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글로벌 ICT 기업 중 전력사용량 1위
“한국 정부 기후공약 후퇴 속 RE100 가입 환영”

삼성전자가 15일 ‘新환경경영전략’을 발표하면서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삼성전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삼성전자가 15일 ‘新환경경영전략’을 발표하면서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삼성전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삼성전자가 RE100에 가입한 것에 대해 글로벌 투자사와 주요 환경단체들이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전력 사용량이 많은 삼성전자가 재생에너지 공급이 부족한 국내 여건 속에서 어떻게 재생에너지를 조달한 것인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한다. 단기적으로 재생에너지 가격이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조달을 쉽게 하기 위해서는 공급 확대를 위한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삼성 ‘新환경경영전략’, 2050년 탄소중립 선언

삼성전자가 15일 ‘新환경경영전략’을 발표하면서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직접배출(Scope1)을 줄이기 위해 혁신 기술을 적용한 온실가스 배출 저감시설에 집중 투자하고, 전력 사용으로 발생하는 간접배출(Scope2)을 줄이기 위해 RE100에 가입하고 2050년까지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2022’를 보면, 지난해 삼성전자의 국내외 온실가스 배출량은 1,740만톤으로 전년 대비 17% 증가했다. 그중 직접배출량이 760.4만톤으로 43.7%, 간접배출량은 979.6만톤으로 56.3%를 차지하고 있다. 직접배출은 제품 생산 과정과 사업장 연료 사용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이며, 간접배출은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력과 스팀 등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말한다.

현재 삼성전자가 직접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주로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공정가스와 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 사용에 따른 것이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공정가스 처리효율을 대폭 개선할 신기술을 개발하고 처리시설을 라인에 확충할 계획이다. 또 LNG 보일러 사용을 줄이기 위해 폐열 활용을 확대하고 전기열원 도입 등도 검토한다. 

◇ 삼성, 글로벌 ICT 기업 중 전력사용량 1위

삼성전자가 전 세계 사업장에서 사용한 전력은 지난해 기준 25.8테라와트시(TWh)로,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제조기업 중 가장 많았다. 경쟁업체인 TSMC(18.1TWh), SK하이닉스(11.5TWh), 인텔(9.6TWh), 애플(2.9TWh), LG전자(1.5TWh)보다 1.4~17.2배 높은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우선 5년 안에 모든 해외사업장에서 재생에너지 100% 목표 달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서남아와 베트남은 2022년, 중남미 2025년, 동남아·독립국가연합(CIS)·아프리카는 2027년까지 RE100 달성을 완료한다. 이미 재생에너지 목표를 달성한 미국과 중국, 유럽의 경우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직접 체결하는 재생에너지공급계약(PPA)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전력수요가 큰 만큼 재생에너지 수급이 쉽지 않고, 국내 재생에너지 공급 여건이 불리한 상황이지만 환경위기 해결에 기여하기 위해 탄소중립을 향한 ‘도전’에 나선다”고 밝혔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에서 전력을 가장 많이 소비한 5개 기업의 전력 소비량은 47.7TWh였다. 하지만 지난해 국내 전체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43.1TWh에 불과했다. 상위 30개 기업으로 넓혀보면, 전력 소비량은 102.9TWh에 이른다. 

하지만 정부는 최근 주민 수용성과 실현 가능성 등을 반영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과 비중 목표를 낮추는 계획을 발표했다. 2030년 신재생 발전량이 기존 185.2TWh에서 132.3TWh로 줄어들면서 신재생 발전량 비중도 30.2%에서 21.5%로 낮아지게 됐다.

◇ “한국 정부 기후공약 후퇴 속 RE100 가입 환영”

올해 2월 삼성전자를 비롯한 10개 기업에 “탄소배출 감축 관련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라”는 내용의 서한을 발송했던 네덜란드 연기금 운용사 APG는 15일 “삼성전자가 한발 나아갔다는 사실을 환영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박유경 아태지역 책임투자 총괄이사는 “이번 선언은 한국 정부의 기후 관련 공약이 후퇴하는 듯 보이는 현시점에 나왔다는 데서 의미가 크다”며 “삼성전자의 선언은 총수 일가를 비롯한 고위 경영진의 최종 의사결정이 있어 가능했던 만큼 과감한 리더십을 발휘하기를 기대한다”도 덧붙였다.

문제는 국내 사업장에서의 재생에너지 조달이다. 삼성전자는 국내 사업장의 규모와 전력 사용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2020년 기준 국내 전력 사용량은 18.41TWh로 국내 기업 중 1위를 기록했지만, 국내에서 확보한 재생에너지 규모는 약 0.5TWh에 그쳤다. 국내 사업장에서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이 2.7%에 불과한 상황이다.

국내에서 기업이 재생에너지를 조달하는 방식은 재생에너지 직접 생산(Direct Generation), 재생에너지 인증서(REC) 구매, 녹색프리미엄, 재생에너지공급계약(PPA) 등이 있다. 삼성전자는 수원사업장(1.9MW)과 기흥사업장(1.5MW), 평택사업장(0.4MW), 온양사업장(0.08MW)에 태양광발전 설비 등을 설치했고, 올해에는 온양사업장 0.2MW, 구미사업장 0.15MW 규모의 태양광 설비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또한 지난해부터 시행된 녹색프리미엄 제도를 활용해 재생에너지 490GWh를 구매한 바 있다.

◇ 현재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 2.7%...어떻게 조달하나?

그 결과가 2.7%인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국내에서 재생에너지를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삼성전자는 구체적인 조달 계획을 밝히지는 않은 상황이다. RE100 이행수단 중 녹색프리미엄 제도와 REC 구매는 가격 변동성에 노출되어 있지만, PPA는 장기계약으로 비용 안전성이 담보된다는 장점이 있다. PPA는 전력구매자인 기업과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일정 기간 계약된 가격으로 전력을 거래하는 제도로, 한전이 중개를 담당하는 제3자 PPA와 한전 중개를 거치지 않는 직접 PPA로 구분된다.

RE100에 참여하는 글로벌기업들도 PPA 거래를 늘려가고 있다. 2020년 기준 글로벌 기업들의 RE100 이행 수단 비율을 보면, REC 구매가 40%로 가장 많고 PPA 방식이 28%, 녹색요금제 24%, 자체 건설 3% 등의 순이다. PPA 비율이 2016년 13%에서 2020년 28%로 증가했고, 녹색요금제는 41%에서 24%로 줄었다.

삼성전자의 전력 사용량이 많은 만큼 REC 등 재생에너지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진우삼 기업재생에너지재단 상임이사는 “삼성전자의 재생에너지 조달비용은 재생에너지 시설투자로 이어져 장기적으로는 공급을 확대시키고 생산원가를 낮추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지금처럼 공급확대에 대한 시장참여자들의 신뢰가 없을 경우에는 단기적으로 가격이 상승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또한 기업들의 RE100을 통한 재생에너지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나는데 반해 공급량은 확대되지 않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RE100 선언은 재생에너지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진우삼 상임이사는 “RE100 가입 후 이행 로드맵 수립, 매년 이행보고를 통해 RE100 이행 과정을 투명하게 검증받아야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재생에너지 조달 불안은 기후리스크와 연결된다”며 “재생에너지 시장을 활성화시켜 재생에너지를 쉽게 조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급이 부족해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를 위한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smkwo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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