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실천포인트제’가 말해주는 것
정부, 온실가스 정보 쉽게 정리해 제공해야
탄소중립 이행 과정에 시민 참여하는 소통 창구 필요
통계는 정부가 추구하는 가치와 시민 대하는 태도 반영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승문 기자] 탄소중립 이행 원년이 밝았다.

환경부는 “2022년은 탄소중립의 이행 원년으로 삼아 이행체계와 제도를 마련하고 산업과 공공, 지자체가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국민 생활 실천을 확산하도록 체계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환경부는 특히 탄소중립은 산업, 공공, 지자체의 노력과 함께 국민의 참여로 완성될 수 있는 만큼, 국민 개개인의 생활 속 실천을 이끌기 위한 새로운 제도를 시행한다고 강조했다.

환경부가 탄소중립을 위해 국민에게 제안하는 제도가 바로 ‘탄소중립 실천포인트제’다.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0’으로 줄여야 하는 탄소중립을 위해 환경부가 생각하는 국민은 탄소중립 실천포인트제에 참여하면 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유통업체에서 전자영수증을 발급받고, 음식 배달앱 이용 시 다회용기를 선택하고, 차량 공유업체에서 무공해차를 대여하고, 세제·화장품 구매 시 리필 용기를 사용하고, 그린카드로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고, 기후행동 1.5℃ 앱에서 실천 챌린지에 참여하면 실천포인트가 적립된다. 중요하고 필요한 실천 활동들이다. 깨어있는 시민들은 이미 실천하고 있는 것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탄소중립을 전담하는 주무 부처가 경제·사회 전 분야에서 대전환을 예고하는 탄소중립을 본격 추진하면서 국민에게 제안하는 제도라고 하기엔 좀 민망하다. 기존에 있던 탄소포인트제와 에코 마일리지 제도를 탄소중립 버전으로 조금 업데이트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바로 시민들은 질문할 것이다. “탄소중립 실천포인트제에 참여하면 탄소중립이 되나요?”라고 말이다. 

지난해 12월 환경부가 탄소중립 주간을 운영하며 불필요한 메일을 지우고 광고성 스팸 메일을 차단하는 이른바 ‘디지털 탄소 다이어트 챌린지’ 캠페인을 시작했을 때도 “산더미처럼 쌓인 이메일을 삭제하면 지구를 구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제기된 바 있다. 시민들이 이것 하나만 해결하면 탄소중립이 해결될 것 같이 여기게 되는 위험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가 탄소중립을 위한 시민의 활동을 지나치게 협소하게 설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탄소중립은 환경부가 밝힌 것처럼 경제·사회 전 분야에서 대전환을 요구하는 중차대한 사안이다. 정부가 확정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의 내용처럼 전환, 산업, 건물, 수송, 농축수산, 폐기물 부문에서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넷제로’ 해야 한다. 이는 전 사회적인 합의와 참여, 이전과 전혀 다른 수준의 엄청난 노력이 수반되지 않고는 달성할 수 없는 목표다.

정부가 할 일은 탄소중립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고 각 부문에서 국민이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함께 논의하고 힘을 모아나갈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획기적으로 다지는 것이어야 한다.

이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전제는 시민들이 이해하고 논의할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한국은 온실가스를 얼마나 배출하고, 어떤 업종에서 가장 많이 배출하는지, 그래서 부문별로 온실가스를 얼마나 감축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재생에너지는 얼마나 늘어야 하고, 석탄 등 화력발전은 언제까지 얼마나 줄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 

산업부문은 얼마나 줄여야 하고 어떻게 할 수 있는지, 그럼 일자리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지, 대규모 빌딩과 내가 사는 집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대중교통 체계가 어떻게 변해야 하고 내연기관차는 언제까지 어떻게 줄여야 할지, 탄소중립을 위한 우리의 먹거리 체계는 어떻게 전환해야 하는지 등 시민들이 알아야 하고 궁금할 수 있는 정보는 셀 수 없이 많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 ‘한국은 온실가스를 세계에서 몇 번째로 많이 배출하는 국가일까?’라는 가장 찾기 쉬운 정보라고 생각했던 질문을 따라 취재해본 결과, 일반 시민들이 기본적인 통계 정보에 접근하기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가 매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하고 홈페이지에 관련 통계와 보고서를 올려놓고 있다. 하지만 정부 부처나 관련 전문가를 위한 용도이지 일반 시민이 엑셀 파일로 된 통계를 열어보거나 그래프와 표, 불친절한 문장으로 가득한 400페이지 넘는 보고서를 읽는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시민들이 탄소중립과 온실가스 통계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게 정리해 제공하는 일이 시급해 보인다. 

온실가스 배출량 통계를 찾을 수 없다거나 정부가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산업과 건물, 수송 부문별 관장하는 부처가 각각 온실가스 배출량 통계를 제공하고 있고, 에너지와 전력 정보도 관련 통계정보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기후위기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을 기상청이 제공하는 기후정보포털에서 볼 수 있다. 한국환경공단에서 운영하는 기후변화홍보포털가 있고,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이 제공하는 에너지정보소통센터도 있다.

문제는 시민들이 부처별 기관별로 제공하는 조각 정보를 하나하나 찾아가며 탄소중립을 위한 정보를 얻는 게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아무리 ‘데이터 리터러시(데이터 활용 능력)’가 필요한 사회라고는 하지만 정부가 할 일을 시민에게 떠넘기면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정부가 시민을 대하는 태도다. 지난해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수립하는 과정에 참여하는 ‘탄소중립 시민회의’가 구성되었다. 참여 시민단은 연령별, 성별, 지역별 인구구조를 반영해 총 533명으로 구성돼 한 달여 기간 동안 학습, 숙의, 토론을 거쳐 탄소중립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탄소중립과 관련된 각종 사안에 대해 의견을 제시했다. 정부는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만드는 과정에서 짧은 기간 한정된 시민 참여로 끝낼 것이 아니라 탄소중립을 이행하고 달성해야 하는 장기간에 시민들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소통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시민을 대상으로 만든 교육자료를 제대로 활용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도 있다.

그린포스트코리아는 탄소중립 이행 원년을 맞아 시민들이 궁금할 수 있는 질문들을 추려 취재하고 있다. 탄소중립과 탄소가격, 에너지전환 관련한 질문과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시민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통계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통계에는 역사와 정치, 경제,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가 담겨있다. 어떤 통계를 구축해 제공하느냐가 정부가 추구하는 가치를 의미하고 시민을 대하는 태도를 반영한다.

smkwon@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