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X탄소감축위원회 탄소감축량 평가단장
"개인·기업·지자체·정부 역할 연결돼 있어"

김준범 유럽환경에너지협회장이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1층에서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곽은영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김준범 유럽환경에너지협회 회장이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1층에서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곽은영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유럽환경에너지협회(EEEA) 회장 김준범 프랑스 트루아공과대학 교수는 프랑스한인과학기술협회(ASCOF) 회장이다. 그는 최근 민간주도 탄소감축 활동과 기후위기 대응을 촉진하기 위해 출범한 SDX탄소감축위원회의 탄소감축량 평가단장도 맡았다. 김준범 회장은 본지 기자와 만나 탄소중립을 키워드로 민간주도 탄소감축의 중요성과 기후위기 속 이머징 테크놀로지의 가능성에 대해 강조했다. 

인터뷰는 SDX탄소감축위원회 탄소감축량 평가단장으로서 탄소감축평가를 통한 자발적 탄소감축을 어떻게 이뤄나갈 것인지에 대한 내용을 시작으로 유럽환경에너지협회 내에서 최근 주목하고 있는 환경 이슈와 방향, 최근 김 회장이 위원장을 맡았던 EKC 2022에서 다뤄진 기후변화와 탄소중립 등에 대한 내용으로 이어졌다.

김 회장은 지난 7월 30일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에서 SDX재단이 후원하는 청소년자율동아리 영그리너스 학생들과 만나 탄소중립전문가로서 멘토링 세미나를 진행했다. 세미나 후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김 회장과 나눈 문답. 

최근 민간주도로 탄소를 감축한다는 취지에서 SDX탄소감축위원회가 출범했다. 그 중에서도 김준범 회장이 평가단장을 맡고 있는 ‘탄소감축량 평가단’이라는 개념이 신선했다. 민간주도로 탄소감축을 평가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텐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평가를 해나갈 계획인가

예전부터 고민했던 것 중 하나가 개인이든 기업이든 탄소감축을 하고 싶어서 노력했는데 어디에서 얼마 만큼 탄소를 감축시켰는지 평가가 안 된다는 것이었다. 재이용을 하든 재활용을 하든 탄소감축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언제 탄소가 감축되는지 수치화된 것이 없기 때문에 그 부분을 평가해서 제시해주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특정한 활동을 통한 탄소감축량을 아는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탄소를 감축해나가야 한다. 그래서 SDX재단에서 최초로 민간주도로 탄소감축량 평가단 활동을 시작했다. 기업에서 제품을 만들 때 프로세스를 바꿔서 탄소감축을 했다면 그 노력을 평가하는 것이다. 기업에서는 평가결과를 홍보에 활용하는 등 기업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민간주도의 탄소감축 활동은 왜 중요한 것인가

지금까지 탄소감축에 대한 평가나 인증은 대부분 정부주도로 해왔다. 탄소발자국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인증 비용도 비싸고 과정도 오래 걸리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효력이 사라진다. 정부주도로 하는 탑다운(Top-down) 형식과 함께 민간이 주도하는 바텀업(Bottom-up) 방식도 필요하다. SDX탄소감축위원회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해보자는 개념으로 가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정부에만 맡겨놓는 것이 아니라 민간에서도 개인, 중소기업, 지자체를 평가하는 것이다. 

탄소감축 평가 대상에는 친환경 제품도 있다. 친환경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전과정을 생각해야 한다. 기업에서 제품 설계 시 어떤 환경적 영향과 전 과정을 고려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건 전과정적인 사고다. LCT(Life Cycle Thinking)라고도 하고 LCA(Life Cycle Accessment)라고 해서 평가 쪽으로도 이야기하는 개념이다. 제품에는 원료 채취, 생산, 사용, 폐기하는 전과정적인 측면이 있는데 각 단계별로 탄소를 줄일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전과정을 측정해서 평가해야 한다. 우리는 각 단계별로 평가해서 최종적으로 탄소배출량이 얼마라고 이야기해준다. 제품뿐만 아니라 서비스와 시스템도 해당한다. 각 단계별로 평가해서 단계별로 탄소를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대기업에서는 실제로 제품뿐만 아니라 서비스와 시스템에 대해서 고려하고 변화하는 케이스가 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중소기업은 여건 상 어려운 부분이 많다 

