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후변화대응지수 발표…한국, ‘매우 저조함’ 평가
화석연료 중심 전력시장·해외 가스전 사업, 문제로 지적돼

한국이 국가적 기후목표와 이행 수준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최하위권인 60위로 ‘매우 저조함’으로 평가됐다.(사진=UNFCCC)/그린포스트코리아
한국이 국가적 기후목표와 이행 수준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최하위권인 60위로 ‘매우 저조함’으로 평가됐다.(사진=UNFCCC)/그린포스트코리아

한국이 국가적 기후목표와 이행 수준이 국제사회에서 최하위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최하위권인 60위로 ‘매우 저조함’이라는 평가다.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상향하는 등 즉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 전력산업의 시장 구조와 해외 가스전 사업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 올해 기후변화대응지수 발표…한국, ‘매우 저조함’ 평가

국제 평가기관 저먼워치(German Watch)와 기후 연구단체인 뉴클라이밋 연구소(New Climate Institute)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90%를 차지하는 60개국과 유럽연합을 대상으로 기후 정책과 이행 수준을 평가해 18번째 기후변화대응지수(Climate Change Performance Index, 이하 CCPI)를 발표했다. CCPI는 각 국가의 최신 정책과 이슈를 반영해 매년 발표된다.

발표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최하위권인 60위로 ‘매우 저조함(Very Low)’으로 평가됐다. 한국보다 더 나쁜 평가를 받은 나라는 카자흐스탄, 사우디아라비아, 이란뿐이다. 이번 CCPI에는 지난해 말 수립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안과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국제 메탄 서약 가입이 모두 반영됐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의 기후위기 대응 노력이 매우 불충분하다는 지적이다.

CCPI는 온실가스 배출, 재생에너지, 에너지 소비, 기후 정책, 4가지 부문으로 나눠 각각 점수를 책정해 평가하고 모든 점수를 합산해 국가별 종합 점수를 낸다. 한국은 온실가스 배출, 재생에너지, 에너지 소비 부문에서 ‘매우 저조함’ 평가를, 기후 정책 부문에서는 ‘저조함(Low)’ 평가를 받았다.

평가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한국의 NDC 상향안에는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전체의 30%로 상향하겠다고 명시되어 있지만, 최근에 발표된 정부 계획에는 목표가 21.5%로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한국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0% 이상으로 상향하고 2030년 전까지 석탄발전을 퇴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얀 버크 저먼워치 선임고문은 “(한국을 포함한) 국가들은 에너지 위기라는 외부적 충격을 재생에너지 확대에 집중하고 화석연료 의존도를 빠르게 낮출 수 있도록 에너지 효율을 증진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 화석연료 중심 전력시장·해외 가스전 사업, 문제로 지적돼

전문가들은 또한 한국의 재생에너지 보급이 더딘 이유로 복잡한 인허가 규제와 공정하지 않은 계통 접근 권한을 꼽았다. 아울러 한국전력이 발전자회사 소유의 화력발전기를 우대하는 전력시장 구조와 화력발전에 과도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한국이 투자하고 있는 호주 바로사 가스전을 비롯한 해외 가스전 사업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기후 정책에 따라 화석연료 의존도를 빠르게 줄여야 할 것을 감안한다면, 전문가들은 정부가 가스에 지급되는 보조금을 줄이고 해외 가스전 사업도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규리 기후솔루션 연구원 “한국이 작년 잇따른 기후목표를 선언했음에도 일부 이에 반하는 정책 기조로 인해 올해도 한국이 CCPI 최하위권에 머무르게 되었다”며 “재생에너지 보급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현 독점 전력시장 구조와 복잡한 인허가 규제를 개선하고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상향하는 등 즉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CCPI의 평가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국가가 없어 종합 1~3위는 빈자리로 남겨졌다. 덴마크가 4위로 가장 좋은 점수를 받았고 스웨덴, 칠레, 모로코가 그 뒤를 이었다. 

오는 15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각 회원국 현황도 주목받고 있다. 인도(8위), 영국(11위), 독일(16위) 3개국만 ‘매우 높음(Very high)’으로 평가된 가운데 스페인(23위), 인도네시아(26위), 프랑스(28위) 등 과반이 넘는 12개국은 ‘중간(Medium)’ 평가를 받았다.

국제 평가기관 저먼워치와 기후 연구단체인 뉴클라이밋 연구소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90%를 차지하는 60개국과 유럽연합을 대상으로 기후 정책과 이행 수준을 평가해 18번째 기후변화대응지수((CCPI)를 발표했다.(기후솔루션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국제 평가기관 저먼워치와 기후 연구단체인 뉴클라이밋 연구소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90%를 차지하는 60개국과 유럽연합을 대상으로 기후 정책과 이행 수준을 평가해 18번째 기후변화대응지수((CCPI)를 발표했다.(기후솔루션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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