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대상 전원 방사성 물질 검출..5살 아이까지

경주월성원전 인근 주민들을 대상으로 의료진이 역학조사를 실시한 결과, 표본으로 검사 대상에 선정된 주민 40명 전원에게서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가 기준치 이상 검출됐다는 결과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월성원전 인접지역 이주대책위원회와 환경운동연합은 월성원전 인근 주민 가운데 40명을 대상으로 검사한 결과, 소변에서 방사성물질인 삼중수소가 전원 검출됐다고 21일 밝혔다. 

5세, 8세, 13세 등 조사대상 9명의 19세 미만 아동과 청소년에게서도 예외없이 삼중수소가 검출돼 주민들은 더 큰 충격에 빠졌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검출되는 평균 삼중수소 농도는 2013년 원자력의학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2.8 베크렐(Bq/L)이다. 하지만 이날 공개된 주민 40명의 체내 삼중수소 농도평균은 17.3베크렐로 우리나라 평균치의 6배가 넘는 수치다.

가장 많이 검출된 사람의 경우 157베크렐로 우리나라 평균치의 50배가 넘는 삼중수소가 검출된 사례도 있었다.

한수원은 그동안 원전 안전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는데, 원전 정상 가동 중에도 주민건강을 위협하는 삼중수소가 유출된다는 환경단체 등의 주장이 사실로 확인된 셈이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월성원전주민 삼중수소 노출 시험성적서.출처=환경운동연합

 

삼중수소는 월성원전과 같은 중수로형 원전에서 많이 발생하는 대표적인 방사성물질로, 장기간 노출시 백혈병이나 암을 유발하는 위험물질이다. 

다수의 국제 논문 등에서도 그 위험성을 적시하면서  방사선으로 인한 건강 피해는 성인에 비해 어린아이로 갈수록 더 민감하다고 결론짓고 있다.

경수를 냉각재와 감속재로 쓰는 원자로는 경수로, 중수를 냉각재와 감속재로 쓰는 원자로는 중수로라고 한다. 

물은 수소와 산소가 결합해 만들어지는데 산소와 결합하는 수소 원자의 종류가 달라지면 다른 종류의 물이 된다. 산소(O)와 수소(H)가 결합하면 우리가 보통 쓰는 가벼운 물(경수)이 되고, 산소(O)와 중수소(D)가 결합해서 만들어진 물이 바로 무거운 물(중수)이 된다.

자연에 존재하는 물은 가벼운 물이 99.74퍼센트로 대부분이고 나머지 극히 일부가 무거운 물, 중수이다.  중수는 색깔과 냄새가 없는 액체로 보통 물과 거의 다르지 않다. 하지만 중수는 일반적으로 가벼운 물보다 다른 물질과 적게 반응하는 특징이 있다. 

이와관련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종류의 수소 중  삼중수소가 차지하는 비율은 극히 적어 무시할 수 있을 정도다. 특정 지역의 주민들 인체에 저렇게 평균치보다 많은 삼중수소가 자연적으로 검출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방사성물질인 삼중수소 검출 원인으로 월성원전을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실제 삼중수소는 원전 운전 시에 인위적으로 대량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 큰 문제는 삼중수소는 일반 수소나 중수소와 달리 베타선이라는 방사선을 방출하기 때문에 체내에 흡수된 경우에는 암을 유발하는 등 심각한 건강상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이번 검사는 시료로 채취한 소변을 증류한 뒤 정제(액체섬광계수기 이용 분석법)해 체내 삼중수소 농도를 분석했다.  

경주월성원전 민간환경감시기구는 "삼중수소의 외부누출경로는 원전의 밸브, 펌프, 밀봉부위등의 순환계통에서 누설되는데, 원자로에서 사용된 물이 이동하면서 삼중수소 일부가 건물내부에 확산돼 있다가 외부로 배출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압중수로. 출처=한국원자력연구원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처장은 "검사결과로 보았을 때 호흡으로 인한 오염이 주된 것임이 의심된다"며 "특히 5살짜리 아이는 전 가족이 1년전부터 생수를 마시고 있었지만 삼중수소 오염을 피할 수 없었고, 이는 호흡에 의한 오염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방사성물질로 인한 건강 피해 우려가 아이들에게까지 미치고 있는 심각한 상황 속에서도, 주민들에 대한 대책 마련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는 모양새다.

경주월성이주대책위원회는 "이번 조사로 식수와 음식물 외에 호흡을 통한 방사능 오염이 추정되고 있어 이주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정부나 원전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 등은 주민들과 대책마련을 위한 제대로 된 대화조차 한 번 진행한 적이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월성원전 인근 검사대상 주민에게서 방사성물질인 삼중수소가 검출돼 충격을 준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작년 8월 대한방사선방어학회와 한국원자력의학원 등이 경주 주민들에 대한 삼중수소 영향 평가 결과 같은 경주에 거주하고 있음에도 원전 인근 주민이 경주시내 주민보다 2배 이상 높은 평균 6~8베크렐의 삼중수소가 검출됐다.

특히 당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원전에서 상대적으로 가까운 경주 감포읍과 양남면, 양북면 주민의 경우 기준치를 초과하는 체내 삼중수소 검출률은 89.4%로, 원전에서 약 50km 떨어진 경주시내 주민들의 검출률 18.4%에 비해 5배 정도 높게 나타났다.

원전 가까이 사는 주민들 10명 가운데 9명은 기준치를 초과한 삼중수소가 검출된 반면, 같은 경주지만 상대적으로 원전에서 수십km 떨어진 곳의 주민들은 5명 가운데 1명도 채 안되게 기준치를 초과한 삼중수소가 검출됐다는 얘기다.

2011년 3월 주민 뇨시료 분석결과. 원전으로부터 가까울수록 높은 삼중수소 수치가 검출됐다. 출처=경주시월성원전 방폐장민간환경감시가구

 

사진은 한국수력원자력 월성 본부 전경

 

양이원영 처장은 "이번 결과는 호흡에 의한 삼중수소 오염 영향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한수원이 현재 지하수로 쓰는 간이상수도 대신 광역상수도를 깔아주는 공사는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질타했다.

한수원은 "월성원전 주변 주민에 대한 체내 삼중수소 농도가 원전 주변지역이 원거리 지역에 비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 값은 매우 미미한 수준"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수원은 발전소 계통내 삼중수소 배출저감을 위해 배출량 정보 공개 및 모니터링 강화 등을 계획 중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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