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현 선대회장, 50년 전부터 환경·사회 중시 경영
최태원 회장, 넷제로·비즈니스모델 혁신 등으로 고도화

SK그룹의 ESG 경영 전략이 주목받는 가운데 재계에서는 최태원 회장이 최종현 선대 회장의 유지를 이어받아 ESG 경영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사진은 지난 1982년 최종현 SK 선대회장이 신입사원 연수교육 과정에 참석해 강의하던 당시의 모습. (SK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SK그룹의 ESG 경영 전략이 주목받는 가운데 재계에서는 최태원 회장이 최종현 선대 회장의 유지를 이어받아 ESG 경영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사진은 지난 1982년 최종현 SK 선대회장이 신입사원 연수교육 과정에 참석해 강의하던 당시의 모습. (SK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ESG가 기업 경영의 화두로 자리잡은 가운데 국내 재계에서 SK 그룹이 관련 활동을 비교적 활발하게 진행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K는 최태원 회장이 최종현 선대 회장의 유지를 이어 받아 친환경 비즈니스 모델 등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종현 SK 선대회장 서거 24주기를 맞은 26일, 재계에서는 최태원 현 SK회장을 포함한 이들 부자가 지난 50년 간 추진한 ESG경영이 주목을 끌고 있다.

SK에 따르면 최종현 선대회장은 1962년 선경직물 부사장으로 SK에 합류한 뒤 ‘석유에서 섬유까지’ 수직계열화를 완성하고 CDMA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면서 성장 기반을 닦은 인물이다. 최 선대회장은 “기업 이익은 처음부터 사회의 것으로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는 신념으로 조림과 인재양성에 집중하며 ESG 경영의 문을 열었다는 평가도 함께 받는다.

SK는 “아들 최태원 회장이 선대회장 유지를 이어받아 탄소감축 경영과 비즈니스 모델 혁신, 이사회 중심 경영을 펼치며 ESG 경영을 한 차원 더 업그레이드시켜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 산림과 사람의 중요성 강조했던 선대회장

선대회장은 일찌감치 산림과 사람의 중요성에 주목하고 숲과 인재양성에 주력했다. 무분별한 벌목으로 전국에 민둥산이 늘어나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던 그는 지난 1972년 서해개발주식회사를(현 SK임업) 설립해 천안 광덕산 등을 사들여 국내 최초로 기업형 조림사업을 시작했다.

선대회장은 임야 매입을 부동산 투자로 바라보는 오해를 없애기 위해 수도권에서 거리가 먼 지방 황무지를 사들였고 자작나무 등 고급 활엽수를 심어 산림녹화에 나섰다. 이런 노력으로 50년 전 민둥산은 4500ha 걸쳐 400만 그루의 나무가 심어진 울창한 숲으로 바뀌었다. SK그룹에 따르면 선대회장이 조성한 숲은 서울 남산의 40배 크기에 달한다.

선대회장이 심은 나무는 인재양성의 밑거름이 됐다. 그는 자원이 부족한 국가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인재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에 조림에서 발생한 수익을 장학사업에 사용했다. 경영이 어려워지더라도 나무에서 나온 수익금으로 장학금에 사용, 지속가능한 장학사업을 하겠다는 생각이었다. 나무를 키워 현금화 하는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해 선대회장은 우선 사재 5540만원을 출연해 1974년 11월 한국고등교육재단을 설립했다.

재단 설립 뒤에는 매년 유학생을 해외로 보냈고 학비와 생활비 전액을 장학금으로 지급했다, 학위 취득시 SK 근무와 같은 일체의 조건도 달지 않았다. 1974년부터 시작된 고등교육재단 장학사업은 IMF와 세계금융위기 등 경제위기에도 계속됐고 현재까지 장학생 4000여 명과 박사 820여 명을 배출했다.

과거 TV에서 유명했던 장학퀴즈도 SK의 인재양성 프로그램이다. 선대회장은 1973년 장학퀴즈가 광고주를 찾지 못해 폐지 위기에 처하자 “청소년에게 유익한 프로그램이라면 단 한 명이 보더라도 조건 없이 지원하겠다”며 단독 광고주로 나선 이후 2300여 회가 방영된 현재까지 50년 가량 후원하고 있다.

◇ ‘최태원 스타일’ 넷제로와 그린 비즈니스 전략

최 회장은 ESG를 그룹 핵심 성장동력원으로 삼고 경영체질의 전반적인 혁신을 추진했다. 그 결과 SK는 최근 ESG 관련해 가장 분주히 움직이는 기업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SK는 2050년까지 사용전력의 100%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는 RE100에 국내 기업 최초로 가입했다. 이는 최 회장이 “관계사 각각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과 환경 스토리를 만들어야 하고 남들보다 빨리 움직여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주문한 뒤 보인 행보다.

이어 2050년 이전까지 넷제로를 조기에 달성하겠다고 결의한 뒤 “2030년 기준 전세계 탄소감축 목표량(210억톤)의 1%를 SK가 줄이겠다”고 공표했다. 이를 위해 SK는 글로벌 테크기업과 친환경 기술 생태계를 구축했고 세부적으로 실천할 방법론과 구체적 목표치를 대외적으로 공표하는 등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특히 SK는 최근 친환경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면서 최 회장이 강조한 넷 제로 경영을 구체화하고 있다. 지난 2020년 말 수소사업추진단을 조직한 뒤 그룹 내 에너지 인프라를 활용해 수소 생산과 유통, 공급에 이르는 밸류 체인을 구축하고 있다. 또 플러그 파워 등 수소 관련 글로벌 기업에 대한 투자도 늘려가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 등 전통적 에너지 기업은 전기차배터리와 친환경·신재생 에너지기업으로 변신중이고 과거 필름 회사였던 SKC는 2차전지 소재인 동박을 제조하는 그린 기업으로 전환했다. SK건설은 사명을 ‘에코플랜트로 바꾸고 친환경 기업으로의 변신을 시도했다. 환경 사업 강화를 위해 관련 인력과 역량은 한 곳에 모은 ‘SK 그린캠퍼스’를 지난 1월 오픈했고 연구·개발에 집중할 ‘SK그린테크노캠펴스’도 2027년 출범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최 회장은 국내 기업 최초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이 인정한 탄소배출권을 확보했고 파푸아뉴기니와 스리랑카 등 해외에서도 탄소배출권을 확보하는 등 K-Forest 위상을 강화하고 있다. ESG 인재 양성을 위해 연세대와 강원대에 관련 강좌를 개설했고 지난 해에는 연세대 등과 함께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며 사회문제를 해결할 혁신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SK 관계자는 “선대회장은 기업이익은 처음부터 사회의 것이라는 신념으로 산림과 인재를 육성해 사회와 국가의 핵심 인프라가 될 수 있도록 했다”면서 “선대회장의 경영철학을 이어받아 ESG 경영을 더욱 고도화해 이해관계자의 행복을 더 키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leehan@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