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ESG 의지 여전, 문제는 환경(E)에만 집중
글로벌 기업과 국제기구가 주목하는 'DEI', 대비 시급

환경(E) 부문에 집중하고 있는 국내기업들의 ESG 경영. 국내 기업들의 경우 사회(S), 지배구조(G) 부문에서 논의되고 있는 DEI에는 여전히 취약한 상황이다.(사진=클립아트)/그린포스트코리아
환경(E) 부문에 집중하고 있는 국내기업들의 ESG 경영. 국내 기업들의 경우 사회(S), 지배구조(G) 부문에서 논의되고 있는 DEI에는 여전히 취약한 상황이다.(사진=클립아트)/그린포스트코리아

국내 기업들이 올해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문제는 국내 기업들이 ESG 중 가장 집중할 부문은 여전히 환경(E)으로 나타났다.

기업이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환경영향을 최소화하고 친환경적 사업을 강화해야한다는 것은 이제 당연한 이야기가 됐다. 보다 더 나은 ESG 경영을 위해서는 사회(S)와 지배구조 및 기업문화(G)에도 집중해야 할 상황이다.

특히 최근 해외에서 논의되고 있는 DEI(Diversity·Equity·Inclusion)부문은 국내 기업들이 여전히 취약한 부분으로 나타나고 있어 이에 대한 보강이 필요한 시점이다.

◇ 올해도 계속될 국내 기업들의 ESG경영… 여전히 환경(E)에 집중된 시선

경기둔화가 예상되는 올해도 국내 기업들의 ESG 경영 기조는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15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500대 기업 ESG 실무자를 대상(100개사 응답)으로 ‘2023 ESG 트렌드’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3.0%가 ‘올해 ESG 경영 규모를 작년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겠다’고 응답했다.

특히 기업들은 탄소저감, 공급망 실사 대응 등에 주목하며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경기침체, 수출 둔화 등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ESG에 대한 관심도가 여전하다는 점은 희망적인 부분이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도 드러났다. 많은 기업이 ESG 중 환경(E)에 집중도가 몰려있다는 점이다. 이번 조사에서 기업들은 ESG 중 가장 중요한 이슈로 환경(E)을 꼽았다. 환경(E)이 중요하다고 응답한 기업이 82%, 사회(S), 지배구조(G)는 각각 9%를 기록했다.

환경(E)의 중요성은 당연하다. 기업의 경영활동에서 환경영향을 줄이고,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서 환경경영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ESG경영을 위해서는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고,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다양성(Diversity)·형평성(Equity)·포용성(Inclusion)을 뜻하는 DEI. 주요 글로벌 기업은 DEI를 중심으로한 기업문화 강화에 나서고 있으며, ISSB는 새로운 ESG 공시 기준으로 DEI를 고려하고 있다.(사진=Pixabay)/그린포스트코리아
다양성(Diversity)·형평성(Equity)·포용성(Inclusion)을 뜻하는 DEI. 주요 글로벌 기업은 DEI를 중심으로한 기업문화 강화에 나서고 있으며, ISSB는 새로운 ESG 공시 기준으로 DEI를 고려하고 있다.(사진=Pixabay)/그린포스트코리아

◇ 국내 기업 늦기 전에 'DEI' 주목해야

이처럼 국내에서는 ESG가 E를 중심으로 확장하고 있는 반면, 미국과 유럽의 서구권에서는 사회(S) 부문에 대한 중요성에 집중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DEI가 있다.

DEI는 다양성(Diversity)·형평성(Equity)·포용성(Inclusion)의 첫 글자의 약어로, 조직이나 개인의 차이를 인정하고, 다양성의 가치를 존중하는 문화를 뜻한다. 다양성은 인종, 성별, 종교, 국적, 지위, 언어, 장애, 연령, 성적 취향 등에서 차이를 인정하고 공존하는 것을 의미하며, 형평성은 제도나 시스템 등에서 절차와 분배에 있어 정의, 공정을 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포용성은 사회, 조직 등에서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모든 구성원을 포용하는 것이다.

서구권의 글로벌기업들은 지난 2021년부터 DEI 전담 부서를 만들면서 DEI 정책을 강화해 오고 있다. 실제 미국에서는 지난 2020년 미국에서 흑인 소년을 죽인 백인의 방범요원이 2021년 무죄 평결을 받고 석방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국민들의 공분을 산 바 있다. 이 때 미국 기업들은 조직 내 젠더와 인종적 다양성을 확대할 것을 공략으로 내세웠고, 최초로 ‘DEI 최고 책임자’를 선발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출발한 DEI는 ESG의 사회(S)와 지배구조(G)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업의 사회공헌 및 사회적 책임 이행은 물론 기업문화 및 지배구조에도 DEI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인텔의 경우 DEI 기업문화 성장을 목표로 그룹 내 여성 임직원 조사를 실시, 이를 바탕으로 DEI 연간 목표를 설정했다. 고위직 여성과 소수인종의 수를 늘리고, 성별, 인종 격차를 줄인다는 방침이다. 인텔 외에도 구글, 우버, 넷플릭스, 3M, IBM 등의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DEI 보고서를 공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여성임원의 승진, 장애인 의무 고용, 출산휴가 장려 등을 통해 DEI가 조금씩 발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기업의 경우 ESG보고서에 DEI에 대한 과제 및 개선방향을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내 기업의 DEI에 대한 인식은 낮은 편이다. 국내 기업 중 DEI 보고서를 발간하는 기업은 전무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글로벌 ESG 공시 기준을 마련을 목표로 하고 있는 국제회계기준(IFRS)재단 산하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는 올해 최종안을 발표하고 시행하는 'IFRS S1 일반 요구사항’ 및 'IFRS S2 기후관련 공시‘ 외 IFRS S3, S4 기준의 주제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DEI는 생물다양성 및 생태계, 인권 등과 함께 유력한 다음 기준 후보로 올라있는 상황이다.

특히 직원 복지, 직장문화, 인적자본 투자, 대체인력, 가치사슬상 근로조건, 인력구성원과 비용 등 인적자본 분야에서 DEI를 우선으로 하고 있는지를 평가하겠다는 것이 ISSB의 구상이다. DEI가 기업의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이 필요한 시점으로 볼 수 있다.

hdlim@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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