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질 종이 상자...한번 더 사용하기

버려지는 상자를 한번 이상 재사용하면 어떨까? 사진은 삼성전자가 라이프스타일TV 포장재에 개념을 도입한 ‘에코 패키지’를 출시하던 당시의 홍보용 이미지. (삼성전자 제공,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버려지는 상자를 한번 이상 재사용하면 어떨까? 사진은 삼성전자가 라이프스타일TV 포장재에 개념을 도입한 ‘에코 패키지’를 출시하던 당시의 홍보용 이미지. (삼성전자 제공,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줄이기 힘든 게 참 많다. 기자에게는 택배가 그렇다. 대형마트에서 카트에 물건을 담아 장 보는 습관이 부모님에게는 있었는데 기자에게는 없다. 필요한 물건은 (때로는 불필요한 물건도) 스마트폰 화면을 내려보다 간편결제로 주문하고 하루 이틀 만에 받는 습관이 들어서다.

택배는 쓰레기를 낳는다. ‘내가 산 물건은 모두 언젠가 쓰레기가 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사용하기 전부터 버려야 할 것들이 생긴다. 아이스팩이 필요할 때도 있고 에어캡을 버려야하는 경우도 있고 스티로폼 완충재가 포함된 경우도 있다. 이 모든 물건은 상자에 담겨 온다.

골판지 상자는 재활용품이다. 하지만 종이라고 그냥 내놓으면 안 된다. 상자에 붙은 송장이나 테이프 등은 모두 떼고 혹시 철핀이 있다면 제거한 다음 펴서 압착해 차곡차곡 쌓아서 버려야 한다. 하지만 기자의 이웃 중에는 그냥 상자 모양 그대로 버리는 사람도 많다.

지난 2021년 설을 앞두고 ‘박스 대란’이 일었다. 일부 온라인 쇼핑몰은 박스가 없어 물건 배송에 차질이 생길 정도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우체국에 갔는데도 박스를 구하지 못했다”는 글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골판지 박스 원료인 원지가 부족해서다. 골판지 박스가 부족하니 비닐 사용이 늘어나기도 했다.

기자는 그때부터 박스를 일부 재사용하기 시작했다. 박스 대란이 생기면 다시 사용하려고 그래서는 아니다. 종이 상자도 아껴 쓰고 덜 버리자는 취지였다.

우선 크고 단단한 상자들은 포장 윗부분만 뜯어 내용물 꺼내고 먼지를 잘 털어낸 다음 수납함으로 사용했다. 두 개는 트렁크 정리함으로 쓰고 하나는 다용도실, 그리고 하나는 작은방에 철 지난 옷을 수납하는 데 썼다. 어릴 때 할머니 집에 가면 쓰고 남은 박스에 옷을 담아 두셨고 그게 왠지 촌스러워 보였는데 이제는 기자 집에 그런 수납함이 있으니 기분이 조금은 이상했다.

작은 상자들은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담아두거나 지인에게 택배 보낼 일이 있을 때 한번 더 사용했다. 상자는 제대로 버리면 재활용이 되고 어차피 언젠가 버려지겠지만 그래도 한번 더 사용하자는 취지에서다. 과거 기자는 레고 미니피규어를 수집했고 환경 문제에 관심을 두면서 그 취미를 끊었는데 예전에 모아 둔 제품을 담아둔 것도 지난 연말 받았던 택배 상자다.

박스를 다시 쓰는 노력은 기업에서도 이미 했다. 삼성전자가 지난 2020년 4월, 라이프스타일TV 포장재에 업사이클 개념을 도입한 ‘에코 패키지’를 출시한 바 있다. 골판지로 구성된 포장 박스 각 면에 도트 디자인을 적용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모양으로 쉽게 잘라 다시 조립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 친환경 패키지는 한 번 쓰고 버려지는 TV 포장재를 가치 있게 사용해 환경 보호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과 참여를 독려했다는 점에서 혁신성을 인정 받아 '2020 CES 혁신상'을 수상했다. 아울러 국제 디자인 공모전 IDEA 2020에서도 은상을 받았다.

기업이나 정부가 아닌 일반 소비자가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친환경’ 노하우는 ‘쓰레기를 덜 버리는 것’입니다. 플라스틱이든, 음식물 쓰레기든, 아니면 사용하고 남은 무엇이든...기본적으로 덜 버리는게 가장 환경적입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편집국은 지난해 ‘미션 임파서블’에 도전했습니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주말 이틀을 살아보자는 도전이었습니다. 도전에 성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틀 동안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게 말 그대로 ‘불가능한 미션’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환경을 포기할 순 없습니다. 하여, 두 번째 도전을 시작합니다. ‘제로웨이스트’입니다. 이틀 내내 쓰레기를 ‘제로’로 만들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기로 했습니다. 쓰레기를 배출하던 과거의 습관을 하나씩 바꿔보려 합니다. 평소의 습관이 모여 그 사람의 인생과 운명이 결정된다면, 작은 습관을 계속 바꾸면서 결국 인생과 운명도 바꿀 수 있으니까요.

불편하고 귀찮은 일이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겠습니다. 62회차는 택배 상자를 재사용했던 경험들입니다. [편집자 주]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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