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이사 공백 장기화 불가피… 경영 불확실성 우려
대표이사 직무대행 체제로 대응… 조기 경영 안정화

KT CI(사진=KT)/그린포스트코리아
KT CI(사진=KT)/그린포스트코리아

KT가 차기 대표이사 인사 난항에 리더십 공백이 현실화되고 있다. KT는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을 대표이사 직무 대행으로 앞세워 경영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KT는 지난 27일 윤경림 차기 대표이사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면서 경영 불확실성이 커졌다. 앞서 구현모 대표이사 후보자가 사퇴한 데 이어, 윤경림 후보자까지 사퇴하면서 주주총회 이후에도 한동안 리더십 공백이 예고되고 있다.

◇ 대표이사 인사 문제로 흔들리는 KT

구현모 KT 대표이사.(사진=KT)/그린포스트코리아
구현모 KT 대표이사.(사진=KT)/그린포스트코리아

지난해 최대 성적을 거뒀던 KT가 올해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KT는 지난해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디지털 플랫폼 기업(DIGICO) 전환이라는 비전 아래 최대 실적을 거뒀다. 2022년도 연결 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3.0% 증가한 25조6500억으로 1998년 상장 이후 첫 매출 25조원 시대를 열었고, 영업이익은 1조6901억원으로 2년 연속 1조6000억원 이상을 돌파하는 성과를 기록했다.

역대 최대 실적이라는 성적표를 받았던 KT는 올해도 지속 성장이 예상됐다. 실제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KT를 통신주 중 최선호 주로 전망했으며, 일부 증권사는 올해 KT의 기업 가치 증대로 주당 5만원까지 목표가를 전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예상은 빗나갔다. 28일 KT는 주당 3만원에 거래되고 있으며, 시가총액 7.8조원에 머물고 있다. 이는 전년 대비 20% 가량 주가가 빠진 것이다. 이러한 기대 이하의 성적에는 이유가 있다. 바로 대표이사 부재로 인해 경영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KT는 지난해 12월 연임의사를 밝힌 구현모 대표를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최종 추천할 것을 의결했다. 그러나 KT의 1대 주주인 국민연금(10.12%)이 ‘절차상의 투명성과 공정한 절차’를 문제로 제동을 걸었고 이를 전면 백지화했다.

이후 KT 이사회는 2월부터 차기 대표이사 후보 공모부터 다시 시작했고, 지난 7일 윤경림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 사장을 차기 대표이사 최종 후보로 결정했다. KT는 오는 31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윤 후보를 차기 대표로 승인 요청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윤 후보자는 23일 이사회에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고, 27일 KT는 윤 후보자의 사퇴를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31일 주주총회에서 예고됐던 대표이사 후보 상정 안건은 자동으로 폐기됐다.

결국 지난해 12월부터 이어진 차기 대표이사 선정 절차는 다시 백지화됐다. KT는 다시 후보자를 선출하고 임시 주총을 열어 의결해야하는 과정을 거쳐야한다. 즉 1분기를 대표이사 선임으로 보내게 된 것이다.

◇  경영 안정화 나선 KT, 대표이사 대행 및 비상경영위원회 신설

KT 대표이사 후보자에서 사퇴한 윤경림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 사장(사진=KT)/그린포스트코리아
KT 대표이사 후보자에서 사퇴한 윤경림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 사장(사진=KT)/그린포스트코리아

이러한 KT의 상황을 더 심각하게 만든 문제는 4월부터 리더십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였다. 직제상(KT 정관) 대표이사는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이 대행하거나 구현모 대표가 임시로 임기를 연장할 수 있지만, 명백히 임시 대표이기 때문에 최고 의사결정권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뿐만 아니라 윤 사장이 후보에서 사퇴하면서 윤 사장이 차기 대표 후보로 추천한 송경민 경영안정화TF장, 서창석 네트워크부문장의 사내이사 후보 자격도 자동으로 폐기돼 KT는 주총 이후 사내이사가 한명도 없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게 됐다.

KT 정관상 차기 대표이사 재공모를 수행하는 ‘지배구조위원회’는 사외이사 4인, 사내이사 1인으로 구성해야 한다. 사내이사가 없어 지배구조위원회 구성도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는 KT는 조기 경영 안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KT의 대응은 빠르게 이뤄졌다. 28일 KT는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이 대표이사 직무를 대행하고, 주요경영진으로 구성된 비상경영위원회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윤경림 후보의 사퇴 공식화한지 하루만에 발표한 대책이다.

KT는 비상경영위원회 산하에 ‘성장지속 TF'와 ’New 거버넌스 구축 TF'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성장지속 TF’는 고객서비스·마케팅·네트워크 등 사업 현안을 논의하고,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New Governance 구축 TF’에서는 대표이사·사외이사 선임 절차, 이사회 역할 등 지배구조 전반에 대한 개선을 추진할 방침이다.

특히 New Governance 구축 TF는 주주 추천 등을 통해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하고, 전문기관을 활용해 지배구조 현황 및 국내외 우수 사례 등도 점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국내외 ESG 트렌드 및 다양한 이해관계자 의견을 반영하고, 대외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조속히 마련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KT 이사회는 New Governance 구축 TF의 개선안을 바탕으로 사외이사 선임을 추진하고, 신규 선임된 사외이사들이 중심이 돼 변경된 정관과 관련 규정에 따라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추진하기로 했다.

국내 및 미국 상장기업인 점을 감안 시 지배구조 개선 작업과 2차례 임시 주주총회 개최를 통한 사외이사 및 대표이사 선임 절차가 완료되기까지는 약 5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되지만 최대한 단축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KT 대표이사 직무를 수행하게 된 박종욱 사장은 “현 위기 상황을 빠르게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모든 임직원들이 서로 협력하고 맡은 바 업무에 집중해 KT에 관심과 애정을 보여준 고객과 주주들의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고객서비스 및 통신망 안정적 운용은 물론, 비상경영위원회를 중심으로 주요 경영 및 사업 현안들을 신속히 결정해 회사 경영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hdlim@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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