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손꼽히는 대한민국 방사선조사기술...정작 소비자는 외면

 

수백억원을 들여 개발한 방사선 식품조사가 사실상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녹색소비자연대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시민 979명 대상 조사결과 식품 구입 또는 섭취 시 식품뒷면의 식품표시를 확인하는 소비자는 65%로 조사됐다.

그러나 대부분이 유통기한, 위해물질 또는 영양성분 확인을 위해서였다.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을 비롯해 방사선조사식품과 유전자재조헙식품 같은 전문용어는 알아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중 방사선조사식품의 경우‘방사선조사식품’의 정의를 인지하고 있는 사람은 전체응답자(n=969명) 중 292(30.1%)로 가장 낮았다.

또한 방사선조사와 방사선오염의 차이를 알고 있는 사람이 243명(25.4%)에 불과했으며,방사선조사 표시 마크에 대해 인지를 하고 있는 응답자도 223명(23.7%)로 역시 가장 낮은 편이다.

방사선조사식품표시를 확인하는 사람은 316명(34.0%), 방사선조사식품표시를 확인 시 구입하는 사람은 352명(39.1%)으로 조사됐다.


▲방사선조사식품 국제표시규격 (자료화면)

방사선조사(照射)란 식품의 미생물을 제거하고 신선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조절된 양의 이온화에너지에 노출시키는 과정을 말한다.

이 기술은 식품 저장과 위생화를 위해 30여년간 전세계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돼 왔다.

결국 우리에게 이로운 기술이라는 , 그렇다면 유독 방사선조사식품만 소비자 인식이 이처럼 낮게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식품의약품안전청 자료에 따르면 2004년 5월 이후로 식품에 방사선 조사가 이뤄진적은 현재까지 한번도 없었다.

식약청 식품기준과의 임무혁 연구관은“2004년 이후 소비자에게 (방사선조사식품에대한)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지 못했고, 아직은 소비자들이 방사선조사식품에 대한 불안감이 많다”고 전했다.

일부 소비자 단체들의 반발도 한몫 더했다.

지난 2008년 한국소비자원이 시판 이유식 제품을 대상으로 방사선조사 여부를 검사하고 16개 품목에 대해 양성 판정을 내린 바 있다.

당시 이 사건으로 식약청 관련 직원들은 징계를 당했고, 감사원은 소비자원이 16개 이유식 제품을 확인의뢰했지만, 식약청이 그중 6개 제품만 검사했다는것이 이유다.

하지만 식약청 직원은 소비자원으로부터 8개 제품만 전달받았고,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가 정한 시험법에 따라 검사·판정을 내렸다.

판정 결과에 대해 해외 전문가의 자문도 받았던것으로 기록돼있다.

이 사건이 보도되면서 각 식품업체들은 방사선을 쬐지 않은(조사되지 않은) 재료만 사용하겠다고 선언했고, 결국 소비자들에겐 부정적인 인식으로 굳어지게 됐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해 국제식량농업기구(FAO)·미국 식품의약국(FDA)·미국의학협회(AMA)·미국질병통제센터(CDC)·미국영양사협회(ADA)·영국의학협회(BMA)등 전 세계의 유명 기관들은 똑같은 같은 목소리로 한마디씩 하고 있다.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데이비드.H.베이런 박사. 사진=성상훈기자(HNSH@eco-tv.co.kr)

방사선조사식품은 100% 안전하며 현존하는 기술중에 가장 깨끗하고 효과적인 살균기술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식량안보재단의 이철호 교수는“오염된 균도 살균할수 있고,미생물수 감소나 면역결핍 환자 식이를 위한 살균에도 탁월한 신기술”이라면서“코발트60 같은 방사능물질에서 나오는 고에너지파장을 식품에 통과시키는 원리”라고 설명했다.

쉽게 말하면 병원에서 X선촬영을 하는것과 같은 원리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이주운 박사도“방사선조사식품과 방사능오염식품은 숯불로 고기를 구워내는것과 고기에 숯이 묻어 더러워진 것과 같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주운 박사 / 한국원자력연구원 식품생명공학 연구실장. 사진=성상훈기자(HNSH@eco-tv.kr)

학계에서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때문에 겪는 식량난에도 크게 기여할수 있다고 덧붙였다.

식약청에서도 내년부터 방사선조사식품에 대한 지속적인 홍보와 교육에 대한 활동을 벌일 예정이며,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과 한국원자력연구원도 식품조사에 관한 심포지엄을 여는 등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10여년간 수백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세계에서 손꼽히는 방사선 조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그렇지만 소비자들에겐‘왠지 꺼림찍하고 귀찮은 존재’일뿐이며, 여전히 불안하다

방사선이라는것이 언급되는 이유로 많은것을 연관지어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본 기자가 직접 서울 시내 대형마트 3사를 돌아다니며 성인남녀 100명을 대상으로 질문을 던져봤지만,‘방사선 조사식품이 안전할것 같은가’라는 질문에 80%가까이(78명) 정의조차 모르고 있었으며, 안다고 대답한 22명중에서도 믿고 먹겠다고 대답한 사람은 13명에 불과했다.

그도 그럴것이 2004년 이후 방사선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보니 실제 유통되고 있는 제품들중에서 방사선조사식품 표시가 돼있는 제품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렇다할 홍보도 거의 없었다.

녹색소비자연대 녹색시민권리센터 조윤미 본부장은“방사선조사기술은 생활에서 안전하고 유용하게 사용할수 있는 식품가공기술이지만, 소비자들은 그에대한 정의를 정확히 모른다”면서“방사선조사를 비롯해 소비자들이 식품표기를 올바르게 이해할수 있도록 지속적인 홍보와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윤미 본부장 / 녹색소비자연대 녹색시민권리센터. 사진=성상훈기자(HNSH@eco-tv.co.kr)

일련의 과정들을 살펴볼때 정부는 7년이나 허송세월했으니 지금이라도 국민들에게 제대로 홍보를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그렇지 못하고 이대로 시간이 흘러 소비자들의 불안을 해결하지 못하면 수백억원을 들여 십수년에 걸쳐 어렵게 이룩한 기술 자체가 물거품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기 때문이다.


기획. 취재
성상훈기자 HNSH@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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