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팩 버리지 않고 다시 쓰기

환경에 영향 미치는 물건을 사용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럴때는 최대한 적게 쓰고 또 오래 쓰면서 늦게 버리는 게 좋다. (이한 기자 2022.1.20)/그린포스트코리아
환경에 영향 미치는 물건을 사용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럴때는 최대한 적게 쓰고 또 오래 쓰면서 늦게 버리는 게 좋다. (이한 기자 2022.1.20)/그린포스트코리아

1년 전이었다. 냉동실 식재료를 정리하는데 아이스팩이 7개가 나왔다. 일부러 모은 건 아니었다. 택배를 받거나 부모님 집에서 밑반찬을 가져오면서 한두개씩 쌓여 냉장고 한쪽 자리를 꽉 차지하게 됐다. 1~2개만 가지고 있으면 충분한데 너무 많이 쌓여 있어서 문제였다.

버리지 않은 이유는 부담스러워서였다. 어떤 이들은 내용물을 쏟아 하수구에 버리고 포장재는 일반 쓰레기로 배출한다는데, 그렇게 버리면 안 된다.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아이스팩은 재활용이 어려운 폐기물로 종량제봉투에 버려야 한다. 고흡수성 폴리머(SAP)가 들어있을 확률이 높아서다.

SAP는 물에 안 녹고 얼음보다 냉기가 오래 지속돼 보냉 효과가 좋다. 젤 형태여서 부서지거나 파손될 염려도 적다. 그래서 아이스팩 소재로 많이 사용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 물질을 싱크대나 변기에 버리면 수질오염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쉽게 말하면 미세플라스틱을 하수구에 쏟아내는 셈이어서다. 환경부가 지난 2020년 7월 밝힌 바에 따르면, 고흡수성 수지 아이스팩의 약 80%가 종량제 봉투에 버려져 소각·매립되고 있지만, 15%는 하수구로 배출돼 미세플라스틱의 원인이 되고 있다.

고흡수성 폴리머는 불에도 잘 타지 않고 요즘 기본적으로 아이스팩이 워낙 많이 유통되고 있어서 문제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고흡수성수지 아이스팩은 2억 1천만개가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2016년과 비교하면 2배 늘어난 숫자다.

아이스팩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언론 등을 통해 자주 이슈화되면서 소재나 포장재를 바꾸려는 노력도 이어졌다. 해조류 등 자연 유래 성분으로 흡수체를 만들거나 물을 얼려 사용하는 제품도 늘었다.

기자는 아이스팩 사용을 줄이기로 했다. 수개월 전, 구에서 운영하는 아이스팩 수거함에 대부분 반납하고 그때부터는 아이스팩과 함께 포장돼 배송되는 물건은 대부분 집 근처 오프라인 마트에서 구매하기 시작했다. 아이스박스 등에 개인적으로 사용할 때는 사탕수수와 물 그리고 종이를 사용한 친환경 아이스팩을 돌려 쓴다.

부모님 댁을 방문해 밑반찬 얻어올 때는 아이스팩을 직접 가져가 냉동실에 재냉동하고 집에 올 때 그걸 다시 가져온다. 아무데나 던져두었다 생각없이 버리고 또 어디서 생기면 새로 쓰는 게 아니라 최대한 재사용한다.

환경에 영향 미치는 물건을 사용하지 않을 수는 없다. 대안으로 선택할 수 있는 건 최대한 오래 쓰고 늦게 버리는 일이다. 물을 얼려 종이에 담았다는 사진 속 아이스팩을 기자는 올해 내내 사용할 생각이다.

기업이나 정부가 아닌 일반 소비자가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친환경’ 노하우는 ‘쓰레기를 덜 버리는 것’입니다. 플라스틱이든, 음식물 쓰레기든, 아니면 사용하고 남은 무엇이든...기본적으로 덜 버리는게 가장 환경적입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편집국은 지난해 ‘미션 임파서블’에 도전했습니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주말 이틀을 살아보자는 도전이었습니다. 도전에 성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틀 동안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게 말 그대로 ‘불가능한 미션’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환경을 포기할 순 없습니다. 하여, 두 번째 도전을 시작합니다. ‘제로웨이스트’입니다. 이틀 내내 쓰레기를 ‘제로’로 만들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기로 했습니다. 쓰레기를 배출하던 과거의 습관을 하나씩 바꿔보려 합니다. 평소의 습관이 모여 그 사람의 인생과 운명이 결정된다면, 작은 습관을 계속 바꾸면서 결국 인생과 운명도 바꿀 수 있으니까요.

불편하고 귀찮은 일이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겠습니다. 59회차는 아이스팩을 최대한 재사용하는 습관입니다. [편집자 주]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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