을 벗어나 ‘리니지2M’의 IP를 무단 도용 및 표절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아키에이지 워’는 출시 직후 일부 이용자들과 인플루언서들로부터 “게임의 UI(유저인터페이스)와 콘텐츠가 리니지2M과 지나치게 똑같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엑스엘게임즈의 송재경 대표는 과거 엔씨소프트에서 ‘리니지’ 개발을 주도하며 ‘리니지의 아버지’로 불린 인물이다. 그러나 송 대표는 2003년 엔씨소프트에서 퇴사했고, ‘리니지2M’은 한참 뒤인 2019년 출시됐다. ‘리니지2M’은 ‘리니지’ 프랜차이즈의 연장선상에 있지만 원작 ‘리니지’와는 완전히 다른 게임이다. 송 대표의 이력과 ‘아키에이지 워’ 및 ‘리니지2M’의 유사성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키에이지 워(사진=카카오게임즈)/그린포스트코리아
아키에이지 워(사진=카카오게임즈)/그린포스트코리아

엔씨소프트는 사내외 전문가들의 분석과 논의를 거쳐 이번 소송을 진행하게 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당장 ‘아키에이지 워’의 서비스를 중지시킬 가능성이 있는 가처분 신청은 하지 않았다. 게임 저작권 침해 소송은 장기간 진행되기 때문에,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쟁점이 된 게임은 계속해서 서비스를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판결이 나올 즈음에는 게임의 수명이 다하거나 게임의 서비스 중단이 무의미해지는 경우도 생긴다. 이를 막기 위해 통상적으로 가처분 신청이 병행된다.

‘미르의전설2’ 중국 라이선스를 놓고 액토즈와 장기간 법정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위메이드도 여러 차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으며, 펍지주식회사도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와 분쟁이 발생했을 때 제일 먼저 가처분 신청을 낸 바 있다.

그러나 엔씨소프트는 과거 ‘리니지’ IP와 관련된 여러 차례의 분쟁에서도 가처분 신청은 하지 않았다. 2016년 넷마블 자회사 이츠게임즈(현 구로발게임즈)의 ‘아덴’을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 소송은 양사의 원만한 합의로 마무리됐다. 2021년에는 웹젠의 ‘R2M’이 ‘리니지M’을 모방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는데, 이 분쟁은 아직까지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현재 ‘R2M’은 구글 및 애플 양대마켓에서 정상적으로 서비스중이다.

엔씨소프트가 ‘최후의 카드’인 가처분 신청을 고려하지 않는 이유는 금전적 피해보다  IP 보호라는 대의에 더 집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엔씨소프트는 “이번 법적 대응은 엔씨소프트의 IP 보호뿐 아니라 대한민국 게임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게임 콘텐츠 저작권 기준의 명확한 정립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며 “본 사안에 대한 두 회사의 책임 있는 자세와 입장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게임을 수정한다면 원만한 합의에 이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한편 이번 분쟁이 합의에 이르지 않고 법정으로 간다면 어느 쪽의 승리로 끝날지는 미지수다. 법원이 시각적 디자인이 아닌 게임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 침해를 인정한 사례가 드물기 때문이다. 게임 규칙을 놓고 진행된 소송 대부분이 기각됐지만, 2019년 킹닷컴의 ‘팜히어로사가’가 아보카도 엔터테인먼트의 ‘포레스트매니아’를 상대로 낸 소송은 대법원까지 가는 치열한 공방 끝에 저작권을 보호받았다. 

dmseo@greenpost.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