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옥동 차기 신한금융 회장 내정자 안정 체제
박성호 하나은행장 '경영 성과'로 부회장 유력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 전경.(각 사 제공)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 전경.(각 사 제공)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가 부회장직을 놓고 상반된 노선을 택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부회장직 신설을 백지화하면서 진옥동 차기 회장 내정자를 중심으로 체제 강화에 나서는 반면, 하나금융은 박성호 하나은행장을 부회장 자리에 앉힐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신한금융은 서울 세종대로에 위치한 신한금융 본사에서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와 임시 이사회를 열고 자회사 사장단 추천 및 지주회사 경영진 인사를 실시했다. 이와 함께 부회장 신설을 하지 않기로 했다.

현재 KB·하나금융은 부회장직을 두고 있고, 신한·우리금융은 부회장직이 없다.

◇ 신한금융 부회장직 신설 백지화…진옥동 회장 내정자 중심 안정 체제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내정자.(사진=신한은행)/그린포스트코리아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내정자.(사진=신한은행)/그린포스트코리아

앞서 금융권 안팎에서는 신한금융의 부회장직 신설을 예상했었다. 신한금융 부회장직은 10여년간 없었다. 그러다 조용병 회장이 부회장직 신설을 구상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 회장은 최근 부회장직 신설 가능성도 내비쳤다. 

조 회장은 지난 8일 열린 신한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면접장에 들어가기 전 기자들과 만나 부회장직 신설 가능성과 관련해 "오늘 제가 면접 보는 자리니까 말씀을 못 드리지만 그동안 경영하면서 조직이 많이 커졌다"며 "사장이 16명까지 늘어날 만큼 조직이 커졌기 때문에 조직의 변화는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직을 시스템적으로 정교하게 다듬어야 하고 스피드하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차기 신한금융 회장 내정자로 진 행장이 되면서, 부회장직 신설 여부가 오리무중에 빠졌다. 전날 신한금융은 부회장직 신설을 백지화하면서 진 내정자를 중심으로 안정적인 체제 강화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진 내정자의 입장에서는 현재 부회장직 신설을 굳이할 필요성을 못 느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조 회장이 부회장직 신설을 구상한 것은 부회장을 세우고 향후 회장 후보군으로 역량을 키우고, 경영승계 절차를 투명하게 하기 위함이 컸을 것이다"며 "진 내정자는 회장 초임이라 부회장직 신설을 현재 굳이 할 필요성을 못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박성호 하나은행장…하나금융 부회장직 유력

박성호 하나은행장.(그린포스트코리아 DB)/그린포스트코리아
박성호 하나은행장.(그린포스트코리아 DB)/그린포스트코리아

최근 하나금융은 차기 하나은행장으로 외환은행 출신인 이승열 하나생명보험 사장을 내정했다. 이에 박성호 하나은행장의 거취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권에선 박 행장의 하나금융 부회장직 자리로 옮길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현재 하나금융은 올해 3월 함영주 회장이 취임하면서 이은형 부회장 1인 체제를 유지 중이다. 하나금융 부회장직은 미등기임원직인 만큼 주주총회가 아닌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통해 선임된다. 이에 따라 함 회장의 의중이 가장 주요해 보인다.

지난해 3월에 취임한 박 행장은 임기 동안 탁월한 경영 성과를 보였다.

지난해 하나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27.9%(5603억원) 증가한 2조5704억원이었다.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 중 두 번째로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1위였던 KB국민은행(2조5908억원)의 당기순이익과는 204억원의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하나은행은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2조2438억원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박 행장의 아시아시장 내 경영 성과도 부회장 승진에 힘을 보탠다. 함 회장은 취임사에서 '아시아 최고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하나은행은 올해 상반기 국내 은행 최초로 타이베이에 지점을 개설했다. 이에 한국 10대 교역 거점(중국·미국·베트남·홍콩·일본·대만·인도·독일·싱가포르·멕시코) 모두에 네트워크를 둔 은행이 됐다.

특히 인도네시아 시장에서는 금융권 최초 해외 디지털뱅킹 서비스인 '라인뱅크'를 앞세우면서 성과를 보이고 있다. 라인뱅크는 지난해 6월 공식 출범했다. 국내 금융사와 빅테크 기업이 손잡고 해외에서 디지털은행을 선보인 것은 하나은행과 라인이 처음이다. 고객 수는 지난해말 기준 반년 만에 30만명을 넘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박성호 행장은 함영주 회장과 지성규 전 부회장의 전례에 따라 지주 부회장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son90@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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