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 '빛공해 방지법'..'조명환경관리구역' 지정조차 못해

지난 2014년 1월 미항공우주국(NASA)이 우주정거장에서 찍은 한반도 밤사진을 보면 한반도 남쪽의 대한민국은 마치 섬처럼 보인다. 전력과 에너지가 부족한 북한이 거의 '암흑 상태' 이기 때문이다.

이 사진은 남한과 북한의 경제력 등 생활 수준을 비교하는 자료로도 많이 쓰인다.

우리나라 국토를 뒤덮은 '경제력의 상징'인 이 빛이 국민들의 건강을 해치고 있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출처=미항공우주국(NASA)

 


빛공해, 건강에 심각한 영향…암 유발까지‥

빛공해는 인공조명이 너무 밝거나 지나치게 많아 야간에 낮처럼 밝은 상태가 유지되는 현상이다.

이 빛공해는 일상 곳곳에서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실제로 길거리를 걷다가 밝은 네온사인등 인공 조명을 보고 신경이 쓰였거나, 집안으로 새어 들어온 외부조명으로 커튼을 다시 친 적이 있다면 빛공해로 피해를 받은 셈이다.

문명이 발달하기 전부터 인류는 낮과 밤에 따른 주기에 적응하면서 살아왔다. 낮에는 활동하고 밤에는 자야 하는 것이 우리 '생물학적 리듬'이다. 

하지만 전기가 발명되고 인공조명이 들어서기 시작한 이후 이 생물학적 리듬이 서서히 깨지기 시작했다. 현재에 들어서는 '빛공해'라는 용어가 나올 정도로 건강에 심각한 피해를 준다.

특히 빛공해는 인체의 '멜라토닌'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줘 건강을 해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생물학적 리듬에 관여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은 밤 등 어두운 환경조건에서 만들어지고, 낮이나 과도한 빛에 노출되면 합성을 중단한다. 이 멜라토닌 분비가 원활하지 않으면 면역기능이 떨어지고 항산화물질 생산이 중단돼 심하면 암까지 발생할 수 있다.

지난 2014년 고려대 의과대 빛공해 연구팀이 발표한 '빛공해에 의한 건강 영향 연구결과'에 따르면 빛공해는 결막충혈이나 안구 건조 등을 유발해 눈의 피로도를 높이고 수면을 방해하며 뇌의 인지기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한 유방암 발병률과 빛공해 노출을 연관해 조사한 결과, 과도한 인공조명은 유방암 증가요인으로 나타났다. 

앞서 2008년 이스라엘에서 시행한 빛공해와 유방암에 대한 연구 결과에서도 야간에 과도한 빛에 노출된 여성의 유방암 발병률이 그렇지 않은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보다 73% 높게 나타난 바 있다.

이은일 고려대 보건대학원 환경보건과학과 교수는 "우리 생체리듬은 낮과 밤에 맞춰져 있는데 빛공해가 누적되면 호르몬 계통에 암까지 유발될 수 있다"며 "빛공해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해서는 야간에 TV시청이나 컴퓨터 하는것을 삼가하고 두꺼운 커튼을 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빛공해로 입는 건강 피해는 수면장애나 호르몬 문제이므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빛공해사진 공모전 입선작 김용길作 '붉은 조명' (출처=서울시)

 


국내 '빛공해 방지법'…제대로 시행조차 안 돼..

우리나라는 2013년 2월부터 '인공조명에 의한 빛공해 방지법'을 제정해 시행 중이다.

빛공해 방지법은 지자체별로 빛공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구역을 조명환경관리구역으로 지정하고, 준수 여부를 정기적으로 검사해 개선명령을 내리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명환경관리구역으로 지정된 구역에서는 법에 따라 빛방사 허용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환경부는 빛공해를 막기위해 '빛공해 방지 종합계획'에 따라 2014년부터 오는 2018년까지 주거지역의 경우 조명환경관리구역을 5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하지만 현재 조명환경관리구역을 지정한 지자체는 서울시 한 곳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작년 7월 시내 전역을 4개 구역으로 나눠 구역별 빛 기준치 위반을 단속한 바 있다.

하지만 법을 시행한 지 3년째가 된 현재 서울을 제외한 전국 시군에서는 계획만 하고 있을 뿐이다. 

이에 환경부 관계자는 "서울시 같은 경우는 국가 이상의 행정력을 가진 지자체로, 현실적으로 타시군이 서울시를 따라가기 힘들다"며 "다른 광역시 등 지자체에서도 준비하고는 있다"고 말했다.

결국 2018년까지 조명환경관리구역을 확보하겠다고 계획은 하고 있지만 서울을 제외한 전국에서 첫발도 못 뗀 셈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의 이석현 국회부의장이 9월 환경부에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서 접수된 빛공해 관련 민원은 2012년 2859건, 2013년 3210건, 2014년 3850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3년간 총 1만여 건의 민원이 접수되고 있지만, 행정기관은 법제정과 집행을 지체해도 아무런 불이익이 없다.

<환경TV 박현영 기자 hypark@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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