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처럼
한국인이 가장 많이 먹는 약은 무엇일까? 바로 '위장약'이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민선 기자] 한국인이 가장 많이 먹는 약은 무엇일까? 바로 '위장약'이다.

우리는 속이 답답하거나 더부룩할 때 습관처럼 소화제를 복용한다. 소화제는 약이지만 보통 이를 잊고 음료처럼 마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인지 소화제 판매량도 크다.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의약품 소비량 및 판매액 통계’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공급 및 판매된 의약품은 총 2만 9765품목인데, 전체 의약품 중 소화기관 및 신진대사 의약품은 23%에 해당하는 6755개가 소비돼 1위를 차지했다. 판매금액도 소화기관 및 신진대사 의약품이 15%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지난해 올해 발간된 '2017년 기준 의약품 소비량 및 판매액 통계'에 따르면 의약품 중 '소화기관 및 신진대사(소화제)' 항목 소비량은 매일 성인 1000명 중 558명이 복용할 정도로 많았다. OECD 평균이 230명 정도인데 비하면 2배가 높다.

◇ 장기 복용은 피해야...계속 더부룩하다면?

우유
제산제와 우유를 함께 복용하면 혈중 칼슘농도가 지나치게 증가해 구역∙구토와 탈수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과식으로 인해 더부룩하거나 답답할 때는 보통 소화제를 찾고, 속이 쓰릴 때는 되는데, 제제와 성분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소화 효소 성분의 알약 소화제, 생약 성분의 액상 소화제, 제산제 등이 있다. 

소화 효소제는 소화를 도와주는 효소 성분이 알약(정제)에 포함돼 있다. 우리가 먹은 음식은 먹은 음식은 입에서 위로, 위에서 소장, 대장을 거치며 소화되는데, 각 영양소의 소화를 돕는 성분을 직접 먹어 소화를 돕는 것이다

편의점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이 약의 대표적인 성분은 ‘판크레아틴’이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소화시키는 판크레아틴은 주로 소나 돼지의 췌장에서 채취한다. 따라서 소나 돼지고기 알러지가 있다면 주의해야 한다. 이 밖에도 ‘리파제’라는 지방분해 효소, ‘판프로신’이라는 단백질 분해 효소 등도 알약 소화제에 포함돼 있다.

우리가 흔히 복용하는 액상 형태의 소화제는 보통 생약 성분의 소화제다. 일부 성분 때문에 의약외품과 일반의약품으로 나뉘지만 처방없이 구매할 수 있고, 편의점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대부분 제품이 소화를 돕는  박하 추출물이나 생강, 고추틴크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환성분의 소화제도 거의 동일한 성분이다. 

보통 과식이나 체했을 때처럼 소화불량 시 이를 복용하게 되는데, 고추 성분이 들어있어 자주 마시거나 오랜 기간 섭취할 경우 위를 자극할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불규칙한 생활습관이나 자극적인 음식을 자주 먹는다면 속이 쓰리거나 신트림, 위통증을 겪기도 한다. 이럴 경우 제산제를 먹는데, 위산이 과하게 분비됐을 때 알칼리성 성분의 제산제가 이를 신속히 중화시켜 위의 불쾌감을 해소한다.

다만, 제산제는 위의 산도가 높을 때 흡수가 잘되는 항생제나 철분제 등과 병용할 경우 약물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에 2시간 이상의 간격을 두고 복용해야 한다. 우유와도 같이 복용하면 안된다. 제산제와 우유를 함께 복용하면 혈중 칼슘농도가 지나치게 증가해 구역∙구토와 탈수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또 단순한 더부룩함을 넘어 복부 팽만감, 복통, 식욕 부진 등의 증상이 계속되면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한다. 이 경우 '위장관 운동 개선제'를 처방받게 되는데, 일정 기간 이를 복용해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장기간 복용하지 않고 의사의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위장약은 대부분 부작용이 적긴 하지만, 장기간 복용할 경우 만성 소화불량이나 어지러움 등 알레르기 등을 일으킬 수 있다.

◇ 한국인 위장약 소비량은 높은 이유는?

한국인들이 위장약을
소화제를 습관적으로 복용하거나, 조금만 더부룩해도 약을 찾는다면 생활 습관을 바꿔나가야 한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한국인의 위장약 소비량이 높은 이유는 식습관에도 있다. 짜고 매운걸 즐기는 한국인들은 위식도역류질환을 고질병처럼 앓고 있다. 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위식도역류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2015년 386만1265명에서 2019년 458만 1713명으로 18.6% 증가했다. 위식도역류질환은 생활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잘 낫지 않고 자주 재발한다.

위식도역류질환은 위에서 식도로 음식물과 위산 등이 역류함에 따라 식도 점막이 손상돼 통증을 느끼는 질환이다. 위산 과다 분비거나 위염일 때도 식도에 비슷한 통증이 발생하기 때문에 위 내시경을 해야 정확한 질환을 파악할 수 있다. 

게다가 위암은 우리나라에서 발생률이 가장 높은 암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7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그 해 신규 암 환자 23만2255명 중 위암 환자가 전체 암 환자의 12.8%인 2만9685명으로 1위를 기록했다. 위암 발생 원인은 여러가지 요인들의 복합작용 때문인데, 헬리코박터 파일로리(헬리코박터균), 위암 관련 질병, 식생활, 흡연, 음주, 가족력 등으로 알려졌다. 위암은 초기에 발견하면 완치율이 90% 이상에 달하기 때문에 검진을 통해 빨리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소화제를 습관적으로 복용하거나, 조금만 더부룩해도 약을 찾는다면 생활 습관을 바꿔나가야 한다. 밤늦게 기름진 배달 음식이나 술을 먹고 바로 잠자리에 들면 음식이 위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져 다음 날 아침 속이 쓰리고 거북한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적어도 자기 전 3시간은 음식 섭취를 하지 않아야 한다.

흡연과 음주 또한 위산 분비를 자극하고, 식도와 위를 잇는 하부식도괄약근을 느슨하게 해 속쓰림에 해롭다. 금연이 어렵다면 식사 전후에 담배를 피우는 습관을 피하는 것이 좋다.

minseonlee@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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