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대 복면가왕에 오른 우리동네 음악대장 [사진=MBC 복면가왕 홈페이지]

 


MBC 일요예능 ‘일밤-복면가왕’에 명예졸업 제도의 도입을 제안한다.

결코 22~29대까지 8연승 복면가왕의 왕좌를 지키고 있는 ‘우리동네 음악대장’(이하 음악대장)에게 피로감을 느껴서가 아니다.

무려 16주 동안 주말나들이를 자제하고 일요일 오후 4시50분이면 채널을 고정시킨 이유는 음악대장이 이번 주에는 또 어떤 노래를 들려줄지 궁금해서다. 4개월의 시간 속에서도 기대를 갖게 한다는 것, 그야말로 명불허전 ‘이름 그대로’ 음악대장이라 하겠다.

또 제작진이 이번에는 음악대장의 대항마로, 새로운 가왕 후보로 ‘누구를 포진시켰을지’에 대한 기대도 만만찮다. 음악대장의 집권이 장기화될수록 제작진의 섭외 노력은 뜨거울 것이 분명하고 비례하여 출연진의 가창과 음악 전반의 수준도 높아질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8일 방송된 29대 가왕 결정전만 봐도 이러한 사실은 여실히 확인된다. 티삼스의 ‘매일 매일 기다려’, 팝 애호가 이윤석의 말대로 누군가는 꼭 한 번 불러 줬으면 했던 록의 명곡을 들려 준 음악대장을 두고 그 누구에게서 “이제는 그만하지”라는 소리가 나오겠는가. 비록 가왕에 오르지는 못 했지만 대한민국의 대표 보컬 김태우는 이문세의 ‘이 세상 살아가다 보면’으로 행복 에너지를 충전해 주었고, 오랜만에 봐서 더 반가운 양파는 그 누구도 쉽사리 엄두내지 못할 글로벌 인기곡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새롭게 편곡해 복면가왕 무대의 격을 높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예졸업 제도의 도입을 요청하고 싶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음악대장이 달라졌다는 것, 그것도 무섭게 뜨거워졌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다.

음악대장이 처음 가왕이 될 때 부른 것은 신해철의 노래(Lazenca, Save Us)였다. 그리고 28대 가왕에 오를 때 선곡한 것 역시 신해철의 노래(일상으로의 초대)였다. 물론 첫 출전 2라운드 때도 신해철의 ‘민물장어의 꿈’을 불러 ‘신해철 키드’임을 감추지 않은 바 있지만 28대 가왕 결정전의 ‘어게인 신해철’은 특별했다. 개인적 감상과 의견이지만, 다시금 신해철의 노래를 선택했을 때 ‘신해철의 노래로 시작해 신해철의 노래로 닫고 싶어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6연승 연속 복면가왕, 역대 최고 5연승을 새로 쓴 기록을 뒤로 하고 ‘이제 왕관을 내려놓으려나 보다’ 했다.

‘일상으로의 초대’가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23대 전인권의 ‘걱정 말아요, 그대’, 24대 빅뱅의 ‘판타스틱 베이비’, 25대 더크로서의 ‘Don’t cry’ 26대 신중현의 ‘봄비’, 27대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보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다. 마음을 비우고 부르니 더 깨끗하게 아름다운 노래가 됐다. 덕분에 음악대장의 가왕 행진은 신기록 6연승에서 멈추지 않고 7연승으로 전진했다.

물러나려던 그가 달라졌다. 사실, 음악대장이 29대 가왕결정전에서 달라질 것은 7연승 소감에서 어느 정도 예견됐다. 그는 울었고 “잘하지 못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자신이 세운 6연승 신기록을 스스로 갈아치운 감격에서 오는 눈물이 아니었다. 자신이 뒷걸음치려 할 때 끝까지 음악대장의 노래에 박수를 보내고 다시금 왕관 가면을 안긴 객석, 팬들의 사랑을 직면한 데서 온 반성과 감동의 눈물이었다. 더 이상 팬들의 사랑을 모른 척하지 않겠다는 다짐은 자신의 탤런트, 대한민국 지존이라 할 만한 상하로 폭 넓은 음역 대를 마음껏 보여 준 ‘매일 매일 기다려’로 귀결됐다.

하긴, 가왕의 자리는 판정단이 주는 것인데 스스로 내려놓겠다는 것 이상의 오만이 어디 있을까. 힘을 좀 빼고 부르겠다는 것, 이보다 더 가왕 후보인 도전자들을 모욕하는 일이 있겠는가.

음악대장은 이제 ‘가왕 자리’에 연연하거나 몇 연승 신기록에 관심을 두지 않는 듯하다. 다만 한 가지, 지금 이 순간 내 노래로 그 노래를 듣는 사람들, 판정단과 시청자를 행복하게 하겠다는 목표 하나만 세웠음을 8연승 신기록의 현장에서 담담히 밝혔다. 이보다 더 무서운 ‘선수’를 본 적이 있는가. 가왕 자리 사수에 대한 부담감, 가왕 자리 쟁탈에 대한 욕심 없이 자유롭게 날아오르는 실력파 가수를 그 누가 쉽사리 이길 수 있겠는가. 명예졸업 제도를 제안하는 이유다.

명예졸업 제도는 음악예능 프로그램, 특히 MBC에서 처음도 아니다. 이미 ‘나는 가수다’에서 7회 연속 출연자를 명예롭게 떠나보내는 제도를 실시한 바 있다.

‘복면가왕’의 탄생 취지, 외모와 인지도, 이름과 활동 경력에서 오는 편견을 잠시 접어두고 노래만을 즐겨보자는 뜻을 헤아려도 이제 음악대장의 계속적 출연은 무의미하다. 우리 서로 입 밖으로 내지 않을 뿐, 누구인지 다 알고 있지 않은가. 명색이 미스터리 음악쇼인데 가왕의 정체 추리를 멈춘 지 꽤 됐다. 그의 완벽한 무대를 계속해서 보고 싶다면 이제 음악대장이 보컬로 활동하는 그룹의 콘서트 표를 사자. 비용을 지불하고 들을 만한 음악임을 충분히 증명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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