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로 인해 황폐화된 도시를 다룬 웹드라마 '고래먼지'

미세먼지를 주제로 한 웹드라마 '고래먼지' (고래먼지 제공)
미세먼지를 주제로 한 웹드라마 '고래먼지' (고래먼지 제공)

[그린포스트코리아 황인솔 기자] 창작물의 장르 중 '재난물'은 말 그대로 극중에서 재난이 일어나는 작품을 말한다. 재난물 속에서는 인류가 멸망할 수 있는 수 많은 상황이 제기된다. 지진으로 땅이 무너지거나 거대한 해일이 도시를 덮치고, 이상기후로 빙하기가 찾아오기도 한다. 또 정체 모를 바이러스가 생명을 앗아가는 모습도 묘사된다.

최근에는 창작물 속에서 인류를 위협하는 요소로 '미세먼지'가 등장했다. 지난 10일 공개된 신우석 감독의 SF 웹드라마 '고래먼지'는 미세먼지로 인해 황폐해진 2053년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드라마 속에는 과학 문명의 발달에도 단 한 가지 난제, 미세먼지를 해결하지 못해 상실감에 빠진 인류가 등장한다. 이들이 살고 있는 세계는 하루 평균 미세먼지 농도지수 1527㎍/㎥, 2018년 기준 '나쁨' 수준이 150㎍/㎥인 것과 비교했을 때 약 10배 이상 짙은 먼지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중 한슬(김소혜 분)은 미세먼지를 피해 벙커 안에서 살아가는 소녀다. 창밖으로는 AI가 만든 인공 숲이 펼쳐지고, 일상생활에도 문제는 없다. 그러나 소녀는 어렸을 때 엄마와 함께 본 바닷가를 다시 한번 보길 꿈꾸며 황무지 속으로 뛰어들게 된다. 

기상캐스터 기영(양동근 분)도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상실감을 느끼고 탈출을 결심한다. 이후 기영은 한슬과 만나 서로 돕고 희망을 찾으며 인류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게 된다.

신우석 감독은 "디스토피아를 영화로 표현하면서 어떤 소재를 선택해야 관람객에게 가장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최근 환경·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미세먼지를 선택하게 됐다"면서 "우리의 실생활에서 가장 밀접한 대기오염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가운데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셨으면 한다"고 작품을 소개했다.

드라마 속에서는 미세먼지 농도지수가 무려 '1527㎍/㎥'. (고래먼지 제공)
드라마 속에서는 미세먼지 농도지수가 무려 '1527㎍/㎥'다. (고래먼지 제공)

세계보건기구가 권고한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의 기준은 각각 50㎍/㎥ 이하, 25㎍/㎥ 이하다. 그러나 지난해 우리나라에서는 전 지역이 365일 중 100일 이상이 세계보건기구가 권고한 초미세먼지 기준을 초과했다. 전북은 일년 중 202일이 해당됐다.

이처럼 미세먼지 문제는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미국의 환경보건단체 '보건영향연구소'(HEI) 자료에 따르면 1990년 당시 한국의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26㎍/㎥이었다. 당시 OECD 평균치(17㎍/㎥)보다 높았고 회원국 가운데 7번째로 나쁜 수준이었지만 최근에 비하면 절반에도 못미치는 정도다.

이후 2015년까지 25년 동안 OECD 평균치는 15㎍/㎥로 낮아진 반면, 한국은 오히려 29㎍/㎥로 높아졌다. 터키를 제외하면 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나쁜 수준으로 악화된 것이다.

미세먼지는 단순히 하늘을 뿌옇게 만들 뿐만 아니라 인류의 건강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 질병관리본부가 배표한 '미세먼지의 건강영향과 건강보호수칙' 보고서를 보면 2016년 기준 한국은 실외 미세먼지와 오존으로 인한 조기사망률이 인구 100만명 당 1109명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적으로 약 300만명이 실외대기오염에 의해 조기사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72%는 심뇌혈관질환, 14%가 만성폐쇄성폐질환, 14%는 폐암 등으로 추정한다.

과거에는 '재해'의 영역에 미세먼지가 포함되지 않았지만, 이제 대기오염은 외면할 수 없는 환경문제 중 하나다. 웹드라마 '고래먼지' 속에서 인류는 방독면 없이 바깥 생활을 할 수 없는 것으로 묘사된다. 비록 드라마 속의 이야기지만 우리에게도 조만간 현실로 다가올 수 있을 법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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