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채권 발행 8월 5조6549억원, 전월比 7966억원 감소 
"ESG 채권, 일반채권과 차별화 없어...발행 의미 퇴색 될 수도"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채권 발행 규모는 69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ESG 채권발행은 5조6549억원으로 전월(6조4515억원)보다 7966억원 감소했다.(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채권 발행 규모는 69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ESG 채권발행은 5조6549억원으로 전월(6조4515억원)보다 7966억원 감소했다.(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채권시장에서 붐을 일으켰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이 시들해지고 있다. 이는 최근 국고채 금리 인상으로 인한 채권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른 시장 위축 영향이 큰 것으로 보여진다. 특히 ESG 채권에 대한 메리트를 기업들이 찾지 못하면서 발행 규모도 축소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ESG 채권은 기업이 ESG 관련 목적에 자금을 쓰고자 발행하는 채권을 말한다. 조달한 자금을 어디에 쓸 것인지에 따라 ▲녹색 채권 ▲사회적 채권 ▲지속가능채권으로 분류된다.

녹색채권은 기후변화, 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프로젝트나 사회기반시설과 같은 인프라 사업을 위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 발행되는 채권이다. 사회적채권은 주택공급, 중소기업 지원 등 사회가치 창출을 위해 발행되는 채권이다. 지속가능채권은 녹색채권과 사회적채권이 결합된 형태이다. 

◇ESG 채권 발행 규모 감소세…"국고채 금리 급등 영향"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ESG 채권 발행 규모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채권 발행 규모는 69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이중 ESG 채권발행은 5조6549억원으로 전월(6조4515억원)보다 7966억원 감소했다. 

ESG 채권 중에서는 사회적채권의 비중이 높았다. 지난달 사회적채권은 한국주택금융공사(2조2119억원), 예금보험공사(7200억원), 신보유동화(6080억원), 기업은행(6000억원) 등 총 4조9999억원이 발행됐다. 이어 지속가능채권은 롯데캐피탈(2100억원), SK텔레콤(950억원), JB우리캐피탈(400억원), 신한캐피탈(300억원) 등 총 3750억원원 규모였다. 녹색채권은 한국남부발전(1400억원), 신한은행(1000억원), 한국중부발전(400억원) 등 총 2800억원이 발행됐다. 

올해 ESG 채권 발행 규모는 지난 3월 급감한 이후 5월부터 증감을 반복하다 8월에 다시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올해 ESG 채권 발행 규모를 월별로 보면 △1월 3조6732억원 △2월 6조3074억원 △3월 5조6933억원 △4월 5조6202억원 △5월 6조5510억원 △6월 6조2147억원 △7월 6조4515억원 등이다.

ESG 채권의 발행이 줄어든 이유는 국고채 금리 급등의 영향이 컸다. 최근 국고채 금리 상승세로 채권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된 가운데 ESG채권에 대한 부담도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국고채 금리는 미국 중앙은행(Fed)이 고강도 긴축 정책에 나서면서 국내외 금융시장의 불안해지자 상승세를 지속했다. 지난 26일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4.5%로 2003년 3월 이후 12년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10년물 금리도 4.3%를 넘어서면서 국고채 금리가 연고점을 경신하고 있다. 이에 현재 정부와 한국은행은 채권시장 안정을 위해 총 5조원을 긴급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김상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높은 물가 상승세를 잡기 위한 각국의 긴축적 통화정책과 함께 그 과정에서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며 "대내외 불확실성은 크레딧 채권의 약세 폭을 확대시켰고, ESG와 같은 비재무적 가치에 대한 관심과 매력 역시 희석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기업들 ESG 채권 발행 메리트 못 느껴…일반채권과 차별성도 부족"

기업들의 ESG 채권 발행에 대한 메리트가 없다는 점도 꼽힌다. 그간 기업들은 회사채를 ESG 채권 형태로 발행해 조달금리를 낮추는 효과를 봤지만, 최근 ESG 채권 프리미엄이 줄면서 기업들이 ESG 채권 발행에 대한 필요성을 크게 못 느끼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이다.

또한 ESG 채권 발행에 대한 뚜렷한 인센티브도 없는 상황에서, 금리 상승기에서 조달 비용 증가도 부담이며 ESG 채권 발행을 위해 드는 추가 비용도 부담 요소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ESG 채권은 일반채권에 비해서도 발행과 유지비용이 높다”며 “현재 채권 발행 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ESG 채권에 대한 메리트를 못 찾고 있어, ESG 채권 발행보다는 시장 여건과 수급을 주요하게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ESG 채권이 일반채권과 차별성이 크게 없다는 시각도 있다. 일반 채권과 비교해 ESG 채권의 환경과 사회적 부분이 분별력이 크게 없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ESG 채권 발행기준이 애매하다. 이는 국내에서 많이 발행되는 사회적채권과 지속가능채권에 대한 공인된 발행기준이 미비하기 때문"이라며 "기관 등이 개별적으로 기준을 만들어 평가하고 있어 일관성이 부족해 일반채권과의 차별점을 찾기가 힘들고, 이에 ESG 채권 발행에 대한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son90@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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