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 1주년 맞은 서울새활용플라자

서울시 성동구에 위치한 '새활용플라자' (황인솔 기자) 2018.9.7/그린포스트코리아
서울시 성동구에 위치한 '새활용플라자' (황인솔 기자) 2018.9.7/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황인솔 기자] 서울시 성동구에 위치한 '새활용플라자'가 지난 5일 개관 1주년을 맞았다. 그곳은 생활폐기물을 단순히 재활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디자인이나 활용가치를 더해 '업사이클링'(새활용)하기 위해 마련된 공간이다.

새활용플라자는 거대한 공방이자 예술인들의 보금자리, 어린이 교육의 장, 시민 휴식공간 등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

지하에는 새활용이 가능한 약 180여종 소재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소재은행'이 있고, 기증받은 중고 물품을 재분류·가공해 활용하는 물류센터가 있다.

1층에는 새활용 전문작가들의 작품 전시가 열리는 전시장, 대형 작품을 제작할 수 있는 야외 창작실, 디자인 연구소 '꿈꾸는 공장' 등이 마련됐다.

이밖에 건물 곳곳에는 교육 프로그램이 열리는 교실과 재활용이 불가능한 쓰레기를 재활용하는 자원순환 공간, 업사이클링 업체와 예비 창업자들의 사무실 등도 입주해 있다.

화장품 공병으로 새활용한 조명. 2018.9.7/그린포스트코리아
화장품 공병으로 새활용한 조명. 2018.9.7/그린포스트코리아

'폐기물' 버리면 쓰레기, 새활용하면 자원 

새활용플라자에 있는 가구, 장식품 등은 여느 건물들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차이점을 알 수 있다. 천장의 샹들리에는 다 마신 탄산수병을 빙 둘러 만들었고, 나무 소파에도 빈티지 와인의 이름이 적혀 있다. 또 화려한 조명에 사용된 플라스틱이 화장품 공병인 경우도 있다.

이러한 물건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사용되고 버려지는 것들이지만 디자인을 적용해 업사이클링하면 충분히 제품으로서 가치를 갖게 된다.

센터는 방문객들이 '새활용'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장치를 만들었다. 1층 로비에는 헌옷들이 쌓여있고, 이를 장바구니로 만드는 방법이 적혀 있다. 방문객들은 원하는 옷을 골라 가위질을 하거나 묶으면서 천가방을 만드는 과정을 겪게 된다. 손끝이 야무지지 않아도, 조금은 엉성한 모양새여도 나만의 새활용 작품을 갖게 된다.

또 우리 주변에 쉽게 버려지는 폐기물의 양과 재활용률을 수치로 보여주고, 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한다. 예컨대 일회용컵을 텀블러로, 플라스틱 빨대를 스테인리스 빨대로 대체하는 식이다. 정 버릴 수밖에 없다면 '제대로' 배출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새활용플라자를 찾은 이들은 이러한 내용을 하나씩 배우면서 우리 주변의 쓰레기들을 자원으로 보는 시선을 갖게 된다.

폐우산을 잡화로 제작하는 업사이클 업체 '큐클리프'. 2018.9.7/그린포스트코리아
폐우산을 잡화로 제작하는 업사이클 업체 '큐클리프'. 2018.9.7/그린포스트코리아
폐우산을 잡화로 제작하는 업사이클 업체 '큐클리프'. 2018.9.7/그린포스트코리아
우유팩을 지갑으로 재탄생시킨 '밀키프로젝트'. 2018.9.7/그린포스트코리아

◇상업·예술이 공존하는 '업사이클 아트'

새활용이란 업사이클을 우리말로 순화한 단어로, 재활용을 통해 기존 제품보다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행위를 뜻한다. 현대미술사에 등장하는 '정크 아트'와 비슷해 보이지만, 정크 아트가 순수 예술성을 띠는 것과 달리 업사이클아트는 실용성에 초점을 맞췄다.

현재 새활용플라자에는 32개 업사이클링업체 및 예비 창업자가 입주해 있다. 자전거 소모품으로 조명과 오브제를 만드는 '세컨드비', 폐우산·현수막을 잡화로 제작하는 '큐클리프', 폐유리병이 접시가 되는 '글라스본', 소방호스를 가방으로 디자인한 '파이어마커스' 등이다.

각 업체는 개별 공방을 갖추고 폐기물들에 생명을 불어넣어 독창성 있는 제품을 제작·생산한다.

입주업체 중 하나인 '밀키프로젝트'는 재활용률 30%를 밑도는 우유팩을 활용해 카드지갑, 휴대폰 케이스, 파우치 등을 만든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우유팩뿐만 아니라 일본, 유럽, 대만의 디자인을 활용해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화려한 색상과 독특한 폰트의 우유팩을 사용하다 보니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다.

새활용플라자 내 상점을 찾은 이은해(24)씨는 이날 밀키프로젝트의 카드지갑을 2개 구입했다. 디자인이 전부 달라 하나만 갖기에는 아쉽다는 이유였다. 

그는 "새활용 작품들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물건이라는 느낌이 든다. 전부 다 디자인이 다르고, 공장에서 똑같이 찍어내는 것들이 아니니까"라며 "처음에는 '폐기물'이라든지 '재활용'이라는 단어들이 조금 거부감이 있었는데, 직접 와서 보니 '새활용'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것 같다. 원래의 역할을 다하고 새로운 가치를 부여받은 것들이니까"라고 말했다.

'업사이클 자동차 만들기' 수업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 2018.9.7/그린포스트코리아
'업사이클 자동차 만들기' 수업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 2018.9.7/그린포스트코리아
'업사이클 자동차 만들기' 수업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 2018.9.7/그린포스트코리아
이날도 공방에서 업사이클 수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2018.9.7/그린포스트코리아

◇'환경 감수성'과 '예술성' 동시에 길러주는 교육의 장

새활용플라자의 또 다른 역할은 '교육'이다. 현장에는 어린이들이 새활용을 직접 체험하고 자원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새활용디자이너와 함께하는 프로그램에서 아이들은 직접 소재를 이용해 실제 제품을 만든다. 주변의 폐기물을 업사이클링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고, 다양한 도구를 사용하다 보니 미술적 감각도 기를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디자이너를 꿈꾸는 학생들을 위한 심화 과정도 있다. 직접 제품을 상상·디자인하고 전문가와 함께 실제 제품으로 만들어보는 프로그램, 새활용 산업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캠페인 기획·진행까지 하는 캠퍼스 동아리도 있다.

성인들을 대상으로는 각 분야 전문가 초청 포럼과 새활용 창업 기업 성장 지원, 창업 토크 콘서트 등도 진행된다.

새활용플라자는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낯설 수 있지만 조금만 시간을 보내보면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건물을 누비며 각 공방을 자유롭게 방문하고, 간단한 체험도 신청 가능하다. 또 곳곳에 놓인 벤치에 누워 휴식을 취하거나 계단에 앉아 대화를 나누는 이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개관 1주년을 맞은 새활용플라자는 9월 한 달 동안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상설전시 '쓰레기 새로고침: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리'가 열리고 폐자동차를 소재별로 부품을 해체해 분류하는 '자동차 해체쇼', 새활용 소재로 만든 '전통놀이터', '새활용 자동차 경주대회', '우산수리소' 등이 마련돼 업사이클링의 중요성을 알릴 예정이다.

breezy@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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