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 업황 둔화에도 지속적인 투자
탄소중립 위한 배터리 수요 확대 필연적…기술 경쟁력 등 내실 다져야

최근 수익성 악화에도 미래 성장성을 보고 투자 강화를 강조하고 있는 국내 배터리 3사. (사진=클립아트)/그린포스트코리아
최근 수익성 악화에도 미래 성장성을 보고 투자 강화를 강조하고 있는 국내 배터리 3사. (사진=클립아트)/그린포스트코리아

최근 고금리, 전기차 충전 인프라 부족 등으로 인해 전기차의 수요가 줄어들면서 배터리 업계의 수익성도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배터리 업계는 이러한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투자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탄소중립을 위해 전기차 전환은 필수적이며, 이에 따른 배터리 수요도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 국내 배터리 3사, 지속 투자 강조 

2024년 첫 해외 현장 출장으로 말레이시아 스름반 삼성SDI 생산공장을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삼성전자)/그린포스트코리아
2024년 첫 해외 현장 출장으로 말레이시아 스름반 삼성SDI 생산공장을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삼성전자)/그린포스트코리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9일 말레이시아 스름반(Seremban)의 삼성SDI 생산공장을 방문해 배터리 사업을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다. 올해 첫 해외 출장이자 지난 5일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 1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첫 경영 행보이다.

삼성SDI의 스름반 공장은 삼성SDI 최초의 해외법인이자 2012년부터 배터리를 생산해 온 주요 거점이다. 또 삼성SDI는 향후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원형배터리 생산을 위해 지난 2022년부터 1조7000억원을 투자해 2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이 회장은 이번 현장 방문을 통해 명절에 타지에서 가족과 떨어져 근무하는 임직원을 격려하는 한편, 배터리 산업에 과감하고 지속적인 투자를 약속했다. 이 회장은 “어렵다고 위축되지 말고 담대하게 투자해야 한다”며 “단기 실적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과감한 도전과 변화를 주도해 확고한 경쟁력을 확보하자”고 말했다.

삼성 SDI는 지난해 매출 22조7000억원, 영업이익 1조6000억원을 달성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전기차 수요 둔화로 인해 수익성에 영향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 회장이 스름반을 현장 방문하고 격려와 당부를 펼친 이유로 분석된다. 삼성SDI 역시 미래를 위한 투자를 차질 없이 실행하고 차별화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 지속성장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기조는 삼성SDI만의 전략은 아니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최근 주요 완성차업계의 전기차 생산 감산 조정과 2차전지 핵심광물 가격 하락 등의 여파로 지난해 4분기 수익성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매출 33조7455억원, 영업이익 2조163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31.8%, 영업이익은 78.2%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2023년 4분기 실적은 매출 8조14억원, 영업이익 3382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매출 2.7%, 영업이익 53.7% 감소한 수치다.

SK온은 지난해 매출 12조8972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하고, 영업손실 5818억원으로 손실 폭을 전년 대비 45.8% 줄이 는데 성공했다. SK온은 당초 4분기 흑자전환을 목표로 했으나 시황이 나빠지며 영업손실 186억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시황이 배터리 산업에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배터리 업계는 지속 투자를 예고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3년 4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을 통해 지난해 10조9000억원을 북미 지역 중심으로 신규 생산능력 향상에 집중했으며 올해도 유사한 수준의 금액을 설비투자에 집행행 것이라고 밝혔다. SK온 역시 투자기조를 유지하며 설비투자를 계획대로 집행하는 한편,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위한 투자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 업황 불황에도 투자 강화 이유는? 

탄소중립 기조에 따라 지속 성장이 예상되는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 (사진=클립아트)/그린포스트코리아
탄소중립 기조에 따라 지속 성장이 예상되는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 (사진=클립아트)/그린포스트코리아

배터리 업계가 시황이 좋지 않음에도 투자를 지속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현재 시황이 좋지 않아도 결국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에너지 시장조사기관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는 올해 전기차 시장이 전년 대비 21%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주요 시장조사기관들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2030년까지 연평균 20%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 시장조사기관들은 전기차 수요가 정체하거나 후퇴하는 ‘캐즘(Chasm)’을 겪고 있지만, 세계정부의 탄소중립 달성과 완성차 업체들의 전동화 전략에 따라 지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세계 각국은 2050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수송 부문의 탈탄소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중 유럽은 2035년부터 내연차 판매를 금지하기로 결정했으며, 미국은 2026년부터 판매되는 신차의 평균 연비를 1리터당 25km 수준으로 규제를 강화했다. 완성차 업체도 이에 맞춰 내연기관차의 연구개발 중단 및 내연차 모델 단종을 결정했으며, 전동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와 시장조사기관들은 현재 배터리 시황 둔화가 하반기부터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올해 전반적인 경영 환경은 불확실한 상황이지만 하반기 기준금리 하락에 따른 자동차 대출 금리 하락, 전기차 신차 라인업 확대 등으로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부분도 있다”며 “배터리 산업은 탄소중립 등 미래에 꼭 필요한 산업인 만큼 눈앞의 매출과 실적을 쫓기보다는 글로벌 시장 선도를 목표로 기술력과 제조력 등 내실을 다져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국내 배터리 3사는 이미 지난해 누적 수주 잔고 1000조원을 돌파하며 중장기적인 매출과 수익을 확보한 상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현대차 북미 합작법인과 도요타, 혼다 등 신규 수주를 확보하며 지난해 10월 기준 수주 잔고 규모를 500조원 이상 확보했으며, SK온 역시 지난해 말 누적 수주잔고가 400조원 이상이라고 밝혔다.

hdlim@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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