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한전 사상 최대 적자
한전, ‘2022~2026년 재정건전화계획(안)’ 들여다보니

6일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한전은 최근 기획재정부에 5년간 총 14조2501억원 규모의 ‘재정건전화계획(안)’을 제출했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6일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한전은 최근 기획재정부에 5년간 총 14조2501억원 규모의 ‘재정건전화계획(안)’을 제출했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한국전력은 온실가스 감축 및 탄소중립 목표에 따라 석탄발전량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사업을 추진해왔다. 석탄발전량이 줄어들면서 온실가스 배출량도 꾸준히 감소하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의 영향으로 사상 최대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한전 적자의 후폭풍이 석탄발전 확대와 재생에너지 사업 축소, 국민부담 증가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한전·발전자회사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 추세

한전과 6개 발전자회사는 ‘전력그룹사 2030 온실가스 감축 기본계획’에 따라 2030년까지 2017년 배출량(2억1100만톤) 대비 8000만톤(37.9%) 감축하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를 위해 석탄발전소 조기 폐기, LNG 전환 등 발전 인프라 개선과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 제고, 석탄발전소 가동정지 등을 시행해왔다.

지난해 11월에는 6개 발전공기업과 함께 탄소중립 비전인 ‘ZERO for Green’을 선포했다. 한전은 “탄소중립을 성공적으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전환 부문의 탄소중립 달성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전력공기업이 전환 부문의 탄소중립 달성을 선도해 나가고자 한다”며 비전 선포의 배경을 밝혔다.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2050년 탄소중립 목표에 발맞춰 태양광·해상풍력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개발사업도 추진해왔다. 2030년까지 태양광 2.9기가와트(GW), 해상풍력 2.8GW 등 총 5.8GW 규모의 재생에너지 사업을 개발할 계획이다. 

한전은 밀양지역 송전선로 선하지 주변 25개소에 2.5메가와트(MW) 규모의 주민참여형 태양광 발전소와 옥상·유휴부지를 활용한 61MW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운영 중이며, 이를 2022년까지 110MW 규모로 확대 구축해 나갈 예정이다. 2020년 1월에는 전북 부안군 위도와 고창군 해상에 국내 최대의 해상풍력 실증사업(60MW)을 준공하고 본격적인 상업 운전에 돌입했다. 제주 한림(100MW) 해상풍력 발전단지 건설을 준비하고 있고, 전북 서남권(1.2GW), 전남 신안(1.5GW) 등에 대규모 해상풍력사업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한전이 지난 5월 발표한 ‘2021년 한국전력통계’를 보면, 발전자회사가 생산하는 석탄발전량도 꾸준히 줄어왔다. 석탄발전량은 2017년 227테라와트시(TWh)에서 지난해에는 172TWh까지 줄었다. 한전자회사의 전체 발전량 중 석탄발전량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7년 53.3%에서 지난해 43.1%로 감소했다. 반면 LNG발전량은 같은 기간 34TWh에서 51TWh로 증가했고, 비중도 8%에서 12.8%로 늘었다. 신재생발전량도 2.7TWh(0.6%)에서 8.3TWh(2.1%)로 증가했으나 여전히 비중은 낮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한전과 6개 발전자회사의 온실가스 배출량도 꾸준히 줄어왔다. 한전의 ‘2021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보면, 2018년 배출량은 2억1594만톤으로 2017년보다 다소 늘었으나 2019년 2억224만톤, 2020년에는 1억7559만톤으로 전년 대비 13.2% 감소했다. 국가 온실가스 종합관리시스템(NGMS)에 최근 공개된 업체별 온실가스 배출량 명세서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1년 배출량은 1억7507만톤으로 2020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한전 사상 최대 적자

하지만 이러한 흐름에 제동이 걸렸다. 먼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전쟁의 여파로 국제 에너지가격이 급등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한전의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은 14조3033억원에 달했다. 국제 에너지 가격 고공행진에 한전이 구입해야 하는 연료비와 전력구입비가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올해 상반기 국내로 수입되는 발전용 LNG와 석탄의 연료비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2.7%, 221.7% 상승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LNG발전 구입금액은 8조3781억원, 석탄발전은 4조7033억원 증가했다. 이는 한전의 전체 전력 구입금액 증가분의 91%를 차지했다.

하지만 연료비 급등이 전기요금(한전의 전기판매수익)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 한전은 올해 1분기 평균 킬로와트시(kWh)당 181원에 전력을 구매해 110원에 전기소비자에게 판매했다. 4월에는 전력도매가격(SMP)이 202.11원으로 사상 최초로 200원대를 돌파했다. 

한전은 전력생산 원가를 회수하기 위해 3분기에 전기요금을 kWh당 33.6원 인상해야 한다고 산업통상자원부에 건의했다. 하지만 전기요금은 연료비 조정한도와 물가안정 등을 이유로 5원 인상됐다.

◇ 한전, ‘2022~2026년 재정건전화계획(안)’ 들여다보니

한전 적자의 후폭풍은 석탄발전 확대와 재생에너지 사업 축소, 국민부담 증가로 이어질 전망이다. 한전은 4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추가 인상해야 한다고 정부에 보고했다. 석탄발전상한제(4~11월) 시행을 한시적으로 유보하고 해상풍력 사업 시기를 조정하는 방안 등도 검토하고 있다. 

6일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한전은 최근 기획재정부에 5년간 총 14조2501억원 규모의 ‘재정건전화계획(안)’을 제출했다. 한전은 우선 1조5447억원 규모의 자산을 매각하기로 했다. 공공성 유지를 위한 최소 지분 외 잔여 지분을 매각하고 모든 해외 석탄발전소를 매각한다는 원칙아래 해외사업을 재편한다. 

사업조정을 통해서는 5년간 2조4765억원을 줄이기로 했다. 송변전·배전 사업의 규모와 시기를 조정하고 서남권 해상풍력 확산사업 등 사업 시기도 조정하기로 했다. 발전자회사들의 재생에너지 사업 규모도 축소될 전망이다. 

경영효율화로 2조2321억원을 줄이기로 했는데, 석탄발전상한제 시행을 한시적으로 유보해 석탄발전량을 늘리는 안이 포함돼 있다. LNG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료비가 저렴한 석탄의 발전량을 늘려 전력구입비를 절감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또한 5년간 9561억원 규모로 수익을 확대하기 위해 자동이체 고객 요금 할인액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IT 청구고객(인터넷·모바일 요금 고지 고객) 요금 할인을 폐지한다. 

최명균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국내 전력시장의 화석연료 노출로 인한 재무적 리스크 부담은 단기적으로는 한전, 중장기적으로 국민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며 “세계 에너지 공급과 가격 변동 리스크를 그대로 떠안고 있는 국내 전력시장의 올바른 진단과 처방 없이 이뤄지고 있는 전기요금 인상과 한전의 땜질 처방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 7월 5일 발표한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안)’에서 시장원리에 기반한 전력시장·전기요금 체계를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경쟁과 공정의 원리에 기반해 전력시장을 구축하고, 총괄원가 보상원칙 및 원가연계형 요금제 등 전기요금의 원가주의를 확립하겠다고도 했다. 

smkwo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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