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도 비건과 논비건 있어
채식인구 공략하는 주류업계

술에도 비건과 논비건이 있다. 주원료 자체는 식물성이지만 양조 과정에서 동물성 유래 성분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술에도 비건과 논비건이 있다. 주원료 자체는 식물성이지만 양조 과정에서 동물성 유래 성분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우리가 먹고 마시는 제품에는 알게 모르게 동물성 원료가 들어간다. 그 중 하나가 술이다. 술에도 비건과 논비건이 있다. 주원료 자체는 식물성이지만 양조 과정에서 동물성 유래 성분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커지는 비건 시장을 의식한 주류업계에서 동물 성분을 배제한 비건 주류 개발을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미국 시장조사업체인 CFRA에 따르면 2018년 약 22조 원 규모였던 글로벌 대체육 시장 규모는 2030년 116조 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단순히 대체육 시장만 커진다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비건 식품 수요가 전반적으로 확대돼 관련 시장 성장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 술에도 비건과 논비건 있어

환경, 건강, 동물복지 등을 이유로 비건에 대한 개인의 관심이 커지면서 주류업계도 관련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술에도 비건과 논비건이 있다. 와인은 포도, 맥주는 보리와 홉, 막걸리는 쌀과 누룩 등 술의 주원료는 식물성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맞는 말이다. 문제는 양조 과정에서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는 데서 발생한다. 

맥주나 와인과 같은 발효주를 살펴보자. 발효주는 불순물을 걸러내는 정제 과정이 필요하다. 이때 계란 흰자나 동물의 뼈나 힘줄에서 얻는 젤라틴, 어류의 공기주머니로 만든 접착제인 부레풀 등이 이용된다. 비건 술이란 이러한 동물성 유래 성분을 사용하지 않은 것을 말한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맥주의 경우 제조 과정에서 침전물을 없애려 돼지 위에서 얻은 펩신, 부레풀을 사용하거나 오염물질 제거를 위해 동물 유레 여과제나 첨가물이 사용되곤 한다. 

와인도 비슷하다. 포도를 발효시켜 만드는 와인의 부유물 여과를 위해 계란 흰자 유래 단백질인 알부민, 우유 단백질인 카세인, 갑각류 껍질 유래 섬유인 키틴, 젤라틴 등 동물성 유래 성분을 사용한다. 특히 와인은 코르크 제조 과정에서 우유 성분으로 만든 접착제가 사용되거나 입구를 밀봉할 때 벌집에서 채취한 밀랍을 쓰기도 한다. 

막걸리 역시 쌀과 누룩, 물 등 원재료는 식물성이지만 제품에 따라서 우유나 꿀, 동물성 젖산 등 동물성 유래 성분이 들어가기도 한다. 

비건을 지향하는 직장인 박모(39)씨는 “술은 웬만하면 식물성 원료로 만드니까 대부분 비건이라고 생각했는데 정제 과정에 동물성 원료가 들어간다는 것을 알고 나서부터는 비건 술에 대한 정보도 하나씩 찾아보고 있다”며 “국내에서는 카스가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고 기네스도 동물성 원료 사용을 공식 중단한 것으로 안다. 기왕이면 그런 제품을 소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 비건 제품 확대하는 주류업계 

국내에서는 최근 전통주를 만드는 기업인 지평주조가 막걸리 업계 최초로 비건 인증을 획득한 제품을 선보이며 지구를 살리는 발걸음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지평주조는 한국비건인증원으로부터 ‘지평 생 쌀막걸리’, ‘지평 생 옛막걸리’, ‘지평 일구이오’, ‘지평 이랑이랑’ 등 기존에 판매하고 있던 전 제품 4종에 대해 비건 인증을 받았다고 지난 4월 밝혔다. 

지평주조에 따르면 기존 전 제품에 대한 비건 인증을 진행한 이유는 다양한 소비자 니즈를 반영하고 꼼꼼한 비건 소비자들도 막걸리를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2008년 15만 명에 불과하던 비건 인구가 지난해 250만 명으로 급증한 것을 의식한 것이기도 하다. 

지평주조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에 비건 인증을 획득한 막걸리가 없어 비건 인구가 막걸리를 이용하는 데 있어 제한적인 경향이 있었다”며 “이에 모든 소비자가 우리술 막걸리를 안심하고 즐길 수 있도록 비건 인증을 받게 됐으며 앞으로도 지구를 살리는 가치소비와 지속 가능한 먹거리에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제품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와인업계도 비건 와인 리뉴얼을 선보이고 있다. 신세계L&B는 지난 4월 와인 브랜드 ‘G7’을 비건 와인으로 리뉴얼해 새롭게 선보였다. 주조할 때 필터링이나 정제 작업 단계에서 청징제로 달걀 흰자, 카세인, 젤라틴, 부레풀 등 동물성 재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레벨에 비건 인증 마크도 부착한다. 

신세계L&B에 따르면 G7은 리뉴얼을 통해 유럽 비건 인증 ‘V-LABEL’을 획득했다. 와인 생산 과정에서 동물성 원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것은 물론, 유전자 조작 농산물도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인증받은 것이다. 

신세계L&B 관계자는 “최근 환경과 건강을 생각해 윤리적 소비를 지향하는 흐름에 따라 유통시장 전반에 비건제품에 대한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며 제품 리뉴얼 배경을 밝혔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환경과 건강, 동물보호 등에 관심이 커지면서 비건 문화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식품업계는 물론, 주류업계에서도 대체식품을 개발하거나 비건 인증을 받으려는 노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key@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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