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적 정책도 탄소중립에 역행"
"피해 계층에 대한 별도의 대책 필요"

최근 정부가 유류세 인하 방침을 결정했다. 역대 최대 인하폭인 20%다. 하지만 이를 두고 환경단체가 탄소중립 목표에 역행한다며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일괄적인 유류세 인하는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정책이 아니라며 개별적 지원 대책을 요구했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최근 정부가 유류세 인하 방침을 결정했다. 역대 최대 인하폭인 20%다. 하지만 이를 두고 환경단체가 탄소중립 목표에 역행한다며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일괄적인 유류세 인하는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정책이 아니라며 개별적 지원 대책을 요구했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오현경 기자] 최근 정부가 유류세 인하 방침을 결정했다. 역대 최대 인하폭인 20%다. 하지만 이를 두고 환경단체 등에서는 "탄소중립 목표에 역행한다"며 비판하고 있다. 이들은 일괄적인 유류세 인하는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정책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개별적 지원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26일 기획재정부와 여당은 ‘물가대책 당정협의’에서 휘발유, 경유 등 유류세를 20% 인하한다고 밝혔다. 이번 유류세 인하 방침은 이달 12일부터 6개월간 한시적으로 시행된다. 이에 휘발유는 리터당 164원, 경유는 116원, LPG부탄은 40원씩 내리게 된다.

유류세 인하에 배경에 대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국제유가가 3년만에 가장 높고, 천연가스도 사상최고를 기록하고 있어 물가 상승 압력이 커졌다”고 말하며 "국민들의 체감 물가를 완화하기 위한 대책"이라고 밝혔다. 유류세 인하방침은 이번이 4번째로 20% 인하폭은 2018년 15% 이후 역대 최대치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10월 넷째 주(10.25~29) 전국 평균 주유소 휘발유 판매 가격은 전주 대비 30.3원 오른 리터당 1762.8원으로 6주 연속 상승하고 있다. 국제유가의 경우 국내에 수입되는 원유 기준인 두바이유가는 지난해 배럴당 평균 42.3달러에서 83.4달러로 상승했다. 유류세 인하가 기름값에 반영돼 휘발유 판매 가격 등이 하락하면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 물가는 완화할 수 있다. 

하지만 환경단체 등에서는 '유류세 인하가 화석연료 소비를 지원하는 정책'이라고 주장하며 반발했다. 화석연료 소비가 늘어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영경 에너지정의행동 사무국장은 “유류세 인하로 석유 등의 소비가 늘어날 수 밖에 없다”며 “지금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탄소중립안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한쪽으로는 줄이는 정책을 내놓으면서 다른 한쪽으로는 유류 소비를 확대하는 정책을 내놓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영경 사무국장은 “유가 상승은 저소득층이 피해를 보는 것이다. 반면 유류세 인하는 소득이 높은 사람들이 혜택을 본다”라며 “예를 들어 저소득층 보다 상위계층이 승용차 이용 비율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즉 소비를 많이 하는 사람들이 혜택을 더 많이 보는 제도”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물가안정 등 서민경제를 고려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조용래 기획재정부 환경에너지세제과 과장은 “탄소중립으로 향하는 방향은 맞다”고 전제하면서 “다만 이번 유류세 인하는 에너지 가격이 최근 급격히 올라간 것에 대한 한시적 정책이다. 물가안정이라든지 서민 경제를 고려해서 가격이 완만하게 상승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이런 입장에 대해서도 환경단체 등에서는 비판적인 견해를 내놓았다. 권우현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 활동가는 “문제는 탄소중립 대응 방향을 유지하는 일괄적인 정책인지에 대한 것”이라며 “한시적이라도 방향에 역행하는 정책일 경우 안좋은 선례로 남기는 것. 한시적이라도 계속 수용해주면 안된다”라고 주장했다. 

권우현 활동가는 “교통세 세수 약 2조 5000억원 정도 손실이 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시적 대책으로 하기에는 손실이 굉장히 크다. 국제 유가는 계속 변동한다. 언제든지 한시성이 작동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8년도 유류세 인하 방침은 6개월간 시행 이후에도 4개월 연장된 바 있다.

◇ “일괄적 유류세 인하가 아닌, 피해 계층에 대한 개별 지원 대책 필요”

실질적 피해가 큰 계층에 대한 지원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대중교통 확대, 수송부문 에너지 전환 등에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권 활동가는 “물가 변동 때문에 타격을 받는 계층부터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유가상승으로 생계에 문제가 생기는 대상은 저소득계층과 운수업종사자들"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미 별도의 유류세 인하 정책도 있어 맞춤형 지원대책이 가능한데 굳이 일관적으로 기름값을 낮추는 것은 일차원적인 접근”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유류세 관련 지원 정책으로는 유가보조금, 에너지바우처 등이 있다. 유가보조금은 운수업계 종사자에게 화물차유류세 인상액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보조금으로 지원하는 제도다. 에너지바우처는 저소득 취약계층의 전기, 난방 등 에너지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책이다.

교통 수요 자체를 줄여나가는 장기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권 활동가는 “장기적인 관점으로는 대중교통 시스템을 개선하고 자가용 중심의 도로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기차나 수소자 인프라를 갖춰 에너지 전환에 교통세를 사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서는 향후 화석연료에 대한 가격을 점차 높이고 유류세 지원을 줄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면서 “다만 화석연료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재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대책들도 필요하다. 화석연료 산업이 사양산업이 되면서 비용적 손실을 보게 된다. 이에 대한 보상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hkoh@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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