SDX탄소감축위원회도 중소기업을 평가해 결과서를 제공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생각하고 있다. 많이 준비돼 있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을 도와주는 부분이 큰 것이다. 중소기업에서 탄소감축 평가를 받으면 수출할 때 결과지를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제품을 유럽으로 수출할 때 유럽에서는 환경성적을 요구한다. 전에는 정부에서 인증한 서류들만 인정됐다면 요즘은 단체나 협회 인증도 인정해준다. 기본적으로 민간에서도 정부에서 평가하는 ISO평가방법과 똑같은 평가방법을 쓰기 때문에 정부 인증까지 복잡하게 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저탄소 제품을 개발해 상용화하는 데는 비용이 발생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윤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그럼에도 친환경 활동을 자발적으로 확대하려면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동기부여를 위해서는 보상 체계가 필요한 것 아닌가

인센티브가 없으면 탄소배출을 이 정도 한다라는 결과치를 보여주는 것을 넘어 현재 대비 50% 더 감축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SDX재단도 이러한 부분을 고려해 정부에서 하는 탄소포인트제처럼 감축한 부분을 포인트화해서 혜택이 돌아갈 수 있게끔 고민하고 있다. 개인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이나 지자체에서 많은 양의 탄소감축을 했을 경우 크레딧을 줘서 활용될 수 있는 부분까지 고려하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기업이 많아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개인적으로는 인센티브 앤 패널티까지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패널티는 어려운 이야기지만 잘 하는 기업은 칭찬하고 못하는 기업은 패널티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 전에 자발적으로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다. 

나는 유럽에서 탄소를 팔고 살 수 있는 시장이 있듯, 앞으로는 개인적으로도 탄소를 사고 팔 수 있는 시장이 생길 것이라고 10년 전부터 얘기해왔다. 예를 들어 A가 탄소감축을 위해 노력해서 100이라는 포인트가 있고 B는 포인트가 0이라고 했을 때, 한 달 결산 시 50이라는 포인트가 있어야 한다고 했을 때 서로 사고 팔 수 있는 것이다. 상상이지만 앞으로 탄소감축이 현금화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SDX탄소감축위원회는 정부 손이 미치지 못하는 기업이나 개인들을 위해 탄소감축 활동이 활성화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해 보급한다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기후위기 대응에 적극 나서려면 정책적인 지지도 중요한데 정책적으로 보완되었으면 하는 점은 무엇인가

관련한 사례가 있다. 실내공기 평가를 하고 인증하는 협회가 있었는데 정부는 관련한 활동을 하지 않았다. 측정하고 인증하는 과정이 체계적으로 잘 되니까 정부에서 해당 협회에 힘을 실어주고 정부 인증과 같은 급을 부여했다. 우리도 민간주도 평가를 하고 인증을 체계적으로 하다 보면 탄소감축을 위한 노력에 대해서 정부에서 인증 등 법적·제도적으로 서포트를 해주면 더욱 체계화돼 활용되지 않을까 한다. 결국 나중에는 정부 인증과 민간주도 인증이 같이 가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김준범 교수는 EKC 2022 위원장을 맡았다. 이 자리에서 그는 이머징(Emerging) 테크놀로지가 기후변화, 탄소중립에 상당히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곽은영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김준범 회장은 EKC 2022 위원장을 맡았다. 그 자리에서 그는 이머징(Emerging) 테크놀로지가 기후변화, 탄소중립에 상당히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곽은영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개인·기업·지자체·정부 역할 연결돼 있어

지난 7월 19일부터 22일까지 프랑스 마르세이유에서는 ‘지속가능성의 길 – 첨단기술들의 역할’을 주제로 EKC(Europe-Korea Conference) 2022가 열렸다. 3년만에 대면으로 진행된 컨퍼런스에는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유럽과 한국의 과학기술자 및 정부관계자 700여 명이 참석해 환경 문제에 대한 해결책과 공동연구에 관한 생각을 나눴다. 반기문 제8대 UN사무총장은 이 자리에 기조연설자로 참석, 탄소중립과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기술의 역할을 강조했다. 

