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와 음료수 끊기, 또는 줄이기에 도전하다

현대 도시인의 하루는 페트병으로 시작해 페트병으로 끝난다.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현대 도시인의 하루는 페트병으로 시작해 페트병으로 끝난다.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페트병은 쉽게 말하면 ‘페트’로 만든 병이다. 페트(PET)의 풀네임은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로 플라스틱의 여러 종류 중 하나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지식백과 쇼핑용어사전에 따르면 페트는 저렴하고 내구성이 뛰어나 유리병을 대신해서 탄산음료 등 식음료 용기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보는 생수병이나 음료병 등이 페트 소재다.

현대 도시인의 하루는 페트병으로 시작해 페트병으로 끝난다. 기자도 페트병에서 자유롭지 않다.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며 정수된 물을 먹지만 그래도 페트병에 담긴 물이나 음료의 편리함을 완전히 떨쳐내지는 못했다. 유리 등에 담는 것도 방법이지만 무겁거나 깨지기 쉬워 아무래도 불편하다. 아마 유통과정에서의 효율을 생각해도 페트가 더 편리할 것 같다.

그린피스가 지난 2019년 장용철 충남대 교수팀과 함께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인 1인당 연간 생수 페트병 96개를 사용한다. 국내 전체로 따지면 연간 49억개로 무게가 7만 1400여톤에 달한다. 생수병 평균 지름을 10Cm라고 가정하면 지구를 10.6바퀴 돌 수 있는 양이다.

물론, 이는 페트병 전체 사용량이 아니라 생수병만 조사한 숫자다. 그린피스는 위 내용이 담긴 보고서(플라스틱 대한민국 : 일회용의 유혹)를 통해 “1분마다 트럭 한 대 분량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쏟아져 들어가며 그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플라스틱 포장재”라고 밝혔다. 이걸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 버리는 것 줄이려고 생수와 음료수 줄였다

기자는 지난해부터 페트병 사용을 줄이려고 노력 중이다. 생수 대신 정수기를 사용하거나 물을 끓여 마시고 음료수를 마시지 않기 시작했다. (다이어트 차원에서 액상과당을 줄이려는 의도도 있었다) 말로는 쉽지만 실제로 실천하기는 어려운 결단이다. 기자가 사용하는 정수기도 플라스틱 필터를 갈아 끼워야 하고 물을 끓여 마셔도 쓰레기는 나오며 실제로 생수와 음료수를 끊기도 어려워서다.

사실 음료 포장재는 재활용 체계가 상대적으로 잘 갖춰져 있다. 페트병은 지역별로 수거 체계가 비교적 잘 잡혀있고 유리병이나 종이팩 등도 아파트 등에서는 수거함을 따로 갖춘 경우가 많아서다. 하지만 효과적인 재활용에 앞서 더 중요한 건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라고 생각해 ‘마시는 습관’을 바꿨다.

6개씩 묶인 커다란 페트병 생수 대신 정수기를 사용했고 보리나 헛개 등이 첨가된 물을 마시고 싶을 때는 직접 끓여 마셨다. 그런 경우에도 티백이나 끓이고 남은 찌꺼기 등을 버려야 했지만 플라스틱을 배출하는 것 보다는 상대적으로 덜 나쁘다는 생각에서였다.

음료는 끊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크게 줄였다. 편의점에서 1+1 표시만 보면 습관적으로 쟁여놓던 음료, 간식으로 즐기던 탄산, 기타 페트병에 담겨 판매되던 마실거리 등을 최대한 줄였다. 예전에는 일주일에 한번 이상은 꼭 구매했지만 요즘은 한달에 한번 또는 그것보다 더 띄엄띄엄 마신다. 계절이 겨울이어서 상대적으로 시원한 음료 생각이 덜 나기도 했다. 이대로 여름까지 참으면 무더위 속에서도 음료 소비를 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자는 2년 전 육식을 줄여보겠다는 마음에 (고기를 끊지는 못하고) 술을 끊었다. 안주라도 줄여보고 싶어서다. 이번에는 페트병을 덜 버리겠다며 음료를 끊겠다고 했더니 지인들이 “그래봤자 별 의미 없다”며 말렸다. 물론 기자가 음료수를 덜 마신다고 페트병 사용량이 눈에 띄게 줄지는 않을 터다. 하지만 습관을 바꾸는 건 의미가 있다. 쌓여가는 플라스틱 문제를 그냥 눈 감고 모른 척 할 수는 없어서다.

◇ “페트는 페트로 재활용하는 게 효과적”

사실 페트(PET)는 재활용이 비교적 잘 된다. 실제로 최근에는 페트병을 수거해 그 소재를 가지고 옷 등으로 재활용했다는 기사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페트의 자원순환구조를 생각하면 그런 방법이 오히려 비효율적이고 덜 환경적이라고도 지적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지난해 본지 취재에 응하면서 “페트병에서 장섬유를 뽑아 부가가치가 높은 용도로 재활용하는 것은 상대평가로 보면 좋은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이전에 비해서는 분명 더 나아간 것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페트병 업사이클링의 완성된 모습인가라는 관점에서 보면 그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당시 홍 소장은 “부분적으로 볼 게 아니라 전체적인 순환구조를 보는 게 중요하다”면서 페트는 페트로 재활용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는 “물질이 반복적으로 순환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 바람직한 만큼 페트는 페트로, 섬유는 섬유로 원래 같은 용도로 재활용하는 구조로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포장재 자체를 재사용하는 구조로도 가야한다”라고 덧붙였다.

기자는 이 말을 ‘어떻게 버리느냐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사용하느냐가 더 중요하며, 그것보다 근본적으로 더 중요한 건 사용을 줄이는 것’이라는 의미로 이해했다. 홍수열 소장 역시 다른 강의에서 “지구를 지키는 친환경 소재는 없다”고 말하면서 소재보다는 사용하는 습관을 바꾸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우리도 덜 버리자.

기업이나 정부가 아닌 일반 소비자가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친환경’ 노하우는 ‘쓰레기를 덜 버리는 것’입니다. 플라스틱이든, 음식물 쓰레기든, 아니면 사용하고 남은 무엇이든...기본적으로 덜 버리는게 가장 환경적입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편집국은 지난해 ‘미션 임파서블’에 도전했습니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주말 이틀을 살아보자는 도전이었습니다. 도전에 성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틀 동안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게 말 그대로 ‘불가능한 미션’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환경을 포기할 순 없습니다. 하여, 두 번째 도전을 시작합니다. ‘제로웨이스트’입니다. 이틀 내내 쓰레기를 ‘제로’로 만들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기로 했습니다. 쓰레기를 배출하던 과거의 습관을 하나씩 바꿔보려 합니다. 평소의 습관이 모여 그 사람의 인생과 운명이 결정된다면, 작은 습관을 계속 바꾸면서 결국 인생과 운명도 바꿀 수 있으니까요.

불편하고 귀찮은 일이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겠습니다. 61회차는 페트병을 줄이기 위한 노력들입니다. [편집자 주]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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