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여행과 기후위기 사이의 관계

 

Q. 국내 항공여행이 해외여행보다 탄소배출량 더 적을까?

 

A. ① 그렇다 ② 아니다

 

정답: ② 아니다

항공기는 이착륙을 할 때 전체 연료의 최대 25%를 소비한다. 어떤 비행이든 이착륙이 기본값이므로 거리 당 탄소배출량은 단거리 비행에서 훨씬 더 높게 나온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항공기는 이착륙을 할 때 전체 연료의 최대 25%를 소비한다. 어떤 비행이든 이착륙이 기본값이므로 거리 당 탄소배출량은 단거리 비행에서 훨씬 더 높게 나온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우리가 항공여행을 하면 비행기에서는 지구가열화의 원인이 되는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항공기가 탄소발자국을 가장 많이 찍는 순간은 이착륙을 할 때다. 전체 연료의 최대 25%가 이때 소비된다. 어떤 비행이든 이착륙이 기본값이므로 거리 당 탄소배출량은 단거리 비행에서 훨씬 더 높게 나온다.

그렇다고 해서 장거리 비행의 탄소배출량이 적다는 의미는 아니다. 단위 기준으로 보면 그렇다는 것일 뿐, 비행기 운행 중에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기후위기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에서는 예외가 없다. 이와 같은 이유로 유럽에서는 2019년 ‘플라이트 셰임(Flight Shame)’ 운동이 퍼져나가기도 했다. ‘비행기’와 ‘부끄러움’을 합친 이 말은 ‘비행기 타는 것의 부끄러움’을 뜻한다. 

스웨덴에서 시작된 이 운동은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비행기보다 기차나 배 등 대체 운송 수단을 이용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대표적으로 약 7년 전부터 비행기를 이용하지 않고 있다고 알려진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사례가 있다. 툰베리는 2019년 유엔 본부에서 열린 기후 행동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에 갈 때도 항공기나 크루즈가 아닌 태양광 요트를 타고 대서양을 건넜다. 비행기로 5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2주에 걸쳐 횡단한 이 소식은 전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유럽환경청EEA에 따르면 승객 1명이 1km를 이동했을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비행기 285g, 버스 68g, 기차 14g이다. 비행기가 버스보다 4배 이상, 기차보다 20배 이상 많은 온실가스를 내뿜고 있다. BBC는 비행기가 공중에서 배출하는 배기가스가 차고 습한 공기가 만나서 만들어지는 비행운 속 산화질소 등을 따지면 비행기 배출가스 양은 2배 이상 더 많아질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제도적으로 항공여행에 환경세를 부과하는 나라도 늘고 있다. 영국은 1994년부터 항공 여객세를 도입한 데 이어 2018년부터 세율을 인상했고, 프랑스는 2020년부터 프랑스발 비행기에 승객 1인당 1.5~18유로에 해당하는 환경세를 부과하고 이를 친환경 교통수단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고 알려진다. 

고금숙 알맹상점 공동대표는 2020년 1월 경향신문 칼럼을 통해 “유럽의 제로 웨이스트 도시 ‘카판노리’에 다녀오기 위해 서울에서 이탈리아까지 이용한 왕복 비행기의 1인당 탄소 배출량이 800㎏이었다”고 밝히면서 이 양이 2인 가정인 그의 집에서 1년간 배출한 탄소 배출량과 맞먹는다고 했다. 고 대표는 이에 대해 “전기·수도·도시가스의 모든 에너지가 항공여행 한 방에 사라졌다는 뜻”이라며 “이탈리아에 다녀온 나는 62그루의 나무를 심어야 한다”고 썼다. 이 칼럼의 제목은 “난 비행기를 타지 않기로 했다”이다. 

비행기를 타지 않는다는 것은 여행의 즐거움 없이 살겠다는 뜻이 아니다. 해외로 나가는 대신 국내에서 기차나 버스를 이용해도 얼마든지 여행을 즐길 수 있다. 해외에 꼭 나가야 할 일이 있다면 비행기를 타더라도 단거리 여행에서는 비행기 대신 육상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여행을 하는 태도와 관점이다. 우리가 여행을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기분전환, 스트레스 해소, 새로운 자극에 대한 갈망 등 일상에는 없다고 생각되는 것을 찾기 위해 또는 일상의 소중함을 되찾기 위해 여기가 아닌 다른 장소를 찾는다. 여행의 장소가 주는 환기점은 분명 있다. 그러나 관점이나 시각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일상으로 돌아와도 변화가 없을 것이다. 

광고인 박웅현은 『책은 도끼다』에서 작자 미상의 중국시를 소개한 바 있다. “봄이 어디 있는지 짚신이 닳도록 돌아다녔건만 정작 봄은 우리집 매화나무 가지에 걸려 있었네. 행복이 어디 있는지 짚신이 닳도록 돌아다녔건만 정작 행복은 내 눈앞에 있었네”라는 내용이다.

꼭 멀리 떠나지 않더라도, 비행기에 몸을 싣지 않더라도 여행을 통해서 얻고 싶었던 것을 일상에서 얻을 수도 있다.

우리는 비행기를 타면 24시간 이내에 전 세계 어디로든 갈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동시에 그 행동으로 인해 지구가 더 빨리 끓어오르는 시대에 살고 있다. 비약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기후위기 시대에는 작은 행동도 비약으로 치부될 수 없을 것이다.

key@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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