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기술은 있다…실제 적용은 다른 문제”
“탄소 감축기술의 경제성 확보가 매우 중요”

1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과학기술 기반 탄소중립 확산 방안’을 주제로 제4회 탄소중립과 에너지 정책 세미나가 열렸다.
1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과학기술 기반 탄소중립 확산 방안’을 주제로 제4회 탄소중립과 에너지 정책 세미나가 열렸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과학기술의 확보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탄소중립 기술이 있어도 실제 산업에 적용하기 위한 투자와 지원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이제는 한국도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고 벤치마킹할 대상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 원천기술과 상용기술의 연계 방안과 신기술 도입을 위한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탄소중립 기술은 개발만큼이나 확산이 매우 중요한 만큼 기술개발과 더불어 경제성 확보를 위한 정책 설계가 중요한 과제로 제기된다.

◇ 최태원 회장, “과학기술 없이 탄소중립 달성 없다”

1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과학기술 기반 탄소중립 확산 방안’을 주제로 제4회 탄소중립과 에너지 정책 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세미나에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해 정부 관계자, 기업, 학계, 시민단체 등 각계 주요인사 200여명이 참석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과학기술 없이는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없다”며 “과학기술은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마지막 퍼즐”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서 연간 탄소배출량의 46%를 신기술로 감축해야 한다고 했다”며 “이는 목표의 절반에 대해서는 아직 기술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나 유럽연합(EU)의 탄소감축법 등 주요국들은 과학기술정책으로 글로벌 기후대응 프레임을 만드는 중”이라며 “탄소중립을 위한 과학기술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고 과학기술 연구개발(R&D)과 인프라 공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탄소중립 기술은 있다…실제 적용은 다른 문제”

윤석진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원장은 기조강연에서 “이제 한국은 개도국이 아니라 선진국”이라며 “예전처럼 선진국이 개발한 최적화된 기술을 들여와 개발하던 시대가 지났고 이제는 벤치마킹할 곳도 없다”고 말했다. 

윤 원장은 “한국은 탄소중립을 위한 핵심 요소기술을 이미 연구하거나 확보하고 있다”면서도 “기술이 있어도 실제로 기업에서 기술을 적용하는 것을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원천기술과 상용기술의 연계방안과 신기술 도입을 위한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과학기술 기반 탄소중립의 3대 요건으로 △기술 혁신 △기술 적용·확산 △연계·조율을 제시했다. 

그는 “탄소중립에서만큼은 우리가 선도 기술을 선점해야 한다”며 “탄소중립을 위한 5차 혁명은 단지 산업의 혁명이 아니라 사는 방식의 혁명이 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를 위해 “탄소중립을 우리나라가 약진할 수 있는 기회로 삼고 기존 고탄소 산업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이를 위해 과학기술 중심의 혁신적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며 “또한 이제는 국민과 함께 캠페인을 진행하고 과학기술 함양의 기회를 제공하면서 정부나 기업이 ‘나홀로’하는 플레이가 아닌 ‘릴레이’ 플레이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국내 탄소중립 여건은 4중고에 직면해 있어”

임영목 산업통상자원부 R&D 전략기획단 前 MD는 세션 발표를 통해 “국내 탄소중립 여건은 에너지 다소비 중심 제조업과 화석연료 중심의 발전 구조, 낮은 재생에너지 비중, 선도국 대비 80% 수준인 탄소중립 기술 등 4중고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국내 산업부문은 국내 감축량의 35.6%를 차지하고 그 중 다배출업종(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반도체·디스플레이)이 76%를 차지한다”며 “산업부문의 탄소감축 기여 없이는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은 물론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R&D 예비타당성 조사를 추진 중인 산업부의 ‘탄소중립 산업핵심기술 개발사업’의 주요 기술 내용을 소개하면서 장기적인 정책 포트폴리오의 흔들림 없는 추진을 위한 통합거버넌스 구축과 기술개발 지원의 조속한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탄소 감축기술의 경제성 확보가 매우 중요”

이후 토론에서 이재윤 산업연구원 실장은 “2050 탄소중립은 현재가 아닌 미래의 수단으로 달성 가능한 상황인 만큼 기술개발과 더불어 정교한 정책 설계가 중요하다”며 “특히 탄소중립 기술은 개발만큼이나 확산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에서 차별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산업부문 감축기술은 에너지나 수송 부문에 비해 평균 감축 비용이 높고 저비용 기술의 비중이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며 “탄소 감축기술 개발의 경제성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무탄소 에너지원 공급 인프라 시스템 등 에너지 R&D 진행 사항과 연계해 상용화 장애요인 최소화, 고비용 감축기술에 효과적인 탄소가격 정책 보완, 공공과 민간의 기술개발 역할 명확화 등이 주요한 과제”라고 분석했다.

이상호 포스코 기술연구원 전무는 “포스코가 수소환원제철(HyREX) 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선진국 사례가 있는지 묻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제는 포스코가 개발한 기술을 일본 등 후발 기업들이 먼저 적용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수소환원제철은 100% 수소를 사용해 직접환원철(DRI)을 만들어 이를 전기로에서 녹여 쇳물을 생산하는 기술이다. 이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이 없어 철강산업 탄소중립을 위한 핵심기술로 꼽힌다. 포스코는 현재 수소가 25% 포함된 환원가스를 사용하는 파이넥스(FINEX) 기술을 사용 중이고, 이 기술을 기반으로 포스코형 하이렉스를 개발하고 있다.

이 전무는 “수소환원제철 기술로 생산된 철강제품이 기존 기술을 사용한 것보다 비쌀 수밖에 없다”며 “가격이 올라가는 것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와 연대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상의는 올해 4월부터 4차례 진행된 세미나에서 논의한 분야별 과제를 정리해 12월 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smkwo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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