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스 “경쟁력 있으면 폭력배도 수출하나” 석탄발전 수출 비판
“베트남·인니로 수출한 석탄발전소 때문에 연간 3000명 조기사망”

한국이 2013~2017년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 건설했거나 건설 예정인 13개 석탄발전소로 인해 연간 3000명이 조기 사망한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그린피스는 발표한 바 있다.
한국이 2013~2017년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 건설했거나 건설 예정인 13개 석탄발전소로 인해 연간 3000명이 조기 사망한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그린피스는 발표한 바 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채석원 기자] “경쟁력이 있으면 폭력배도 수출할 것인가?”

그린피스가 수출 경쟁력을 이유로 다른 나라에서 석탄발전 프로젝트를 가동하는 한국을 비판하고 나섰다.

최은서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16일 그린피스 동아시아 서울사무소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한국은 반도체, 자동차, K-POP, K뷰티 등을 해외에 수출하는 수출 강국”이라면서도 “꼭 자랑스러운 상품만을 수출하지는 않는다”고 꼬집었다. 인도네시아나 베트남 일부 지역에서 한국은 ‘석탄발전소’로 더 유명하다는 것. 최씨는 미세먼지와 대기오염,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낙인찍혀 한국에선 더 이상 짓지 않겠다고 약속한 석탄발전소를 다른 나라에 건설하는 건 또 다른 이기주의라고 지적했다.

최씨는 지난달 22일 국정감사에서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한국의 해외 석탄발전소 수출을 지원하는 무역보험공사에 대해 “그래도 수출인데, 한국이 경쟁력 있는 산업을 하는 게 잘못된 건가?”라고 말한 사실을 거론한 뒤 “경쟁력이 있으면 폭력배도 수출할 것인가? 한국에 나쁜 걸 왜 다른 나라에는 짓나”라고 따졌다. 한국이 2008년 이후 해외 석탄 프로젝트에 80억달러 이상을 투자한 주요 투자국인 사실을 꼬집은 것이다.

최씨는 석탄발전소를 ‘글로벌 진출의 성과’라고 치켜세우는 이면엔 대기오염으로 매년 조기사망하는 수천명의 사람과 오염된 공기를 마시고 살아가는 지역민의 슬픈 일상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린피스는 한국이 2013~2017년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 건설했거나 건설 예정인 13개 석탄발전소로 인해 연간 3000명의 조기 사망자가 발생한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지난달 발표하기도 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2013년 이전에 지어진 발전소와 앞으로 건설할 발전소의 영향까지 더해지면 사망자 수는 이보다 훨씬 더 늘어난다. 이들 발전소의 수명은 평균 40년이지만 개발도상국에선 수명보다 오래 발전소를 가동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석탄발전소가 들어선 뒤 지역민의 생활은 피폐해졌다. 어부들은 물고기를 잡을 수 없고 염부들은 검은 소금밭 위를 헤맨다. 지역 공동체도 무너졌다. 인도네시아 찌레본의 경우 1기 발전소가 들어온다는 소식에 2000여명이 모여 대책위원회를 만들었지만, 지역에 기업과 정부의 자본이 풀리면서 주민 입장이 갈라졌다. 현재 대책위원회엔 100여명의 주민만 남아 있다.

그린피스는 한국이 수출한 13개 석탄발전소는 연간 31만2000톤의 오염물질을 배출한다고 했다. 이 오염물질엔 수은, 이산화황, 질소산화물 등 인체에 치명적인 물질이 포함돼 있다. 이로 인해 지역민은 뇌졸중, 폐암, 허혈성심장병 등의 질병에 여과 없이 노출돼 있다. 최씨는 “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수은은 토양과 하천, 그리고 바다로 흘러들어가 먹이사슬의 가장 상위에 있는 인간에게 다시 돌아와 수은 중독과 각종 공해병을 일으킨다”면서 “이래도 석탄발전소가 한국이 자랑할 만한 산업이라고 할 수 있을까”라고 물었다.

최씨는 그린피스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17개 단체가 한국 공적금융기관들의 석탄발전소 건설 투자 중단을 요청하는 서한을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 KDB산업은행, 청와대에 보낸 사실을 언급하고 “이 모든 것이 아직도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면, 서울 한복판에 석탄발전소가 들어선다고 한번 상상해보라. 그렇다면 우리도 이 석탄발전소를 짓는 회사, 그리고 이 사업이 가능하도록 투자한 은행과 국가에 당장 건설을 중단해달라고 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jdtimes@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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