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발전, 돌고래에겐 견딜 수 없는 '소음'..서식지 버리는 돌고래

화석 연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가장 자연 친화적인 '친환경' 에너지인 해상 풍력발전이 돌고래에겐 견딜 수 없는 '소음'을 유발해 돌고래를 해당 지역에서 쫒아낸다는 정부 산하기관 연구소 논문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해상 풍력발전은 보통 바닷가 부근에 풍력 발전기를 세워두고 바다에서 부는 바람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데 공사 과정과 이후 발전소 가동 과정에 인간은 감지하기 힘들지만 고래들은 민감하게 반응하는 저주파 영역에서 고래들을 자극하는 '소음'이 발생한다는 것이 논문의 골자다.

 



풍력발전시설 때문에 이사가는 제주 남방큰돌고래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 연구팀이 한국수산과학회지에 게재한 '제주도 남방큰돌고래의 분포 양상' 논문에 따르면 제주 한림읍에 위치한 한림 해상풍력지구의 풍력발전시설이 남방큰돌고래를 서식지에서 쫓아내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림읍 일대는 지난 2011년만 해도 제주도에서 돌고래가 가장 많이 보이던 지역이었다. 

이 지역은 2011년에 실시한 31회 조사에서 돌고래 무리를 4회 발견됐다. 보통 1~2번 정보 관찰됐던 다른 지역과 비교할 때 한림읍 돌고래가 가장 많이 활동했던 서식지로 조사됐다.

하지만 돌고래 서식환경이 좋았던 한림읍 일대는 한림해상풍력지구로 개발되기 시작한 2012년 이후부터 돌고래가 자취를 감췄다.

조사에 참여했던 고래전문가는 "돌고래 무리가 빈번하게 관찰됐던 한림읍 일대에서 2012년 이후 80회의 조사를 수행했지만 돌고래 무리를 한건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풍력발전단지를 만들면서 발생하는 소음이 돌고래를 쫓아냈다고 추정했다.

실제로 돌고래가 떠났던 2012년 한림읍에서는 한림해상풍력지구 사업타당성 조사와 풍황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위해 기상탑을 설치하고 있었다. 논문에서는 해안에서 약 2㎞떨어진 해상에 설치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사 소음이 해양 생태계에 영향을 준 것으로 봤다.

특히 말뚝 박기 작업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돌고래가 가장 민강하게 반응하는 음역대라고 논문은 기술했다.

이와 관련해 외국 논문(David, 2006; Madsen et al., 2006)에서도 해상 구조물을 설치하기 위한 말뚝 박기 작업을 할 때 발생하는 소음이 40㎞ 밖에서도 감지되고 이로인해 돌고래의 분포 및 서식환경에 영향을 미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더 큰 문제는 단순히 공사 과정에서 생긴 소음뿐 아니라 공사가 끝나도 돌고래들에겐 '소음'이 계속된다는 점이다.

논문에 따르면 해상풍력발전기는 발전기 터빈에서 저주파음이 발생하는데, 이 저주파음이 돌고래 등 해양포유류의 행동변화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방큰돌고래 (출처=해양수산부)

 


남방큰돌고래는 누구?

포유류 고래목 참돌고래과에 속하는 남방큰돌고래는 다 자란 성체의 몸길이가 2.7m, 몸무게가 최대 230㎏ 가량 나가는 중형 돌고래다.

남방큰돌고래는 길고 매끈한 유선형을 자랑하며, 등 쪽은 짙은 회색, 배 쪽은 밝은 회색이나 흰색에 가까운 것이 특징이다.

멸종 위기에 놓여 국제보호종으로 지정된 남방큰돌고래는 인도양과 서태평양의 열대 및 온대지역부터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홍해, 호주까지 전 세계 각지에서 서식한다. 

제주도에서도 2008년 124마리, 2009년 114마리의 남방큰돌고래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고, 2010년 이후에는 100여 마리가 꾸준히 살아가고 있다. 

이 돌고래의 특징은 대부분 한 지역에 정착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평생 같은 해역에서 살아간다. 이 때문에 제주 남방큰돌고래는 제주도 입장에서 가족 같은 존재다.   

깊은 바다가 아닌 연안에서 활동하는 습성으로 더 가깝게 느껴졌던 남방큰돌고래가 사람이 내는 소음 때문에 서식지를 떠나고 있는 것이다. 

제주 연안의 남방큰돌고래 모습 (출처=해양수산부)

 


제주도, 2030년까지 탄소 제로 섬으로..돌고래는 어디로?

제주도는 2030년까지 화석 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카본 프리 아일랜드(Carbon Free Island·탄소 없는 섬)'를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핵심은 두 가지다. 온실가스 배출 연료를 최대한 쓰지 않는 것과 탄소 배출이 필요없는 에너지를 생산해 내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전자는 가솔린이나 디젤같은 화석연료가 필요 없는 100% 전기차 상용화를 통해 실현하고, 후자는 해상 풍력발전 같은 신재생에너지 발전 등의 사업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기술 자립으로 환경 오염 없는 깨끗한 섬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환경적인 측면에서 전체적인 취지와 방향은 바람직하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돌고래 문제'가 튀어 나오면서 제주도도 내심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친환경을 명분으로 내세운 사업이 자연에서 서식하고 있는 멸종 위기종 돌고래를 제주에서 쫒아내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해당 논문은 이에 대해 "제주도 근해에 해상풍력단지가 들어서게 되면 발전기를 사용하는 인간과 부근 바다에 살아 인간과 '서식지'가 중복될 수 밖에 없는 남방큰돌고래 생태에 무조건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고 단언하고 있다. 

'다행히' 지금까지 제주 한림을 떠난 돌고래들은 웬만하면 태어난 곳을 떠나지 않는 본능 때문에 제주 인근 바다를 완전히 떠나진 않고 제주 바다 부근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하기 전에 해양생태계와 상호작용에 대한 충분한 사전평가 연구가 진행돼야 할 것"이라며 "인간과 돌고래가 같이 친환경적으로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다도 그렇고 바다에서 부는 바람도 그렇고, 온전히 인간만을 위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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