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악화된 범용 석유화학 제품 생산 거점 매각·철수
LG화학 '3대 신성장동력', 롯데케미칼 '2030 비전' 추진

수익성이 악화된 석유화학 생산 거점을 철수하고, 신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LG화학. 사진은 LG화학의 충남 대산공장 전경. (사진=LG화학)/그린포스트코리아
수익성이 악화된 석유화학 생산 거점을 철수하고, 신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LG화학. 사진은 LG화학의 충남 대산공장 전경. (사진=LG화학)/그린포스트코리아

국내 석유화학사들이 중국발 공급 과잉 등으로 업계 불황이 장기화되고, 탈(脫)플라스틱 및 탄소중립 기조가 이어짐에 따라 지속가능한 신사업으로 시야를 돌리고 있다.

업계 1, 2위인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신사업을 활용한 지속가능한 성장을 목표로 전략을 수립하고, 전략 이행에 집중하고 있다. 양사는 지난해 수익성이 악화된 석유화학사업을 정리하는 행보를 보였으며, 올해는 신사업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수익 악화 사업 정리한 LG화학·롯데케미칼

실제 양사는 지난해 범용 석유화학 제품 생산공장의 철수·매각을 진행했다.

먼저 LG화학은 지난해 충남 대산공장에 위치해 있던 스티렌모노머(Styrene Monomer, 이하 SM) 공장을 철거했다. 에틸렌과 벤젠을 합성해 만드는 SM은 스티로폼의 주원료이자 고부가합성수지와 합성고무 등의 제조에 필요한 범용성 원료다.

이와 LG화학은 에틸렌스프레드 등을 생산하는 여수 제2 나프타분해시설(NCC)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안에 무조건 매각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롯데케미칼 역시 지난해 파키스탄의 롯데케미칼 파키스탄리미티드(LCPL)의 지분과 중국 합작공장인 롯데삼강케미칼 지분과 롯데케미칼자싱 지분을 매각했다. LCPL은 합성섬유인 폴리에스터와 페트병의 원료인 고순도테레프틸산(PTA)를 생산해온 곳이며, 롯데삼강케미칼은 계면활성제, 부동액, 폴리에스터의 원료인 에틸렌옥시드(EO), 롯데케미칼자싱은 시멘트, 세제 등의 원료인 산화에틸렌유도체(EOA), 에탄올아민(ETA)을 생산해 왔다.

이들이 철수를 결정한 곳들은 범용 석유화학 제품들을 생산하던 공장이다. 석유화학사업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대 수요처이던 중국 내 수요가 감소함과 동시에 중국발 생산 물량이 증가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이에 양사는 수익성이 떨어진 범용 석유화학 제품 생산단지를 처분한 것이다.

이와 함께 양사는 석유화학 사업 대신 신사업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키운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우선 LG화학은 ▲친환경 ▲전지소재 ▲글로벌 신약을 3대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2025년까지 10조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실제 SM 공장 철거 부지에 친환경 소재 생산시설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롯데케미칼 역시 석유화학사업 고부가화를 비롯해 ▲스페셜티 제품군 ▲수소에너지·전지소재 ▲친환경·바이오 플라스틱 등 신사업을 육성하는 ‘2030 비전’을 발표했다. 롯데케미칼은 2030 비전에 발맞춰 신사업에 적극 투자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한다는 방침이다.

◇ 친환경·바이오 사업 강화하는 LG화학

15일 바이오 원료 기반 나일론 생산 판매 합작사 설립을 위한 주요조건합의서를 체결한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오른쪽)과 최은석 CJ제일제당 CEO. (사진=LG화학)/그린포스트코리아
15일 바이오 원료 기반 나일론 생산 판매 합작사 설립을 위한 주요조건합의서를 체결한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오른쪽)과 최은석 CJ제일제당 CEO. (사진=LG화학)/그린포스트코리아

양사는 수익성이 악화된 사업을 철수·매각함과 동시에 성장동력이 될 신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도 함께하고 있다.