EKC 2022가 열렸다. 주최 측으로 행사의 위원장을 맡았는데, 컨퍼런스에서 다뤄진 환경이슈 및 새로운 방향성이 있었나

50개가 넘는 세션이 있었고 유럽과 한국 과학기술자가 700여 명 모였다. 기초과학부터 항공우주, 핵융합 등 여러 분야가 다뤄졌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기조강연을 하며 기후위기와 탄소감축에 대해서 강조했는데 세션 중에서도 탄소중립 포럼 세션이 하이라이트가 된 것 같다. 세부적 내용은 빅데이터, AI와 같은 이머징(Emerging) 테크놀로지가 기후변화, 탄소중립에 상당히 기여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단순히 재활용을 하고 신재생에너지를 쓰는 등 우리가 알고 있는 내용에 더해서 새로운 기술들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충분하다는 것을 느꼈다. 

유럽환경에너지협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협회 내에서 최근 주목하고 있는 환경 이슈와 방향은 무엇인가

환경전반을 다루고 있지만 최근 미세먼지와 관련해 주목하고 있다. 제품의 탄소배출에 대한 탄소발자국이 있듯, 어떤 재료를 만들고 생산할 때 배출되는 미세먼지에 대한 발자국이 있다. 관련해 미세먼지발자국 인증을 만들고 유럽에서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한 두 군데 기업에서 하고 있다. 유럽이 공기가 깨끗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특히 북유럽은 겨울에 눈이 오는 가운데 차들로 인한 미세먼지가 쌓인다. 겨울 동안 눈 사이에 미세먼지가 계속 쌓여있다가 봄이 되면 눈이 녹으면서 미세먼지가 한꺼번에 많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국가별로 미세먼지도 이슈 중 하나다. 파리도 봄이 되면 미세먼지가 많아질 때가 있는데 그러면 지하철이 무료로 운영되고, 파리시에서 차량 속도를 제한한다. 

신재생 에너지 이슈도 다루고 있다. 지금까지는 LED, 풍력, 태양광 패널 등이 모두 신재생의 새로운 기술로 다뤄졌지만 벌써 15~20년이 넘어가고 있기 때문에 라이프 타임이 끝나가는 경우가 많다. 15년 전에 세워놓은 태양광 패널을 폐기하고 풍력발전도 폐기해야 하는 상황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제도 등이 전혀 없기 때문에 문제가 많다.

한국의 경우 태양광 패널 재활용 시설이 하나 밖에 없는데 5년 안에 폐기량이 늘어나서 지금 시설로는 안 된다. 풍력발전은 폐기하는 곳이 없어서 앞으로 이머징 테크놀로지가 폐기될 때 문제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환경에너지협회에서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주목하고 있다. 

한국도 넷제로를 위한 탄소중립 과제를 안고 있다. 어떠한 실질적인 노력과 국내외 협력이 필요하다고 보나

개인, 기업, 지자체,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이 따로 있고 동시에 다 연관돼 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소비자들은 잘 모른다. 탄소감축을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그냥 에너지만 줄이면 되는 거야? 라고 생각할 수가 있는데 사실 방법은 상당히 많다. 그러나 플라스틱 하나를 줄이면 탄소가 얼마나 감축되는지 잘 모른다. 정부도 잘 모른다. 이런 것에 대한 정확한 수치화가 필요하다. 구체화함으로써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줄어들 수 있는 탄소배출량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이나 지자체도 마찬가지다. 관련해 정부 정책도 필요하다. 다만 정부만 해야하는 것이 아니라 지자체, 기업, 개인이 다같이 해야 한다. 우리는 그 안에서 플라스틱을 재활용했을 때 탄소가 얼마나 감축되는지 정확히 평가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데이터베이스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연환경은 지구상의 생물과 무생물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요소를 말합니다. 우리는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살아갑니다. 인간 활동은 대기, 토양, 해양, 동·식물 등 자연환경 하나하나에 영향을 끼칩니다. 환경은 결코 납작하지 않습니다. 작은 생각과 습관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환경한 생활>에서는 지속 가능성을 주제로 일상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생각해봐야 할 환경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기후위기, 플라스틱 쓰레기 등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들여다보거나 생활 속에서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지속 가능한 생활은 모든 것이 연결된다는 이해에서부터 시작될 것입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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