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자본주의-기후변화시대 마음의 생태학'

 

붓다는 "공정심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 살피는 마음에서 온다"고 했다. 그러나 '다원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현대사회는 하나의 중심이 사라지고 다양한 관점들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쉽게 가치판단하기 어렵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 했던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세상의 옳고 그름을 살피기 위해 격주 화요일과 목요일 번갈아 '화목한 책읽기' 코너를 운영한다. [편집자주] 

'탄소자본주의'∥저자 신승철∥도서출판 한살림∥470쪽∥2018년 9월 5일 출간∥인문, 자기계발
'탄소자본주의'∥저자 신승철∥도서출판 한살림∥470쪽∥2018년 9월 5일 출간∥인문, 자기계발

 

이 책의 한 단락: 영화 '세일즈맨의 죽음'은 끊임없이 새로운 상품들과 유행을 만들어내고 그것에 열광하던 자본주의가 멈추어 섰을 때 그것에만 의존하여 살아가던 통속적인 사람들에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소희 기자]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인류는 자연을 착취해 풍요를 누렸다. 인류가 누릴 수 있는 자원은 무한한 듯 보였고, 등 따습고 배 부르자 인류는 속도와 편리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빨래는 세탁기로, 이동은 자동차로’ 기술이 인간의 손과 발을 대신하는 동안 지구에는 탄소가 켜켜이 쌓여가고 있었다. 지구는 넓으니까 괜찮을 줄 알았다. 그런데 지난 여름 동아시아는 유례없는 폭염과 홍수로 진통을 겪었다.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지구 기온이 단지 1°C 높아진 것 뿐인데 말이다. 

인류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속도보다 빙하의 녹는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 최근 그린란드 북부 해안에 있는 '북극 최후의 얼음'이 녹았다. 지구온난화가 이대로 가속화된다면 현재 생존하는 지구 생물은 기후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공룡처럼 사라질지 모른다. 발등에 불 떨어지자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은 ‘저탄소사회’로의 전환을 촉구하는 ‘지구온난화 1.5°C 특별보고서(Special Report on Global Warming of 1.5°C)’ 최근 채택했다. ‘지구적 재앙’을 막기 위해 전 세계가 힘을 모아보자는 것이다. 

환경문제는 크게 오염과 변화 두가지 측면으로 볼 수 있다. 오염은 지극히 인간의 관점으로 지구가 더러워졌음을 말한다. 여기에는 정화의 가능성이 남아 있다. 노력한다면 되돌릴 수 있는 것이다.

변화는 좀 더 파괴적이다. 음지에는 음지식물이 살아남듯 낯선 환경에 적응하면 생존이고, 부적응하면 멸종이다. 생존의지는 인간의 몫일 수 있겠으나 생존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 오늘날의 안락한 생활은 탄소 소비로 완성된다. 그런데 지구가 한계에 다다르면 인간의 문명이, 인간의 존재 의지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탄소순환사회로의 전환을 모색하는 책 ‘탄소자본주의’는 폭주하는 탄소소비 열차를 멈추고 느리고 천천히 발효되는 공동체를 만들어가야 할 시기라고 제안한다. 

펠릭스 가타리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신승철 생태적지혜연구소 소장(녹색당 정책자문위원)이 쓴 ‘탄소자본주의-기후변화 시대 마음의 생태학’(도서출판 한살림)은 아파트, 육식, 자동차, 일회용품, 유통, 에어컨, 난로, 텔레비전 등 탄소에 중독된 삶을 점검한다. 저자는 ‘지구적 재앙’이라는 기후변화를 자본주의의 문제이자 탄소문제로 보며 "탄소자본주의 사회에서 벗어나 탄소순환사회로 전환하려면 마음의 생태학을 통해 ‘순환과 재생, 되살림’으로 새로운 미래를 열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탄소자본주의는 자국의 이익이나 기업의 이윤을 위해 공동체가 함께 누려야 하는 자원과 쾌적한 환경을 착취하고, 미래 세대의 선택권과 생존권을 박탈한다. 기후난민, 탄소빈곤 문제는 사회적 약자가 가장 먼저 떠안는다. 미세먼지 발생 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거리 생활자나 야외 노동자다. 이는 폭염 역시 마찬가지지다. 그는 기후변화의 시대에 탄소자본주의는 착취로도 유지되지만, 차별과 분리로도 유지된다고 경고한다.

탄소배출 규제라는 세계 조류가 만든 탄소배출권 시장에서는 유럽연합(EU)이나 미국 등 강대국이 유리한 입장에서 금융 수익을 선점했다. 지금까지 전세계 탄소정책은 자본주의가 ‘금융’에서 ‘탄소’로 이행된 꼴이었을 뿐, 지구공동체의 생존 문제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우리 삶을 지배하고 있는 문명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저자는 탄소순환사회로 방향을 틀기 위해 ‘생태권’을 강조한다. 관계망을 중시하는 생태권은 개인의 자율성을 중시한 생명권보다 훨씬 확장된 권리로 인간은 물질-에너지-자원 등의 흐름과 순환의 관계속에 놓는다. 개체들을 연결하고 균형과 조화, 공생을 중시하는 권리가 바로 생태권이다. 

탄소순환사회로 이행한다는 것은 욕망이 탈색된 책임주체들의 도덕을 지키는 것만이 아니다. 사랑, 욕망, 정동의 부드러운 흐름이 강렬하게 흐르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 도래할 탄소순환사회는 엄청난 축소와 감축, 감쇄, 순환과 재생, 관계망 성숙, 흐름의 시너지를 통해서만 지속가능성을 약속할 수 있다. 생명에너지를 찾는 대안문명의 가능성, 숲(산소), 바다(질소), 소농(탄소)의 순환에 있다. ('탄소자본주의'·저자 신승철·도서출판 한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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