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오염에 따른 꿀벌 비행거리 감소 추적한 '생물다양성 보고서' 발간
대기오염으로 꿀벌의 탐색 시간 및 스트레스 증가…수분활동 악영향

‘대기오염으로 인한 꿀벌 시정 거리의 감소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를 발간한 WWF(세계자연기금). 사진은 연구원이 꿀벌에 RFID 칩을 심는 모습. (사진=WWF)/그린포스트코리아
‘대기오염으로 인한 꿀벌 시정 거리의 감소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를 발간한 WWF(세계자연기금). 사진은 연구원이 꿀벌에 RFID 칩을 심는 모습. (사진=WWF)/그린포스트코리아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이 꿀벌의 수분 활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나왔다.

WWF(세계자연기금)는 ‘대기오염으로 인한 꿀벌 시정 거리의 감소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WWF 한국 본부가 정수종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팀에 지원한 ‘HIVE(Human Interactions with our Vital Ecosystem) 프로젝트’의 1차 연도 연구 결과를 공유하기 위해 발간됐다.

WWF가 국내 대학교와 협력해 꿀벌(일벌) 개체 수 감소에 대한 국내 사례 연구를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여타 연구들이 꿀벌 개체 수 감소에 영향을 주는 요인에 집중했다면 이번 연구는 국내 최초로 대기질이 꿀벌의 수분 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했다는 점에서 국내 생물다양성 기초 연구의 폭을 넓혔다고 볼 수 있다.

이번 보고서는 미세먼지를 비롯한 대기질 오염이 수분 매개 곤충인 꿀벌의 생존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 7월까지 진행한 이번 연구는 4개 꿀벌 군집, 약 2500마리의 개별 일벌에 무선주파수인식장치(RFID) 태그를 부착해 비행 시간을 추적했다.

이를 통해 꿀벌의 수확과 관련한 기본 데이터를 수집하고 대기질의 악화가 벌의 공중 하늘 가시성 및 항법에 미치는 잠재적인 영향을 탐색했다.

연구 결과 우리나라 초미세먼지(PM2.5) 농도의 상승, 즉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가 오르면 꿀벌 편광의 세기가 감소한다는 점을 입증했다. 이에 따라 비행거리 역시 영향을 받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러 모델링 연구를 통해 서식지 감소 및 기후변화 등 인위적 위협이 꿀벌에게 미칠 영향을 예측한 바 있지만, 대기질이 꿀벌의 시각적 탐색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처음이다. 연구팀은 꿀벌 비행 시 시정 거리가 영향을 받으면 식물 번식에도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꿀벌의 먹이활동 탐색 시간이 증가하면 먹이 탐색 기능이 감소한다. 꿀벌의 탐색 활동이 제한받을 경우 꿀벌 군집의 지속가능성뿐만 아니라 꿀벌이 식물 번식을 위해 제공하는 필수적인 생태계 서비스인 수분에도 영향을 미친다. 수분 매개자의 탐색 실패로 인해 수분 손실이 단 하루만 발생해도 식물 번식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주요 수분 매개체인 꿀벌의 탐색 활동이 제한받을 경우 그 군집의 생존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 나아가 꿀벌의 수분 활동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을 입증한 것이다.

박민혜 WWF 한국본부 사무총장은 “생물다양성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초적인 생물다양성 조사에서부터 관련 정책 개발과 실행 등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앞으로도 과학 기반 문제 해결을 포함한 포괄적인 보전 활동이 진행될 수 있도록 전문가들과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hdlim@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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