우선 LG화학은 15일 CJ제일제당과 바이오 원료(PMDA) 나일론 생산 및 판매 합작사 설립을 위한 주요조건합의서(HOA)를 체결했다.

양사가 보유한 식품·바이오와 화학 역량을 활용해 국내 기업 최초로 바이오 나일론의 원료부터 제품까지 생산하는 체계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CJ제일제당이 미생물 정밀 발효기술 및 공동개발 기술로 PMDA를 생산하고. LG화학이 이를 중합해 바이오 나일론을 생산·판매하는 것이다.

바이오 나일론은 석유계 나일론과 같이 내열성과 내구성이 높아 다양한 분야에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옥수수, 사탕수수 등의 바이오 원료로 생산돼 탄소저감 효과가 크다.

이외에도 LG화학은 지난 1월 이탈리아 국영에너지 기업 ENI와 차세대 바이오 오일 설립을 위한 본계약을 체결하며, 2026년까지 대산 사업장에 연 30만 톤 규모의 HVO(수소화식물성오일) 생산공장을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HVO는 폐식용유 등의 식물성 원료에 수소를 첨가해 생산하는 바이오 오일로, 친환경 항공유로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협력 사례를 이끈 신학철 LG화학 CEO 부회장은 “저탄소 사업구조로의 전환을 위해 각 분야의 대표기업이 손잡고 협력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며 “LG화학은 친환경, 저탄소 원료로의 플라스틱 사업을 지속 추진해 탄소감축 분야에서 선도적인 리더십을 발휘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 롯데케미칼, 스페셜티 소재 강화

롯데정밀화학의 대표 스페셜티 제품인 '헤셀로스'의 생산공장을 롯데케미칼 여수 개발부지에 건설해 상업 생산을 돌입한 롯데케미칼. (사진=롯데케미칼)/그린포스트코리아
롯데정밀화학의 대표 스페셜티 제품인 '헤셀로스'의 생산공장을 롯데케미칼 여수 개발부지에 건설해 상업 생산을 돌입한 롯데케미칼. (사진=롯데케미칼)/그린포스트코리아

롯데케미칼은 스페셜티 제품 확장에 나서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롯데정밀화학의 대표 스페셜티 제품인 헤셀로스 생산공장을 롯데케미칼 여수 개발 부지에 건설하고, 상업 생산에 돌입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생산 체계 구축으로 롯데케미칼은 헤셀로스 제품의 주요 원료인 EO를 기준 육상운송이 아닌 배관을 통해 안전하게 공급 위탁·생산하는 체계를 갖추게 됐다. EO는 고압가스로서 기존에는 육상운송을 통해 롯데케미칼 여수 공장에서 롯데정밀화학 울산 공장으로 원료를 조달 받고 있었으나, 금번 여수 헤셀로스 공장 완공으로 약 1만 톤의 헤셀로스 제품의 원료조달부터 생산이 한곳에서 이뤄지게 된다. 이를 통해 롯데정밀화학은 스페셜티 소재인 헤셀로스 사업확장에 한층 힘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헤셀로스는 EO와 펄프를 원료로 하는 셀룰로스 유도체로 수용성 페인트, 생활용품, 화장품 등 산업분야에서 점성과 보습성을 부여하는 첨가제로 사용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여수 헤셀로스(HEC, Hydroxy Ethyl Cellulose) 공장 준공 및 상업생산은 롯데케미칼과 롯데정밀화학의 협력사업으로서, 롯데케미칼은 EO제품의 판매 및 헤셀로스 위탁 생산을 통한 수익을 창출하고, 롯데정밀화학은 안정적인 원료 조달을 통해 미래 성장 토대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훈기 롯데그룹 화학군 총괄대표 사장은 “다양한 산업의 근간이 되는 스페셜티 소재 역량을 기반으로 고부가가치 비즈니스를 창출하며 견고한 성장 모멘텀을 구축해 강한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hdlim@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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