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기업,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활용 사업 주목
화학적 재활용 환경 효과 인정한 정부, 정책적 지원 이어져
기업들도 ESG·탄소중립 위해 플라스틱 순환경제 구축 목표

현대케미칼·SK지오센트릭·LG화학·롯데케미칼 등 다양한 석유·화학기업들이 플라스틱의 순환경제 구축을 위해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등 화학적 재활용 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정부의 지원과 기업들의 ESG경영 및 탄소중립 실천 기조에 따라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현대케미칼·SK지오센트릭·LG화학·롯데케미칼 등 다양한 석유·화학기업들이 플라스틱의 순환경제 구축을 위해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등 화학적 재활용 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정부의 지원과 기업들의 ESG경영 및 탄소중립 실천 기조에 따라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국내 주요 석유·화학기업들이 플라스틱의 순환경제 구축을 위해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등 화학적 재활용 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폐플라스틱의 화학적 재활용에 따른 환경효과가 인정되면서 정부가 정책적 지원을 펼치는 가운데 기업들 역시 ESG 강화 및 탄소중립 실천 등을 위해 폐플라스틱 화학적 재활용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로 생산한 플라스틱 원료 5종과 석유제품 3종에 대해 ISCC PLUS 인증을 획득한 현대케미칼. 현대케미칼은 6월부터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활용한 친환경 플라스틱을 생산할 예정이다.(현대케미칼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로 생산한 플라스틱 원료 5종과 석유제품 3종에 대해 ISCC PLUS 인증을 획득한 현대케미칼. 현대케미칼은 6월부터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활용한 친환경 플라스틱을 생산할 예정이다.(현대케미칼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현대케미칼, “6월부터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로 친환경 플라스틱 만든다”

현대오일뱅크의 석유·화학 계열사인 현대케미칼이 플라스틱 순환경제 구축에 나선다. 지난 5월 24일 현대케미칼은 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원료로 도입해 오는 6월부터 친환경 플라스틱과 친환경 석유제품 생산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는 기존에 소각하던 폐플라스틱을 무산소 조건에서 직·간접으로 가열해 생산되는 유화유로, 다시 정유공정에 투입해 친환경 석유제품이나 플라스틱으로 재활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폐플라스틱 열분해 및 열분해유 활용은 플라스틱 순환경제의 핵심기술로 꼽히고 있다.

현대케미칼은 지난 5월 17일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로 생산한 나프타, 경유, 항공유 등 석유제품 3종과 고밀도 폴리에틸렌, 저밀도 폴리에틸렌, 에틸렌초산비닐, 폴리프로필렌, 부타디엔 등 플라스틱의 원료인 석유·화학제품 5종에 대해 정유·석유·화학 통합공장 최초로 친환경 제품 인증인 ISCC PLUS 인증을 획득했다.

현대케미칼은 이번 인증 획득을 시작으로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친환경 플라스틱 사업에 본격 착수할 계획이다. 국내 중소기업에서 생산된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도입해 오는 6월 국내 화장품, 생활용품 업체와 함께 제품 용기에 쓰이는 친환경 플라스틱 샘플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향후 친환경 플라스틱을 적용한 신규 고부가 활용처를 개발하고, 관련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현대케미칼 관계자는 “현재 보유중인 정유·석유·화학 공정을 활용해 연간 최대 3만톤의 친환경 플라스틱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며 “향후 연간 최대 10만톤의 친환경 플라스틱을 생산할 수 있도록 설비 신설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수관 현대케미칼 대표는 “이번 인증을 통해 플라스틱 순환경제를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지속적으로 친환경 사업 규모를 확장해 국내 폐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고 탄소배출량을 저감하는 데 앞장 설 것”이라고 말했다.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방법론을 개발해 환경부의 인증을 받은 SK지오센트릭. 사진은 열분해 후처리유를 설명하고 있는 SK환경과학기술원 연구원(SK이노베이션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방법론을 개발해 환경부의 인증을 받은 SK지오센트릭. 사진은 열분해 후처리유를 설명하고 있는 SK환경과학기술원 연구원(SK이노베이션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폐플라스틱 열분해 환경 효과 인증한 SK지오센트릭

플라스틱 순환경제 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기업은 현대케미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석유·화학기업들은 폐플라스틱을 열분해해 재활용하는 순환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은 SK이노베이션의 화학사업 자회사인 SK지오센트릭이다. 특히 SK지오센트릭은 열분해를 통한 폐플라스틱 재활용의 탄소감축 효과를 입증했으며, 울산미포국가산업단지에 폐플라스틱 재활용 생산설비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 5월 5일 국내 최초로 폐플라스틱을 활용해 생산한 열분해정제유를 석유정제품의 원료로 사용하는 사업의 외부방법론(열분해유 방법론)을 개발해 환경부에 인증을 받았다. SK지오센트릭과 한국기후변화연구원(KRIC)은 열분해, 후처리 등 과정에서 감축되는 이산화탄소 양을 측정하는 방법 등에 대한 기준ᆞ절차가 담긴 방법론을 공동개발해 환경부의 승인을 받았다.

이를 통해 SK지오센트릭은 향후 열분해유 사업에서의 탄소 감축 효과를 객관적으로 입증하고 정부로부터 공식적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환경부의 승인을 받은 SK지오센트릭의 방법론에 따르면, 플라스틱 쓰레기 1톤을 처리할 때 소각하지 않고 열분해함으로써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최고 2.7톤가량 더 줄일 수 있다.

SK지오센트릭 관계자는 “열분해유 방법론 승인으로 탄소 저감 친환경 비즈니스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며 “앞으로도 폐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통해 탄소 발생량 감축에 기여하고, 플라스틱 순환경제 구축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SK지오센트릭은 미국 플라스틱 재활용 업체인 퓨어사이클 테크놀로지(이하 퓨어사이클)와 협력해 폐플라스틱 재활용 기술을 확보하고, 국내외에 플라스틱 재활용 사업 확대를 위한 기반을 다지고 있다.

특히 SK지오센트릭과 퓨어사이클은 지난 1월 한국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울산미포국가산업단지 내에 폐플라스틱 재활용 생산설비를 구축에 돌입했다. SK지오센트릭은 오는 2025년까지 울산에 21만 5000㎡ 부지 규모의 ‘폐플라스틱 재활용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연간 20만톤의 폐플라스틱을 투입해 열분해유 15만톤 후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해당 규모가 실현될 경우 연 40~50만톤의 이산화탄소 감축을 인정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 폐플라스틱 화학적 재활용, 정부 지원·ESG 바람타고 더 강화될 것

이처럼 폐플라스틱 화학적 재활용 기술 확보를 위한 노력은 석유·화학사 전체로 퍼지고 있다. LG화학은 2024년까지 폐플라스틱 열분해 충남 당진에 초임계 열분해유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해당 공장에서는 고온·고압의 수증기를 이용해 폐플라스틱을 분해해 연산 2만톤의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생산할 예정이다.

롯데케미칼 역시 지난해 울산시와 친환경 플라스틱 재활용 플랫폼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4년까지 울산 2공장에 연산 11만톤 규모의 ‘C-rPET 공장’을 신설하고 있다. C-rPET은 폐PET를 화학적으로 분해해 원료를 추출, 재활용한 PET다. 특히 C-rPET는 그동안 기계적 재활용이 어려웠던 유색·저품질 PET를 원료로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반복적인 재활용에도 품질 저하가 없어 PET 순환경제에 핵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롯데케미칼은 최근 미래성장전략으로 열분해 기술을 통한 플라스틱 제품 15만톤 생산도 목표로 하고 있다.

석유·화학사의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은 앞으로 계속 강화될 전망이다. 이선화 KDB미래전략연구소 연구원은 지난 5월 9일 이슈 브리프를 통해 “폐플라스틱의 안정적 처리와 재활용 고도화 필요성에 따라 열분해 기술을 중심으로 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며 “탄소중립 및 ESG 경영 트랜드 지속과 함께 석유·화학 기업들을 중심으로 열분해 사업화가 활발히 진행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환경부는 지난 12월 폐플라스틱을 열분해유로 재활용해 원료 등으로 사용할 경우 온실가스 감축량을 감축실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관련 지침을 개정했으며, 지난 3월 폐플라스틱 열분해를 통해 석유·화학기업이 원유를 대체해 납사, 경유 등으로 재활용할 수 있도록 하위법령을 개정한 바 있다. 이러한 정책적 지원과 함께 기업들 역시 ESG 경영과 탄소규제 대응 차원에서의 폐플라스틱 열분해 사업이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의 한 폐플라스틱 열분해 기업 관계자는 “폐플라스틱을 열분해하는 과정에서 어떤 방식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탄소가 배출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것이 탄소저감효과가 더 크다는 것이 인정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원유 값 상승 등 외부요인에 대응할 뿐만 아니라 폐기물 문제 해결, 탄소저감 등 효과가 큰 기술인만큼 많은 기업들이 주목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hdlim@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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